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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부부강간죄' 적용 논란…'강제 vs 합의' 엇갈리는 주장

[사회] '부부강간죄' 적용 논란…'강제 vs 합의' 엇갈리는 주장

  • 기자명 곽정열
  • 입력 2015.11.0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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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에 따른 성관계" vs "손발 묶인채 당한 강간"

이희정 기자

[서울시정일보 곽정열기자] 최근 사회나 법조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사건이 있다. 이른바 지난 2013년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부부 강간으로 아내가 구속된 첫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김덕길)는 지난달 22일 이혼 소송 중인 남편 A씨를 집에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강간 및 감금치상)로 아내 심모(4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윤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심씨에 대해 “소명되는 이 사건 감금치상 및 강요 범행의 동기와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심씨를 구속하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정황상 다툼의 여지가 없다”며 “가해여성에게 지적장애 등 판단력 문제도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아내 측은 즉각 반발했다.

감금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성관계의 경우 남편이 화해를 요청한 제스처를 취했고 합의하에 이뤄졌다는 것이 심씨의 주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새 국면을 맞게된 이번 사건의 쟁점은 무엇일까. 

이번 사건에서 중점적으로 다투게 될 부분은 감금 중 이뤄진 성관계가 아내의 강간 행위인지, 합의에 따른 성관계인지 등 여부다. 

해외에 거주하던 심씨 부부는 해외에 거주하다 최근 사이가 소원해지면서 지난 5월 이혼 소송을 위해 국내에 입국했다. 

남편 A씨보다 먼저 귀국한 심씨는 A씨가 귀국하자 김씨를 동원해 A씨의 손발을 청테이프로 결박하고 29시간동안 자택에 감금했다. 

문제의 성관계는 심씨가 A씨를 감금한 29시간 동안 이뤄졌다. 
당초 검찰은 A씨의 손발이 결박돼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를 강간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아내 측은 즉각 반박했다.
남편이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고 생각했고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라는 것이 아내 측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남편 측도 역시 합의는 없었고 이는 명백한 강간이라고 주장하면서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두 번째 쟁점은 아내가 남편을 감금하게 된 이유에 관한 부분이다. 
아내와 남편 모두 감금은 이혼 소송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였다는 건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내 측은 남편이 바람을 폈다고 주장했다. 직장 동료인 여성과 바람을 피운 뒤 이혼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편 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이같은 주장을 반박했다. 오히려 아내가 남편을 감금할 당시 동원한 김씨가 아내의 내연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아내가 한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여 한국과 영국에서 각각 한차례씩 옥고를 치렀고 시부모가 수억원대 합의금을 떠안아 피해가 극심하다는 것이 남편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아내 측은 변호사가 되고 싶어하는 남편을 위해 시댁의 도움 없이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했고 이 과정 중에 사기 범죄가 발생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남편이 최근까지 돈을 요구했다는 것도 역시 아내 측 주장이다.

이번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통상적인 강간의 형태와 피해자, 가해자 등 연관된 인물이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손발이 포박된 채 아내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남편과 남편이 애정표현을 하며 화해를 요청해 이를 받아들인 것 뿐이라는 아내의 주장이 더욱 팽팽하게 맞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남편 측은 이번 사건의 특수성 때문에 남편이 겪게된 따가운 시선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남편 측 변호인은 “남자이기 때문에 사건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보는 시선이 많아 매우 조심스럽다”면서 “사실 강간을 당한 사람이 피해자지 여자가 피해자는 아니다. 강간을 한 사람이 피해자는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어 “남자와 여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이번에도 여자가 피해자이지 않냐는 시선이 많다”며 “피해자는 신원이 밝혀질까 매일 괴로운 나날을 보내며 두려워하고 있는데 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이런 상황에 처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3년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부부 강간으로 아내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대법원은 지난 2011년 아내를 부엌칼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진 혐의(특수강간 등)로 기소된 강모(45)씨에 대해 징역 3년 6월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형법상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법률상의 아내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당시 개정전 형법 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문에서 “혼인한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서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장되고 보호되어야 한다”며 “부부 사이의 성생활이 국가의 개입을 극도로 자제해야 하는 영역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헌법 규정이 배제되는 성역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또 “아내에 대한 성폭력은 매우 사적이고 은밀한 성격을 띠고 있어 잘 노출되지 않는 특성이 있는 데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여성의 피해는 점차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이 부부 사이의 강간죄를 인정한지 한 달이 지난 2013년 6월 강간죄 피해대상이 여성에서 사람으로 확대됐고 이 사건이 남편에 대한 부인의 강간 혐의를 인정한 첫 사건으로 법원의 심리를 받게 됐다.

남편에 대한 부인의 강간 혐의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여성이 남성을 강간했다는 혐의를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3년 6월 강간죄 피해대상이 여성에서 사람으로 확대된 개정 형법이 시행되면서 40대 여성 전모(45)씨가 내연관계를 맺어온 남성을 강간미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당시 이 사건은 여성이 가해자가 돼 강간혐의를 받은 첫 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이틀에 걸쳐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내연관계에 있던 남성을 상대로 강간을 시도하고 쇠망치를 휘두른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배심원 만장일치 평결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은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증거를 피해자의 진술로 봤다”며 서두를 열었다.

법원은 강간미수 혐의 입증의 쟁점이었던 ‘수면제 복용’과 관련해 “당시 집착이 극에 달하던 전씨가 건네는 정체불명의 약을 순순히 먹은 피해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사건 발생 이전에도 전씨가 준 포도주스를 마시고 의식을 잃은 적이 있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비춰봤을 때 전씨가 건넨 약을 아무 의심 없이 먹은 피해자의 행동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는 피해자의 주장도 사실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약효가 센 수면제(졸피뎀)를 먹고 나면 직후의 상황에 대해 제대로 기억을 못하거나 움직일 수 없는 것이 상식”이라며 ‘전씨의 성관계 시도에 몸을 뒤틀며 반항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이에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전씨가 피해자에게 망치를 휘두른 혐의(흉기행사)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씨가 망치를 휘두르며 위협하자 이불에 소변을 볼 정도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서로 몸싸움을 벌인 이후 피해자는 전씨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오히려 이마에 난 상처를 치료해줬다”며 "이는 죽음의 공포를 느낀 사람이 하는 행동으로 해석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씨가 피해자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찍어 많은 양의 피가 흘렀다고 하지만 전치 2주에 불과했고 병원진단서에도 망치에 맞았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다는 점을 무죄 판결 근거로 들었다.

앞서 전씨는 지난해 8월 내연관계를 맺어온 남성이 이별을 고하자 집으로 유인해 몰래 수면제를 먹이고 몸을 결박한 뒤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려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반항하는 남성의 머리를 쇠망치로 가격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아왔다.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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