[서울시정일보 칼럼/서인석의시시콜콜]
어른 숲 / 서인석
티비에서 내뱉는 패널들의 충혈된
목소리가 내 귀 까지 침을튀며 어지럽힌다.
좌던, 우던, 적이던, 청이던..
내 귀엔 그저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다.
리모컨을 손에 든 채 그저 멍하니
그들의 목울대들을 쳐다볼 뿐
숲은 그 얼마나 많은 이들의
불만과 설움을 들었을까
그러나 그들은 묵묵히 제자리에서서
꼿꼿한 자세와 푸르른 잎으로 메아리만 되돌려줄 뿐이다.
숲에선 나는 그들의 어른스러움을 배운다.
“저런 개자식~~~”순간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계면쩍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오늘 아침 아내와 함께 TV를 보면서 우리는 동시에 “저런 개자식이란” 욕을 하고 만 것이다.
요즘 정~말 욕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왔다.욕을 해야지만 욕을 통해서 자신의 욕구불만을 배설 할 수 있다.욕은 남의 인격을 무시하는 모욕적인 말이다.이와 비슷한 것으론 욕설이 있는데 욕설은 욕의 의미 말고도 남을 저주하는 말이란 것이 추가된다.
욕과 연관된 속담도 적지 않은데 우선 눈에 띄는 게 '욕은 욕으로 갚고 은혜는 은혜로 갚는다'는 것이다.또한 '욕을 먹고 살아야 오래 산다'는 것도 있는데 이는 남에게 욕을 먹었을 때 위로하거나 스스로 참고 웃어넘길 때 하는 말이다.
욕을 먹는다고 오래 살 일은 결코 없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이름 자체가 ‘인석’ 이라는 욕이라 오래 살까? 원래 내 이름인 ‘인석’은 아랫사람을 정감 있게 부르는 ‘이 녀석’ ‘욘석’이 줄여져서 만들어졌는데 내 이름의 원래 뜻은 어질 仁에 주석 錫을 쓰니 사실 욕과는 상관없는 품위 있는 이름이다.‘인석‘(남을 사랑하고 어질게 대하라는 삶을 하사받음을 뜻한 이름)
욕에는 두 가지 기능이 있어야 한다. 바로 배설의 기능과 모욕의 기능이다. 이 두 가지 기능을 모두 충족시킬 때, 욕은 진짜 욕이 된다. 인간은 그 당시에 느껴지는 분노, 역겨움, 절망감, 슬픔과 같은 감정을 입을 통해, 즉 다시 말해서 욕을 통해서 배설한다.
허나 그렇게 해서 그 감정들이 분해되서 사라진다면 다행이지만 과연 그 방법이 건강한 방법인지는 의문이다.어쨌든 인간이란 동물은 자신의 감정을 어떤 방식으로든 배출, 배설해야만 그 다음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속에 있는 화를 참고 쌓아두기만 하면 그건 더 나쁘다.욕 하고 싶을 땐 욕을 해야 한다!!!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유명 정치인이 유치원을 방문했다.
유치원생들은 크게 박수치며 환호했다.
그 정치인은 뿌듯한 마음에 유치원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내가 누군지 알아요?”
‘네~! tv서 봤어요.“
유치원생들도 자신을 알아봐주자 기분 좋아진 그가 다시 물었다
.“그럼 내 이름이 뭔지도 알아요?"
그러자 아이들이 큰소리로 말하길...
"네 알아요~"
"뭔데요?"
"개~자식 요."
"누가 그런말 하던가요?"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티비 보면서요"
욕을 통해 배설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너무 힘든 세상이다. 버나드쇼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욕은 왕벌 같은 것이다. 상대방을 죽이고 싶도록 미운데 죽일 수가 없으면 최고의 욕으로 사정없이 공격하라."
[서울시정일보 미디어한국 논설위원 서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