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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석의 시시콜콜] 백세시대 무서운 것은 경제력, 체력, 다음으로 스마트폰...포노사피엔스

[서인석의 시시콜콜] 백세시대 무서운 것은 경제력, 체력, 다음으로 스마트폰...포노사피엔스

  • 기자명 서인석 논설위원
  • 입력 2019.11.22 10:21
  • 수정 2019.11.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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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호모사피엔스’이고 그의 자식들은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스마트폰이 뇌이고 손인 사람들 ‘포노사피엔스‘이기 때문

 

[서울시정일보] 백세시대 무서운 것은 경제력, 체력, 다음으로 스마트폰이다.

어느 집안 가장이 힘들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간다.
스마트폰으로 비밀번호를 누르니 문이 열린다.
안으로 들어간 아버지 집안에는 아무도 없는걸까?

거실로 들어오니 아내가 주방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고 엄지손가락으로 무엇을 하며 웃는다. 아마도 오늘밤 자신이 만든 요리를 찍어 올렸을게다~~
그리고 좋아요~ 엄지 손가락수를 세며 저렇게 웃고 있겠지? 
실제로 얼굴도 목소리도 한 번도 못 들어본 가상의 아바타를 보며...

집안 거실 앞에 들어온 가장이 말을 한다. “나 왔어~”
일 마치고 들어온 남편의 목소리를 귀로만 듣고 아내의 눈은 계속 스마트폰을 향해 있다.

남편도 역시 한 손엔 스마트폰을 들고 카톡인지 문자인지 모를 것에 대한 답을 하며 마누라 얼굴을 쳐다보지는 않고 있다.“여보~월급 입금 됐지?“ ”응~~폰에 떳어~~“

어렵게 시험관으로 낳은 아들이 있는 공부방으로 들어간다 ” 아들~ 아빠 왔다“
아들은 입으로만 건성으로 대답한다. ”응~아빠~~“역시 아들의 눈은 스마트폰에 향해있고 두 엄지손가락은 분주하다~”

아버지도 아내도 아들도 눈은 전부 스마트폰을 향해있다.

시골에서 할아버지가 올라오셨다.
새로 아파트로 이사 간 아들집을 찾아 오신게다.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미리 전화도 안했다. 내가 짠하고 나타나면 얼마나 좋아할까?
매일 보고 싶은 우리 집 내 새끼, 우리 집 제사를 지내줄 단 하나뿐인 우리 집 대를 이을 내 손주~ ‘이대독자‘

며느리에게 전화한다. 시아버지에게 전화 받은 며느리는 카톡으로 주소만 보내온다.
현관 입구의 비밀번호와 함께...지금 에스테틱 이라며 집에 들어와 계시라고.....
에.스.테.틱? 전화도 못 받을 정도로 중요한 일을 하나보다.

저녁때 아범과 손주와 함께 맛있는 스파게티를 먹자한다. 스파게티? 아 그때 먹었던 히멀건한?  빠다 섞은 국수? 다행이다~ 가방에 소화제를 챙겨 와서...

아침도 대충 때우고 서울 외동 아들집을 찾아오신 할아버지는 시장 끼를 느낀다.
그리고 터미널 안에 패스트푸드 체인점으로 향한다.
메뉴판을 기웃거리다 햄버거 한 개를 주문하자 “자판기에서 주문하라는 말만 듣는다.
자판기 앞에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려 순서가 된 할아버지는 자판기에서 침침한 눈을 찡그리며 이것저것 눌러보지만 결재는 안 되고 계속 주문하라는 안내만 뜬다.

결국 주문을 포기한 할아버지는 뒤 쪽에 젊은이에게 햄버거 한 개만 주문해 달라한다.
짜증내는 젊은이는 “아이참 할아버지 그냥 국밥이나 사 드세요~~”라며 번개처럼 손가락을 놀려 주문을 해준다.

조그만 종이 쪼가리를 들고 이제나~저제나~나오려나? 기다리다가 아르바이트생에게 몇 번이고 물어본 아버지는 햄버거 한 개를 받아들고 빈자리를 찾지 못해 서성인다.
결국 빈자리를 찾지 못해 손가방에 햄버거를 우겨넣고 다시 택시정류장으로 향한다.

택시는 많이 서있으나 전부 스마트폰앱으로 예약한 택시뿐. 몇 십분이 되도록 택시 승강장에 서있던 아버지는 몇 번이고 아들에게 전화해보지만 아들의 핸드폰을 어느 나라 가수인줄 모르는 노래 소리만 들릴 뿐이다.
손주에게 다시 전화 해보려하지만 자존심이 상한다. “할아버지 그것도 못해요?” 라는 핀잔이 듣기 싫어서다.

할아버지는 다시 터미널로 가서 고향집으로 가려하지만 표가 없단다.
"저렇게 빈자리가 많은데 표가 왜 없냐구~" 했더니 전부 예약이 됐단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가족들의 누구도 잘못은 없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의 가족에게 예약 없이 올라오셨으므로 이 가족들의 일상을 깼다.
금이야 옥이야 논 밭팔아 외국유학까지 보낸 외동아들은 회의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다.
며느리도 비싼 돈 주고 월정권을 끊은 에스테틱 예약을 했다.
그 예약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오셔도 깰 수 없다. 한 번 예약을 깨면 그 돈과 더불어 포인트점수가 날라간다.

하나뿐인 손주도 할아버지가 답답할 뿐이다. 바보도 아닌데 그 쉬운 걸 몇 번이고 물으신다.
이젠 포기했다. 그리고 가끔 무슨 조상님 제사~~제사 말씀하시는데? 그걸 왜 할까? 하는 생각이다..

패스트푸드점도 마찬가지, 택시예약도 마찬가지, 터미널 예약표도 마찬가지, 전부 다 누구의 잘못도 없다. 그럼 할아버지의 잘못이겠네? 그것도 아니다.

할아버지와 자식들은 이미 인류 ‘종種‘자체가 틀려서다.
할아버지는 ‘호모사피엔스’이고 그의 자식들은 스마트폰이 낳은 신인류, 스마트폰이 뇌이고 손인 사람들 ‘테그도 포노사피엔스‘이기 때문이다.

백세시대 무서운 것은 경제력, 체력, 다음으로 스마트폰이다.
난 스마트폰 2년 할부 약정도 안 끝났는데 신형 나왔다는, 공짜로 스마트폰을 바꿔주겠다는 마음씨 착한? 내 얼굴도 모르면서 “고객님~~~사랑합니다” 라는 그 미지의 여성의 목소리가 무섭다.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전화했을까?

난 아직도 스마트폰으로 전화하고 문자하는 것, 그리고 가끔 유튜브로 가수 남인수선생 노래를 듣는 것 외에는 없는데, 왜 자꾸 신형이 나올까? 지금 이 스마폰도 아직 기능을 다 모르는데....

옛날에는 호환 마마가 제일 무서웠는데 지금은 스마트폰이 제일 무섭다.

[서울시정일보 논설위원 서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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