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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남성표류"...고군분투하는 남자들을 위한 인생 가이드

[신간] "남성표류"...고군분투하는 남자들을 위한 인생 가이드

  • 기자명 황천보
  • 입력 2015.11.0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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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쇼코 지음 | 서라미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11월 05일 출간

[서울시정일보 황천보기자] 현대생활에서 중년 남성이 맞이하는 5가지 위기! 남성 표류의 시대다.
『남성표류 』는 여성 르포 작가인 저자 오쿠다 쇼코가 200명의 남성을 10년간 추적간 결과물로, 오늘날 중년이 맞이하는 5가지 위기를 밝혀낸 책이다. 여성인 저자는 기자로 활약 중에 남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0년 동안이나 밀착취재를 이어갔다. 그 결과 남자들의 은밀한 심리를 담은 두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남녀 독자들의 큰 반향을 일으킨 책 중 이 책은 두 번째 책으로, 오늘날 중년남성에게 닥친 5가지 위기를 다룬다.

북소믈리에 한마디!

  일터와 가정에서 표류하고 있는 중년남성들. 남자라는 이유로 타인의 시선에 구속되고, 다양한 문제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이들은 남자다워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어른이 된 이후 새로운 벽에 부닥치고 있다. 시간은 부족하고 몸은 전과 같지 않은데 성과 압박이 심해지고, 시대가 바뀌어 집에서도 ‘다정한 아빠이자 남편’ 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남자라는 자존심 때문에 고민을 삼키고 외로움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중년남성들의 절박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게 된다.
 
■ 저자 : 오쿠다 쇼코
저자 오쿠다 쇼코(田祥子)는 1966년 교토 출신의 여성 르포 작가. 1994년 뉴욕대학교 문리대학원(미디어론, 사회심리학 전공) 졸업 후, 《요미우리신문》과 잡지사를 거쳤다. 전국을 돌며 평범한 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취재해 왔다. 남성 문제에 천착한 지는 십 년이 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실직과 부모 간호를 겪은 뒤, 중년 문제에 더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지금은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를 모시고 독신으로 산다.
저서로 베스트셀러 《남자는 괴로운가 보다》와 공저 《저널리즘 용어사전》이 있다.
■ 역자 : 서라미
역자 서라미는 경영학과 미디어를 공부하고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을까》《철학, 나 좀 도와줘》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한국 남성은 무슨 일이든 의지로 극복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심리적 어려움에 관해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인생의 패배로 여기는 성향이 강하지 않은가. 그런 남자들이 확연히 눈에 띌 정도로 병원을 많이 찾는다는 것은 변곡점이 발생했다는 신호다. -p.6(추천사)

  당신만 독특하고 재수 없는, 흔치 않은 사례가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중년남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만한 질곡들이 나타났을 뿐이다. 그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때마침 그런 용도로 쓰기에 맞춤한 책이 나왔다. 이 책은 르포 작가 오쿠다 쇼코가 일본 중년남성 200명을 10년이나 추적 관찰하고 인터뷰한 결과물이다. -p.8(추천사)

  인터뷰의 첫머리는 늘 예의를 차린 겉도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한 시간쯤 흐르면 이 슈퍼맨들도 마음속에 꽁꽁 숨겨놓았던 불안과 초조, 조급함과 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그러다가 인터뷰가 끝날 때는 눈시울이 촉촉이 젖어 있기도 다반사였다. 어쩌면 이것이 남자들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p.15(저자 서문)

  지금이라면 물어도 될까? 여기서 껄끄러운 질문을 던졌다. “저, 기본적인 질문인데… 아니 제게는 무척 중요한 문제인데… 왜 중년남성은 젊은 여성을 그렇게 좋아하나요?”
미야시타 씨는 웃음을 터뜨렸지만 이윽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p.57(1장. 건강표류)

  남성이 성 기능 쇠퇴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은 여성이 외모의 쇠퇴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견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여성은 늙는 것에 저항하더라도 가족이나 주변을 의식해 남성보다는 비교적 덜 몰입한다. 갱년기 친구들 간의 수다거리에 그치는 정도가 보통이다. 그에 비해 남성은 늙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 한 번 안티에이징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 점점 빠져드는 특성을 보였다. -p.65(1장. 건강표류)

  “오쿠다 씨도 불안한 적이 있으세요? 조금 안심이 되네요. 사실 저희 어머니는 원래 말씀이 많으신 편인데, 개호를 받는 처지가 되면서 가정봉사원이나 의사들에게 하소연을 자주 하세요. 그 뒤로 아프다, 아프다, 힘들다, 힘들다만 반복하시죠. 저렇게 아프다고 하시는 것을 보니 어디가 또 안좋아지셨나, 아들에게 말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한밤중에 비명을 지를 때도 있어서 잠도 잘 못 자요. 아마도… 아마도 제 안에서 뭔가가 터져 나와서…. 놀라지 마세요. 목이라도 졸라 죽여버릴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고… 정말 악몽 같았어요. 무서웠어요.” -p.77 (2장. 효도표류)

