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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뉴스] “최고의 시간”…꽃보다 아빠의 육아일기

[공무원 뉴스] “최고의 시간”…꽃보다 아빠의 육아일기

  • 기자명 장민주
  • 입력 2015.08.2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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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하는 아빠 ‘꽃보다 아빠’ 육아 나눔 실천 사례

 

권성욱 씨 부인과 딸.

[서울시정일보 장민주 기자] “최고의 시간”…꽃보다 아빠의 육아일기를 소개한다.

 

“아이와 씨름하다 가족의 소중함 깨우쳐”

권성욱 씨 부인과 딸.

본인 소개 부탁 드려요.
울산 토박이로 현업은 지방 공무원입니다. 맞벌이 부부로 아내와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육아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맞벌이 부부지만 형편상 아이를 부모님이나 다른 곳에 맡길 수 없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빠 육아를 시작하게 됐죠. 처음에는 어렵기도 하고 부담도 됐지만, 지금은 주부 아빠로 익숙해져 있답니다. 딸 나은이도 평소 엄마 품만 찾다가 엄마가 회사일로 집에 못 들어오는 날이면 아빠 품에 안겨 새근새근 잠을 자곤 합니다.

 

나은이가 아빠를 참 좋아하나 봐요.
10분 창의놀이 덕분인 것 같아요. 특별한 준비물 없이도 할 수 있는 놀이거든요. 예를 들어 스케치북, 색연필만 있어도 미로 찾기, 틀린 그림 찾기 등 놀이를 할 수 있습니다. 요즘도 나은이를 위해 잠깐의 준비만으로 즐길 수 있는 놀이를 항상 구상하고 있습니다.

 

육아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으셨나요.
제가 가장 서툰 일이 요리입니다. 그래도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에게 맛있고 다양한 요리를 먹이고 싶어 요리책을 보고 도전했습니다. 첫 요리가 핫케이크인데, 그야말로 졸작이었죠. 블로그에 올렸더니 어느 분이 “이렇게 만들기도 힘들겠다”고 하시더군요. 하하.

 

육아를 하는 데 있어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직장의 배려 부족이더군요. 특히 아이가 아플 때 어디 맡길 곳도 없고, 육아와 일을 병행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예전에 품앗이처럼 서로를 돕던 배려심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되길 바랍니다.

 

육아를 준비하는 아빠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주세요.
어떤 이는 모성애는 본능이요, 부성애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부성애 또한 인간의 본능입니다. 나와 가족을 놓고 내가 가족보다 우선인가, 가족이 나보다 우선인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내가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듯 아내와 아이들 역시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합니다. 가족은 나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항상 가족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가족을 존중하며 가족을 위해 나를 희생해야 합니다. 그럼 가족들도 나에게 감사하고 나를 존중할 것이며 나를 위해 희생할 것입니다. 

 

“육아의 즐거움 더 많은 아빠가 맛 보기를”

정민승 씨와 아들.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손주를 잠깐씩이라도 돌봐줄 어른들이 모두 멀리 계시고, 아들을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다 큰 아들을 ‘웬수’라고 부르고, ‘자식 효도는 다섯 살까지’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릴 때 시간을 같이 보내면 커서도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보험에 든다는 생각으로 휴직을 했습니다.

 

기자라는 직업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일인데 집에서 답답하진 않으셨나요.
무엇보다 육아 고독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아들이 말을 하기 전이라 하루 종일 ‘우’, ‘아’, ‘와’ 같은 정글북 수준의 이야기만 하다 보니 성인과의 대화에 목이 많이 말랐죠. 그런 날들이 반복되니 입에 거미줄이 생기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떤 때는 텔레마케팅 직원이랑 한참 통화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돌볼 때 기자로서 ‘기질’을 발휘하셨다고요.
아빠 육아의 요체는 체력과 뻔뻔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육아는 아이와 잘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8할은 해결됩니다. 웃으면서 땀나게 뛰어논 아이는 잠을 잘 자고 잘 먹고 잘 쌉니다. 푹 못 자고, 안 먹는 아이랑 씨름하느라 엄마 아빠들이 고생하시는데요. 즐겁게 놀게 하는 게 약입니다. 또 육아 우울증에 걸리지 않으려면 주변 아기 엄마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철판 얼굴도 필요합니다.

 

철판 얼굴로 중무장했음에도 육아하면서 힘드셨던 점이 있나요.
육아를 하는 아빠를 아무래도 희귀동물 보듯 하는 주변 시선 때문에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더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들이 첫돌을 넘겼을 즈음 아들 또래들이 있는 곳을 찾아 문화센터에 간 적이 있습니다. 아들을 무릎에 올리고 동요에 맞춰 같이 박수 치고 몸 흔드는 시간이었는데 제가 엇박자를 내고 아들은 완전 따로 놀면서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아기 엄마들이 어찌나 웃는 것 같은지, 몸도 뻣뻣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빠와 함께하면서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아들놈이 낯을 안 가립니다. 처음 보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금세 가서 안기고 따라갑니다. 아들을 안아본 많은 사람들이 “아들 순하다”, “애 보기 편하겠다”, “육아휴직 날로 먹는구나” 하시죠. 육아휴직 하는 동안 아빠가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여러 환경에 노출시키고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한 덕분인 듯합니다.

 

복직 후에도 ‘편파적 육아일기’를 연재하고 계신데요. 앞으로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세요.
“아빠가 직접 키워보니 육아가 쉬운 게 아니더라”, “회사에 빨리 돌아가고 싶더라” 같은 이야기를 아빠 입으로 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아빠들이 육아에 뛰어들어 이 즐거움을 맛볼 수 있기를, 그래서 엄마들이 계속 일할 수 있기를, 더 많은 아이들이 아빠와도 친하게 지내면서 덜 방황하기를, 그래서 세상이 좀 더 밝아지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생겼네요.

 

아빠 육아 활성화를 위해 사회의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가장 시급한 것은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기업들의 전향적인 자세도 필요합니다. 아빠들에게도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쓰게 하는 법적 장치가 나오면 어떨까 싶습니다. 또 경제적인 이유로 조기에 복직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육아휴직급여 지급액을 늘리면 좋겠습니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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