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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벤츠 부르신 분”…카카오택시 블랙 타보니

[사회] “벤츠 부르신 분”…카카오택시 블랙 타보니

  • 기자명 황천보
  • 입력 2015.11.0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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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이라고 생각하면 비싼 요금

 

[서울시정일보 황천보기자] “강남역 8번 출구로 모시러 가겠습니다. 문 열어드리겠습니다. 물 필요하신가요? 실내온도는 괜찮으세요?” 카카오택시의 한 모습이다.

기자는 3일 택시 서비스의 최고봉이라는 카카오택시 블랙을 탔다. 먼저 스마트폰 카카오택시 블랙을 이용하기 위해서 카카오페이 애플리케이션에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했다. 이름, 생일, 카드번호, 비밀번호 두 자리, CVC까지. 꽤 많은 개인정보를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카카오 택시의 호출은 조심해야 한다. 오후 3시께 강남역에서 을지로까지의 동선을 설정한 후 호출을 누르니 ‘예약완료 후 취소하면 8000원의 취소 수수료가 부과됩니다’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호출만 해도 8000원이라니, 언제든지 호출했다가 무료로 취소할 수 있는 기존 카카오택시와 비교해 신중한 판단을 요구한다.

5분, 10분이 지나도 택시는 도착하지 않았다. 한낮 강남역에서 20대가 넘는 택시의 구애를 거절하느라 이만저만 난처한 게 아니었다. 20분 후 정지하는 3000㏄급 검은색 벤츠 한 대. 차 지붕의 표시등이 없어 일반 승용차와 구분하기 어려웠다. 고급화를 추구하기 위한 전략이란다. 


“오래 기다리셨죠.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기사는 휴대폰으로 손님을 확인한 후 내려서 뒷 문을 열었다. 일반 택시들은 배회영업을 하지만 카카오블랙 택시 기사들은 일정한 위치에 지시를 받고 대기하는 구조다. 때문에 일반 택시보다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벤츠택시에 올라타니 새 차 냄새가 풍긴다. 실내는 넓고 아늑하다. 기사는 손님을 위해 생수와 실내화를 준비해 놓고 있었다. 가는 동안에도 여러 번 “실내 온도는 어떠세요”라고 묻고 앞 차가 급정거 할 때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또하나의 주의할 점은 서민은 타지마시라. 고급택시, 고급서비스인 만큼 가격은 무시무시하다. 8000원에서 시작했던 요금은 남산터널을 지나자 금세 2만원으로 불었다. 차 내에 미터기는 설치돼 있지 않고 요금은 카카오택시 앱으로 실시간 확인한다. 기사는 “일반 택시는 LPG 가스를 이용하지만 이 차는 휘발유를 사용해서 안전하다”며 “차 값만 해도 일반 차의 4~5배”라고 설명했다.

아무래도 낮 시간보다는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밤 시간, 번화가에서 유용하다. 택시 기사들도 모두 서류, 면접전형을 통해 엄격하게 뽑은 ‘승무원’들이니 택시범죄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기사는 “마케팅 타깃이 '여자분들 안심택시', '외국인들 친절택시', '기업체 임원들 영업택시'로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의 처우는 ‘블랙(고급)’이 아니었다. 카카오택시 블랙의 기사들은 24시간 영업을 한 후 다음날은 쉰다. 일반 택시기사들은 2교대로 최대 12시간 영업을 한다. 휴식시간이 최대 7시간이라지만 콜을 많이 받으면 인센티브가 많아지기 때문에 무리한 운행을 할 우려도 있다. 기사는 “기본적으로 사납금이 아닌 월급제지만 많이 운영하면 그만큼 더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택시회사나 다음카카오에서 기사에게 제공하는 혜택도 적다. 출발 전, 도착 후 고객과 통화하는 비용은 모두 기사의 몫이다. 운영시간 내내 켜 놓아야 하는 지도앱의 데이터 비용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택시 출범 당시 KT에 가입한 기사가 회원이 되면 손님의 콜을 대기하는 동안 데이터 요금을 과금하지 않았던 것과는 다르다. 기사는 “한 달 간 택시운영을 해봐야 알겠지만 아무래도 무제한 요금제를 써야할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예상 소요 시간과 비슷한 28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요금은 2만7000원으로 일반 택시비 평균 1만2000원(다음지도 기준)의 두 배 수준이다. 요금은 카카오택시 앱에 미리 등록한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됐다. 다음에 카카오택시 블랙을 이용해도 카드를 재등록할 필요가 없다.

결제의 편리성을 꾀한 것이겠지만 카카오택시 블랙 서비스를 자신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존재한다. 본인카드 정보가 저장돼 있기 때문에 밤늦게 친구나 가족을 위해 카카오택시 블랙을 불러줄 수는 없다. 택시를 부르더라도 돈은 자신의 카드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택시를 이용하는 손님에게 기분좋은 경험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기사는 도착 후에도 문을 열었고 손님이 떠날 때까지 출발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다양한 목적을 위해 고급택시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택시 산업 전반의 수요 확대와 다변화에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포커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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