  “육아하는 아빠 모임 회원들은 서로 자식 자랑이나 육아의 괴로움을 나누지만 실제로는 다들 힘들죠. 그걸 숨기고 모임에서 만나면 긍정적인 이야기만 해요. 속으로는 ‘여기에 온 걸 보면
다들 같은 처지지 뭐. 힘들지만 열심히 하는 수밖에.’라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p.130 (3장. 육아표류)

  “남편이 육아에 신경 써주니 고마웠지만, 속으로는 일에 가장 힘을 쏟고 출세 코스를 밟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하기를 바랐죠. 그래서 한때는 일에서 도망쳐 육아에 매달리는 모습이 무척 걱정되었어요. 남편은 오해하고 있었나 본데, 제가 일을 그만둔 이유는 육아를 도와주시던 엄마가 돌아가셨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가 있어요. 둘째를 임신했던 무렵에 계장으로 승진해서 부하 직원 지도나 노무
관리까지 하게 되면서 원치 않게 중간관리자 역할까지 맡게 된 거지요. 또 엄마로서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싶기도 했고요.” -p.134 (3장. 육아표류)

  “이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제 결혼 동기가 불순했어요. 일도 술술 잘 풀리고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는데 가정을 꾸리지 못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주변에서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을까 싶어서 자존심도 상하고…. 그래서 미팅이나 결혼정보회사에서 여자들을 만나도 외모만 보고 단점만 찾았죠. 아내와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서로 의지하며 살고 싶다.’, ‘이 사람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결혼 해야겠다.’고 마음이 바뀌었어요.” -p.189 (4장. 애정표류)

  “전혀 달라요. 제가 고과를 받기만 하는 처지일 때도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상사는 왜 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을까’ 하는 불만이 있었어요. 그러면 저처럼 고과에 불만이 있는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하소연을 하면 기분이 좀 풀렸죠. 그런데 지금은 1차 고과자가 되었고, 부하를 평가하는 사람이 저 혼자잖아요. 고민을 털어놓으려 해도 상대가 없어요. 게다가 저도 부장님에게 고과를 받아야 하거든요. 아래에서 치이고, 위에서 누르고. 옛날보다 더 힘들어요.” -p.219 (5장. 직업표류)
 
■ 출판사 서평

   남자다워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어른이 되었다. 지금, 마흔은 새로운 벽에 부닥치고 있다.
 
일터와 가정에서 중년남성들은 표류하고 있다. 남자라는 이유로 타인의 시선에 구속되고, 다양한 문제에서 위협을 받는다. 마흔 중반에 접어들어 성적 능력이 감퇴하면서 매사에 의욕을 잃고 성 기능의 회복에 집착하다가 엉뚱하게도 불륜에 빠진 남자, 조직에서 잘나가다가 한직으로 밀려나면서 인생을 잘못 살아왔나 깊은 우울감에 빠지는 중간관리자도 있다.

결혼 압박에 짓눌려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저지르는 독신 남성도 있고, 속으로는 힘들어하면서도 ‘가정적인 아빠’를 연기하는 배경에는 생각지 못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남성이 자녀교육에 몰두하는 데는 사회에 설 자리가 좁아진다는 슬픈 현실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직업표류: 성과주의 시대, 누구나 닥칠 일로 준비해야

  남자들에게 불안의 근원은 무엇일까? 첫째도 일이고, 둘째도 일이다. 일본의 40대도 일자리가 불안하다. 정년퇴직과 연금을 누린 단카이 세대와 달리 그들의 자녀인 40대들은 한국 동년배와 마찬가지로 조기 퇴직과 비정규직에 내몰린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한 남자의 호소는 처절하다.

  “정규직이 못 된 게 내 탓이 아니라고요. 단카이 세대는 처음부터 우리 같은 사람들과 출발선이 달랐잖아요. 왜 우리는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를 당해야 하는 겁니까? 비정규직은 언제라도 쉽게 버려지잖아요. 정규직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요.”

  대기업의 기술직 과장은 인원감축을 남의 일로 여겼던 생각을 후회하기도 한다. 성장이 지지부진한 시대에 사회는 천천히 바뀐다. 개인들이 사회에 촉각을 세우고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저자는 여러 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남자들에게서 몇 가지 공통점을 찾았다. 한 가지는 조직과 자신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이다. 어떤 대단한 조직의 일원이라기보다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서 일을 대해야 한다.

