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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칼럼] 콩깍지로 콩을 삶고 있는 검찰개혁을 보면서

[섬진강 칼럼] 콩깍지로 콩을 삶고 있는 검찰개혁을 보면서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19.10.0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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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검사들 몇을 내세워서, 국가의 근간인 검찰조직을 없애버려도 할 말이 없는 적폐의 조직으로 매도하며, 물어뜯게 하고 있는 것은, 이이제이(以夷制夷)와 차도살인(借刀殺人)의 전형적인 술책
-“문재인 정권이 아니고 조국 정권”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를, 뼈아프게 깨달아야

구름사진은 섬진강 하늘마당에서 담은 것
구름사진은 섬진강 하늘마당에서 담은 것

[서울시정일보] 나의 적으로 하여금, 나의 적을 친다는 의미를 가진, 오랑캐로 오랑캐를 친다는, 유명한 이이제이(以夷制夷)의 고사는, 병법(兵法)과 외교는 물론 오늘날엔 기업의 경영과 시장경제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계략으로, 남의 칼로 적을 죽이는 것 즉 남의 힘으로 상대를 죽인다는 차도살인(借刀殺人)이 있다.

나와 적대적인 다른 세력을 이용하여, 당장 위협이 되고 있는, 또 다른 세력을 제거한다는 이이제이의 계략을, 좀 더 알기 쉽게 설명을 하면, 불을 지펴 보릿대로 보리를 구워먹고 콩깍지로 콩을 삶아먹는 것으로, 지극히 흔하고 일상적인 평범한 삶의 지혜다.

“콩깍지로 콩을 삶는다.”는 고사는 조조(曹丕187년 ~ 226년)의 큰아들 조비가 벌이는 골육상쟁의 칼끝에서, 간신히 목숨을 구한 둘째 아들 조식(曺植192년~232년)의 “콩깍지로 콩을 삶으니 콩이 솥 안에서 울더라.”는 칠보시(七步詩)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 콩깍지만큼 콩을 삶는데 유용한 것은 없다.

본래 콩이라는 것은 줄기와 이파리들이 가을볕에 바짝 말라 열매가 터지기 전의 것들을 수확하여 마당에 다시 널어 말린 뒤 도리깨질로 털어서 거두는 탓에, 콩대와 콩깍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을날, 아주 좋은 불쏘시개이며 땔감이다.

부연하면 이 글을 읽는 사람들 가운데, 6~70년대를 산골마을에서 보낸 이들은, 여름날에는 마른 보릿대로 불을 지펴 덜 익은 밀·보리를 구워먹고, 가을날에는 마른 콩깍지로 콩을 구워먹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작금 문재인 정권이 정치를 하는 검찰을 개혁하자고 하면서, 정치권을 향하여 온 몸으로 추파를 던지고 있는 가장 정치적인 검사들 몇을 내세워서, 국가의 근간인 검찰조직을 없애버려도 할 말이 없는 적폐의 조직으로 매도하며, 물어뜯게 하고 있는 것은, 이이제이(以夷制夷)와 차도살인(借刀殺人)의 전형적인 술책이며, 콩깍지로 콩을 삶아먹는 좋은 표본이다.

정부와 관계자들은 절대로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지만, 노골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고 있는 검사들로 하여금, 검찰조직 자체를 적폐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법무장관 조국이 자신과 가족들을 향한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를 감춘 것으로, 오랑캐로 오랑캐를 치는 이이제이의 계략이다.

작금 조국과 그 가족들의 검찰수사로 첨예한 현안이 돼버린 검찰개혁에 대하여, 다 좋은데 그 시행이 왜 하필이면 지금이냐는 의문을 던지면, 선지자들의 예언처럼 쉬쉬하며 떠돌고 있는 소문들이, 사실로 맞아떨어지고 있는 현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그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소리만을 들으며, 안하무인인 문재인 대통령이 알아야 할 것은, 제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여도, 그 의도가 불순하면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만다는 사실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자신은 물론 정권 자체가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은, 저잣거리 밑바닥에서 쉬쉬하며 떠돌고 있는 “정수기와 그 남자의 이야기”를 넘어, “문재인 정권이 아니고 조국 정권”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를, 뼈아프게 깨달아야 한다.

저잣거리 민심이 대통령 문재인과 장관 조국의 관계를, 법률적 국가수반인 미얀마 원 민 대통령과 실질적 통치를 하고 있는 국가자문위원회 위원 겸 외교장관인 아웅산 수지의 관계처럼,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잘 알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의 주인공인 조고(趙高)와 호해(胡亥) 황제의 관계, 미얀마 대통령 원 민과 외무장관 아웅산 수지의 관계, 그리고 우리들이 탄핵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 이 가을 온 나라 국민들이 신물이 나게 보고 듣고 있는 문재인과 조국의 관계를 보면, 사람의 사악함과 어리석음은, 어느 나라에나 있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다는 사실이다.

끝으로 게재한 구름사진은 섬진강 하늘마당에서 담은 것이다. 현대 한국 정치사에서 시대의 풍운아로 살다간 운정(雲庭) 김종필 옹이 말한 “정치는 잘하면 국민이 그 열매를 따먹지만 정치인 본인에게는 허업(虛業)이다.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게 정치인의 희생정신이지 정치인이 열매를 따먹겠다면 교도소 밖에 갈 데가 없다”는 말을 여기에 놓는다.

섬진강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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