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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미국에서 수행자로 산다는 것

[독자기고] 미국에서 수행자로 산다는 것

  • 기자명 김상록 논설위원
  • 입력 2019.11.18 19:05
  • 수정 2019.12.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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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나한'이라는 미국명에서 출가 후 '현안'이라는 불명으로 살아가는 독자의 투고글
- 저자는10년 전 아메리카 드림을 찾아서 미국으로 무작정 이민
- 불교 참선 만나 사업가에서 출가자로 새 인생 시작
- 미국내 동양문화 및 종교 관심 높아, '크리스챤-부디스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

[서울시정일보] 10년 전 큰 이민 가방 두개만 들고 무작정 미국으로 왔다. 인생 한번 사는데, 남들이 하라는 대로 직장생활 하다가 결혼해서 지지고 볶고 살고 싶지 않았다. 달랑 오래된 노트북 하나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아무런 금전적인 도움 없이 홀로 연간 매출 20억을 넘기는 기업을 키워냈다.

미국 위산사에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사람들이 모여 참선 수행을 한다.
미국 위산사에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사람들이 모여 참선 수행을 한다.

그런 와중에 7년 전 무료 참선 교실에 가게 되었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고, 마음은 허전했고, 왜 하는 일이 잘 안 풀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처음 참선을 시작했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직 불편한 결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기만 하였는데 심신의 변화가 급속도로 오기 시작한 것이 너무 신기했다. 사업도 술술 풀리기 시작했고, 마음도 점점 더 편안해 졌고,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여름과 겨울에는 하던 사업도 뒷전에 두고, 절에 아예 들어가 살면서 선칠 수행 (한국의 안거와 비슷함)을 하였다. 그렇게 절에 들어가 버리면,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큰 주문을 했고, 인터넷에서 우리 회사 제품은 대박을 쳤다. 돈은 적당히 필요한 만큼 생겼다.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차 한대 뽑을 만큼 돈이 생기고,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으니 갑자기 인터넷 판매가 급증해서 큰 집도 살 수 있게 되었다. 강아지 한 마리 있었으면 했더니, 출장 다녀왔을 때 마당에 강아지가 들어와 살고 있었다. 천주교인 멕시코인 직원이 이런 패턴을 알아차리고 회사에 자금이 더 필요할 때면 회사에 요즘 자금이 좀 더 필요하니 절에 더 자주 가라고 할 정도였다.

 

이렇게 좋은 수행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큰 스님의 허락을 얻어 4년 전부터 활발히 참선 교실을 운영했다. 미국인, 유럽인, 중남미인, 중동인, 동양인, 천주교인, 기독교인, 이슬람교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선 교실에 찾아왔고, 열심히 수행한 이들의 인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런 사람들의 심신의 변화가 이들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하니, 수행을 소개하는 일이 사업보다 더 중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수행에 점점 더 몰입할 수록 사업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이 귀찮아졌다. 매일 절에서 스님들하고 함께 점심 공양(식사)을 하고, 매주 참선 교실을 운영하고,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참선 워크샵을 열고, 잡지에 명상을 대한 글을 쓰고, 술과 육식, 오신채는 이미 몇 년 전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끊어져 버렸다. 게다가 수행하는데 몸을 너무 편히 하면 도움이 안되니, 넓은 집이나 돈도 점점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게 출가를 하게 되었다. 여기 미국 위산사에서는 한국과는 달리 스님들과 재가자들의 거리가 크기 않고, 우리 출재가자들은 모두 함께 수행하는 도반일 뿐이다. 미국 도량에서 14명의 스님들이 함께 생활하는데, 이들 중 큰스님과 한국 스님 2분을 빼고는 11명 모두 함께 수행하던 재가자 도반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예의범절을 심하게 갖추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자기 표현을 할 수 있고, 원래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 수 있는 미국에서 출가자로 수행하는 것은 큰 장점이 있다. 미국 승가 안에서도 위아래가 있고, 계율도 확실히 지키며 살지만, 한국과는 달리 내 의견을 눈치 보지 않고 말할 수 있고, 걸림없이 편하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 말고 행동이 다르면 번뇌 망상이 되기 때문이다.

 

출가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큰 스님이 해주셨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돈 걱정을 시작하면 네 수행은 끝장이다. 그럼 절대 깨달을 수 없다. 이제부터 넌 수행에만 집중하면 된다. 너희들은 세속의 때 묻히지 말고, 청렴하게 살면서 수행만 하면 된다.”

 

큰 스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면서 오늘도 수행 정진한다. 그리고 비록 미국에서 출가했지만, 앞으로 한국 출재가자들과 함께 교류하고 배워서, 내 안에 있는 한국 불교의 씨앗을 싹 틔우고, 대승 불교의 꽃을 활짝 피울 것이다.

'샤나한'은 '현안'스님이라는 새 이름을 받았고, 출가전 해오던 재가자들의 명상 수련을 도움과 동시에 한국과 미국의 불교 교류를 위해 힘쓰고 있다.
'샤나한'은 '현안'스님이라는 새 이름을 받았고, 출가전 해오던 재가자들의 명상 수련을 도움과 동시에 한국과 미국의 불교 교류를 위해 힘쓰고 있다.

 

미국 LA 위산사 현안 스님 xianan@chanpurelan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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