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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고향 지금은] 들녘은 황금빛, 마음은 설렘…온가족 모일 생각에 흐뭇

[우리들의 고향 지금은] 들녘은 황금빛, 마음은 설렘…온가족 모일 생각에 흐뭇

  • 기자명 황천보
  • 입력 2015.09.2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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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군 ‘의좋은형제마을’의 추석맞이 풍경

 

풍요로운 ‘의좋은형제마을’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 전형적인 우리 농촌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시정일보 황천보기자] 우리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 동안에는 국민 3200만여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가족을 만나기 위한 대이동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코 앞의 추석은 조용한 농촌마을도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객지에 나가 살고 있는 아들·딸 맞이 준비로 분주하기는 충남 예산군의 ‘의좋은형제마을’도 마찬가지다. 

 

형은 아우에게, 아우는 형에게 서로의 볏단을 전해주며 우애를 나눴다는 의좋은 형제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들이 살았던 ‘의좋은형제마을’. 행정구역상으로는 충청남도 예산군 대흥면 일대를 가리킨다. ‘의좋은형제마을’의 추석맞이 풍경을 김선향 마을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둘러봤다.

추석을 앞두고 들녘은 황금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농민들은 수확을 앞둔 작물들의 마무리 관리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올해는 일조량이 좋아서 벼농사 작황은 괜찮은 편이네요.” 마을에서 만난 장태선 씨는 이대로라면 풍년이 예상된다며 웃음을 보였다.

곧 수확을 앞둔 벼를 살펴보고 있는 농민 장태선 씨(왼쪽)와 신선두 씨. 잘 여문 벼를 바라보는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다만 올 여름은 큰 태풍없이 지나가는 바람에 현재 예산군 등 중부지방으로는 강우량이 다소 부족한 상황이다. 이날도 장태선 씨 등은 저수지의 물을 끌어다 논에 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농민 장태선 씨에게 추석은 기다려지는 날이다. “춘천, 충주에 살고 있는 아들 딸들이 내려와요. 조용했던 집이 시끌시끌해질겁니다.”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지 말하는 장태선 씨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간다.

‘의좋은형제마을’은 슬로시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9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마을은 관광객들을 위해 다양한 생태문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해설사도 같은 이유로 양성하기 시작했다.

김영제 어르신이 볏단을 이용해 짚공예 작품을 만들고 있다.

또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만들어 솟대, 짚공예, 천연염색, 손바느질, 천연비누 등 주민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마을의 노력은 최근 농림축림식품부가 진행한 제2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문화복지부문 국무총리상 수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짚공예는 의좋은 형제의 우애를 상징하던 볏단을 활용해 만든 마을의 대표상품이다.

올해 여든다섯의 김영제 어르신은 짚공예로는 이 마을의 터줏대감. 김 어르신에게 추석은 지난 어린시절이 생각나게 하는 날이다.

“우리 어렸을 때는 배불리 먹을 수가 없었거든. 쌀밥먹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그런데 추석이면 갓 수확한 쌀로 지은 쌀밥을 먹을 수 있었지. 그게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손으로는 연신 짚을 꼬아가며 얘기를 풀어놓는 김영제 어르신.

“60년전 그때는 생활에 필요해서 며꾸리(짚으로 만든 그릇), 삼태기, 멱쟁이(멱서리의 사투리)를 만들어 썼는데 지금은 이것들이 공예품이라네.” 허허 웃는 모습에는 세월의 흐름따라 변해 간 모습에 대한 아쉬움도 담겨 있다.

추석 연휴 부모님 손을 잡고 할아버지 댁을 찾을 손자 손녀를 위한 장난감을 만드느라 김영제 어르신의 손은 어느 때보다 바삐 움직인다. “손주들 재롱 볼 생각에 기다려지는 거지 뭐.” 짧은 한 마디에 추석을 기다리는 어르신의 기대감이 묻어났다.

밤나무에는 가지마다 햇밤이 주렁주렁 열렸다.

‘의좋은형제마을’ 뒷편에는 봉수산 자연휴양림이 위치해 있다. 휴양림으로 향하는 길목에 잘 익은 밤송이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밤나무들이 눈에 띈다. 김선향 해설사가 미리 추석인사를 하러 외삼촌댁을 들른 조카 내외와 함께 햇밤 털기에 나섰다.

김선향 해설사와 조카 내외가 햇밤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김선향 해설사에게 추석은 출타한 9남매가 모이는 설레는 시간이다. “제가 9남매 중 일곱째거든요. 고향을 떠난 오빠들이 명절이면 내려오죠.”

태어나 한 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 없는 예산토박이 김 해설사와 달리 다른 남매들은 모두 새로운 곳에서 둥지를 틀었다.

“예전에야 도시로 떠났던 식구들이 고향집을 찾는게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역귀성하는 어른들도 제법 많아요. 그래도 아직은 조용했던 시골마을이 명절만 되면 북적북적해지죠.” 도시 손님을 맞이하는 농촌은 그래서 더 바쁘다.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가는 수확의 계절이다. 예부터 일년 중 가장 풍요롭고 풍성한 때가 추석 즈음이라고 했다. 일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것도 음력 8월 15일인 추석때이다. 쪽빛 하늘은 더욱 높아지고 들녘은 점점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시기. 올해도 어느새 추석이다. {기사 사진제공 문화체육관광부}

황금빛으로 변해가고 있는 농촌의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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