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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칼럼]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기억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섬진강 칼럼]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기억에 남은 것은 무엇인가?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19.11.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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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일보] 사람들마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나서, 또는 한 권의 책을 읽고 느끼는 감흥과 기억에 남는 장면이 다르겠지만, 한파가 몰아친 초겨울 저녁 내내, 어쩔 수 없이 볼 수밖에 없었던,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를 시청하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이 뭐냐고 자문해보면, 딱히 떠오르는 장면이 없다.

대통령을 위한 “국민과의 대화”를 시청한 소감을 솔직히 말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엮여서 보기 싫은 영화를, 그것도 2시간짜리를 다시 재탕으로 본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책으로 비유하면 마치 예전에 한 번 읽고 실망했던 아무런 감흥도 없고 재미도 없는 참 읽기 싫은 책을 다시 억지로 읽은 그런 느낌이었다.

낮에 감기약을 지으려 구례읍에 나갔다가 만난 지인이 국민과의 대화를 본 소감을 묻기에, 잠시 내 기억에는 뭐가 있는지를 생각을 해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성별 임금 격차가 부동의 1위다. 한국 상위 100대 기업의 평균 임금은 남성 7700만원, 여성 4800만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저 같은 여성 청소년들이 생각하기에 너무 암울하다. 대통령님은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여중생인 최인화 학생 하나뿐 특별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참가자들 가운데 대통령에게 질문을 할 선택을 받은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한풀이를 민원으로 들고 나왔거나,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이른바 자기 자랑질을 위한 것일 뿐, 제대로 된 질문은 최인화 학생뿐이었다.

부연하면 중학생의 질문은 핵심을 잘 메모한 것으로 흠잡을 데 없이 야무지고 한마디로 똑 소리가 났었는데, 대통령의 답변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손녀뻘인 여중학생의 답에 저걸 답이라고 하느냐는 탄식이 절로 날 정도로 형편없었다.

사실 나는 학생의 질문을 듣는 순간, 대통령의 답이 뭘까 하고 긴장하며, 리모컨을 찾아들고 TV소리를 키우면서, 최소한 인권과 사람이 먼저라는 말로 대통령이 된 정치인 이전에, 할아버지가 손녀의 고민에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재의 과제와 변화시켜나가야 할 미래를 현명하게 이야기해 줄 것으로, 그 정도는 기대를 했었는데, 결과는 대 실망이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국민과의 대화”가 만족스러웠다고 자평했지만, 청와대 참모들이 기획한 대통령을 위한 국민과의 대화라는 제하의 TV쇼를 예고했을 때, 실익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자신이라면 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던 전 청와대 행정관 탁현민의 예언만이 새삼 눈부시게 빛났을 뿐이다. 

덧붙이면, 대기업은 고사하고 일반적인 중소기업의 기획팀이라 해도, 굳이 실행하지 않아도 상황이 어떠할 거라고, 손바닥을 보듯 빤히 예측되는 기획을 명색이 청와대 참모들이 강행한 의도를 찾자고 한다면.....

“국민과의 대화”는 문재인 정권이 간절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즉 정국을 예측불허의 소용돌이로 만들고 있는, 본회의 처리가 임박한 선거법개정안과 검찰개혁법안의 통과를 위해, 야당을 압박하는 여론몰이를 위한 기획이었고, 의도는 충분히 성공했다는 것이 촌부의 판단이다.

최인화 학생뿐이라는 내 이야기를 듣고 “뉘 집 딸인지 참 똑똑하고 나중에 크게 되겠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지인에게, 기억에 남는 게 뭐냐고 되물었더니, 잠시 망설이다 “배철수하고 문재인 대통령 둘이가 계사생(癸巳生, 1953년생) 뱀띠 동갑이라는 것 하나는 이번에 확실하게 알았다.”고 하는데, 듣고 보니 말 그대로 현답(賢答)이고 명답(名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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