  ○건강표류: 마흔 중반부터 갱년기, 외도의 속내

  갱년기는 여자만 겪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남자도 마흔 중반부터 몸의 변화를 겪는다. 남성도 20대를 정점으로 호르몬 분비가 줄기 시작해 몸과 마음의 불균형이 찾아온다. 대놓고 말하지 않을 뿐, 이런저런 조치를 취하는 남자들도 많다. 호르몬 약을 먹거나 탈모 치료를 받고 운동에 몰두하기도 한다.

  비록 치료 받은 결과일지라도 성 기능을 회복하면, 남자들은 엄청난 자신감을 얻는다. “남자로서 자신감이 생겨서 그런지 회사를 일으켜 세워야겠다는 의지도 불끈 솟았어요.”라고 솔직하게 표현한 취재원들이 많았다. 문제는 몸이 활력을 되찾으면, “아깝다”는 생각에 여성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처럼 갱년기에 접어든 아내는 외면하고, 젊은 여성을 만나는 일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한마디로 안티에이징(anti-aging) 열풍, 괜찮을까? “치료도 받지 않고 약도 먹지 않은 채 그냥 있으면, 그곳이 점점 약해져서 결국 성 기능도 쇠퇴하겠구나 싶었던 거죠. 늙음에 저항하고 싶었던 게 맞아요.”
이 답변자는 치료에 지나치게 집착한 결과 부작용으로 우울증을 앓았다. 약을 끊으니 몸 상태는 전보다 악화되었다. 

 ○ 가정표류: 육아남 전성시대-사랑인가, 집착인가

  한국도 육아 TV 프로그램이 인기다. 일본 문화 연구자들은 한국에도 일본처럼 육아남 열풍이 불 것을 진작부터 예견했었다. 그렇다면, 일본이나 한국에서나 아내들이 좋아하는 육아남의 실체는 무엇일까?

  최근에는 가정에서도 인정받는 남편이자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자녀교육서의 절반 이상은 아빠가 독자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여전히 남자의 ‘본업’인 생계는 잘 해결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지 않을까? 남자들은 이중적인 잣대를 느낀다.

  “육아남이 주목 받는 것은 어쩔 수 없지요. 그런데 사실 이제는 무섭기까지 해요. 언론과 방송에 육아남이라고 나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문직 프리랜서잖아요. 그 사람들처럼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고 해도 일반인이 똑같이 따라 하기는 어려워요. 평범한 회사원인 제가 육아에 힘을 쏟는 건, 출세 경쟁에 실패하면서 아내와 아이들에게라도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탓이 커요.”

  문제는 남자들이 자녀교육에 뛰어들면서, 아이들 교육에 올인한다는 것이다. 경쟁심에 아이들의 대리전이 되기 싶다. 또한 막상 아내들의 희망사항은 다른 곳에 있을지 모른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전통적인 성 역할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남편은 밖에서 일을, 아내는 집안일 하는 편이 낫다고 답한 여성이 절반 가까이 된다. 몇 년 새 10% 이상 증가했다. 더 치열해진 근무 환경 속에서 여성들은 피로감을 느끼는 한편, 남편이 직장에서 건재하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 곧 우리의 현실이 되는 효도표류와 애정표류

  아직 40대의 대다수는 백세시대에 부모를 돌보는 일의 어려움을 체감하지 못한다. 이 문제야말로 고령화로 몸살을 앓는 일본의 선례가 의미심장하다. 먼저 간호와 개호의 차이부터 알아야 한다. 간호가 환자의 병을 낫게 하려는 정해진 기간의 치료와 노력이라면, 개호는 치료 이후 식사, 배설, 청소, 세탁, 건강관리 등 일상생활을 돌보는 활동이다. 끝이 정해지지 않은 개호는 간호보다 더 힘겹다.

  일본에서는 주로 개호하는 사람(주개호자)이 남편이나 아들인 경우가 많다. 집마다 고령의 노인이 늘어서, 아내는 친정어머니를 돌보고, 형제자매 역시 각자 가정의 노인을 돌보는 상황을 상상해보길 바란다. 고령화 시대를 살고 있는 일본에서는 어떤 지혜로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있을까? 처음에는 효심에서 시작된 돌봄이 끔찍한 사건으로 귀결되기도 하므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한편, 애정표류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도 40세 남성 미혼율이 무려 15%로 집계된 바 있다. (2011년 9월 노동연구원 발표) 일본에서는 평생 미혼율이라는 통계를 발표한다. 평생 미혼이란 50세가 될 때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다. 일본 남성 5명 중 1명은 평생 미혼이다.

  저자는 미혼이 증가하는 이유가 만날 기회가 적거나 경제력 등 외부 요인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결혼을 하려는 이유가 중요하다. 단지 사회의 시선 때문에 해치우듯 하려는 결혼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깊어가는 겨울 밤. 밤을 잊은 중년의 사람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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