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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년 한국인 의식주 변천사] 덥다 더워. 빙과류의 진화

[광복 70년 한국인 의식주 변천사] 덥다 더워. 빙과류의 진화

  • 기자명 편집국
  • 입력 2015.06.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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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를 울렸던 아이스께~끼!…여름 추억과 함께 골라 먹는 재미

[서울시정일보 편집국] 올여름에도 사람들이 빙과류를 엄청 찾을 거야.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날씨가 무더워지면 아이스 제품만한 것도 없으니까. 손자 녀석은 벌써부터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야단이네. 그동안 빙과류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말해볼까 싶어.

 

예전엔 얼마였을까? 아이스께끼 사세요! 2008년 여름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 교련복에 선도부 배지를 단 차림으로 등장한 빙과류 장수.(사진=동아DB)

광복의 그날, 광복이 뭔지도 모르던 열 살짜리 소년 구보는 어른들을 따라 거리에 나가 만세를 불렀지. 그날도 햇볕이 쨍쨍했어. 내가 땀을 너무 흘리자 아버지는 구루마(손수레)로 가서 얼음과자를 사주셨어. 너무 맛있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후딱 해치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설사가 시작돼 호떡집에 불난 듯 계속 변소를 왔다 갔 다 했어. 그때의 얼음과자는 먹고 나면 배탈이 많이 났는데 대장균이 우글거렸기 때문이었을 거야. 나중에 보니 그 무렵 신문 사회면엔 불량 얼음과자 기사가 어김없이 등장해.

 

1950년대도 마찬가지였는지 당시 보건부에서 엄중 단속한다는 신문 기사도 있어. “빙과업자 등 시급(時急) 신고 수속하라. 요사히(요사이) 빙과 빙수를 비롯하여 위생상 불결한 원료 유해 유독한 색소향료 감미 사용한 각종 음식 판매하고 다구나(더구나) 하등의 위생상 장비도 가추지 안고 잇슴(갖추지 않고 있음)에 비추어 보건부에서는 엄중히 단속하기로 되엇다 한다.”(1951년 6월 7일자 동아일보).

업자들이 비용을 아끼려고 비위생적인 천연 얼음으로 얼음과자를 만들자, “천연빙 사용 말라 빙과업자에 엄달(嚴達 : 명령이나 통지 따위를 엄중히 전달함)”(1955년 6월 2일자 동아일보)했다는 기사도 있어.

 

“아이스께~ 끼! 아이스께~ 끼!”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지 않아? ‘아이스께끼’는 1960년대에 국내에서 팔던 빙과류(Ice Pop)를 가리키던 말이야. 아저씨들이 나무 아이스박스에 막대기를 잔뜩 꽂아 넣고 소리치며 팔았는데, 향료와 사카린을 섞은 물에 막대기를 꽂아 얼려 만든 거야. 아이스께끼가 아이스케이크(Ice Cake)의 일본식 발음(アイスケ-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속설이야. 일본에서는 아이스캔디로 부르거나 줄여서 그냥 아이스라고 하거든.

 

아이스께끼가 사라지자 ‘하드’가 나타났어. 1962년 삼강산업의 ‘삼강 하드’가 나온 다음부터일 거야. 진짜인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국내 최초로 위생 설비를 도입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는데 어쨌든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대단한 인기몰이를 했었지.

1962년 식품위생법이 공포되고 1968년에 빙과류 식품 규격 기준이 마련되자, 소규모 아이스께끼 업자들은 된서리를 맞고 자취를 감췄어. 그 후 우리나라 빙과시장은 롯데제과, 해태제과, 빙그레, 롯데삼강(현 롯데푸드)이라는 네 회사가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수십 년 동안 전쟁을 벌이고 있어.

 

쮸쮸바와 빠삐코 등 추억의 빙과류와 디저트 전문 프랜차이즈 설빙이 내놓은 빙과류(맨 오른쪽).


하드·콘·쮸쮸바·고급 빙수로 취향 변해도
차가운 아이스크림 뜨거운 사랑


1970년대 초반 국내 빙과시장은 부라보콘(1970)이나 투게더(1974)같은 고급 아이스크림과 아맛나(1972)나 비비빅(1975) 같은 바(Bar) 제품으로 양분됐지. 우리 처지에선 아이스크림을 골라 먹는 재미가 더 쏠쏠해졌던 거지. 부라보콘은 맛도 좋았지만 생김새도 독특했어.

 

나무 막대기에 얼음덩이를 꽂은 ‘하드’ 형태에서 깔때기 모양의 ‘콘’ 형태로 바뀐 거야.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둘이서 만납시다, 부라보콘. 살짝쿵 데이트, 해태 부라보콘.” 지금도 기억나는 불후의 CM송이지. 짓궂은 친구들이 “12시에 풀어요, 부라자(브래지어) 끈”이라고 바꿔 부르며 휘파람을 불기도 했었지. 한때 콜레라 감염병이 돌아 모든 빙과류의 판매가 금지됐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부라보콘만 예외였던 적도 있어.

그러고 나서 쮸쮸바의 시대가 왔어.

 

사람들이 아는 것과 달리 최초의 쮸쮸바는 롯데삼강의 쮸쮸바가 아니라 삼립식품의 아이차였어. 1974년 여름에 아이차가 나오자 대박이 났었지. 얼음이 든 튜브를 손에 쥐고 과즙이 든 시원한 얼음물을 빨아 마시는 ‘튜브’형 아이스크림이 등장한 거야.

 

1976년 롯데삼강에서 내놓은 쮸쮸바에 이어 맛기차(해태), 아차차(롯데), 차고나(서울우유), 차차차(대일유업) 같은 카피 제품들이 막 쏟아져 나왔어. 여기저기서 “쮸쮸루쮸쮸쭈~” 빨며 대단했었지. 막 산 쮸쮸바 꼭지를 내밀며 “아저씨, 잘라주세요” 하면서 그 순간을 못 참아 침을 꼴딱 삼키던 어린애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

 

1981년 나온 100원짜리 빠삐코는 50원짜리 쮸쮸바보다 더 고급스러워졌는데, 쮸쮸바의 과일 맛이 아닌 진한 초콜릿 맛이 났어. 1983년엔 빨아 먹지 않고 둥글게 생긴 용기의 밑을 눌러 먹는 까리뽀와 폴라포도 나왔어. 빠삐코는 1989년 박수동 화백의 ‘고인돌’ 캐릭터를 활용한 광고가 인기를 끌어 절정에 올랐어. “빠빠라빠빠빠~ 삐삐리 삐삐코~ 빠!삐!코! 더울수록 시원한 맛 삼강 빠삐코, 하늘 보고 땅을 보고, 올여름 더위는 빠삐코에 맡겨다오~ 다오~ 다오.”

 

이 밖에 지금까지도 인기 있는 월드콘(1986), 커피 맛이 진한 더위사냥(1989), 둥근 고무 용기를 채택한 거북알(1998) 같은 아이스크림이 한 시대를 풍미했지.

 

2003년에 새로 나온 설레임(雪來淋)과 2005년 출시된 토마토마 역시 엄청나게 많이 팔렸을 거야. 그 무렵 하겐다즈, 배스킨라빈스, 나뚜루 같은 외국 제품을 찾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졌어. 취향이 조금씩 더 고급화된 거지. 요즘은 설빙(雪氷) 같은 고급 빙수 브랜드가 인기를 끈다고 해. 구보 씨도 먹어봤는데, 얼음을 밀가루처럼 몽글몽글하게 빻아 부드럽고 맛이 좋더라고. 그래도 광복된 그날 아버지가 사주신 얼음과자 맛보다는 못하지.

 

최근에 롯데푸드는 추억의 아이스바 ‘삼강하드’를 재출시했고, 해태제과는 ‘부라보콘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여 폭발적 인기를 끌었어. 두 제품 모두 출시된 지 한 달도 되기 전에 다 팔렸다고 해. 더 고급스러운 아이스크림도 많은데 옛날 스타일이 잘 팔리는 걸 보면 지나온 날에 대한 향수는 어쩔 수 없나 봐. 아이스크림이 아무리 고급화돼도 사람들은 추억의 아이스크림을 다시 맛보고 싶은 거겠지. 아이스크림이란 차가운 게 아니라 사랑처럼 따뜻한 것이니까. 우리 혀는 그 사랑을 본능적으로 기억할 테니까.

 

* 이 시리즈는 박태원의 세태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1934년)의 주인공 구보 씨가 당시의 서울 풍경을 이야기하듯이, 우리가 살아온 지난 70년의 기억을 톺아본 글이다. 글 ·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전 한국PR학회장)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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