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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칼럼] 바보 놀이를 하고 있는 바보를 위한 체로금풍(體露金風)

[섬진강 칼럼] 바보 놀이를 하고 있는 바보를 위한 체로금풍(體露金風)

  • 기자명 박혜범 논설위원
  • 입력 2019.09.1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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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이 만들어낸 허망한 탐욕에 빠져, 천시(天時)와 인시(人時)의 때는 물론, 스스로 탄식하며 깨닫는 후회의 때마저 모두 놓친 사람

 

[서울시정일보]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김만근 화백의 바보놀이 그림

[서울시정일보] 가을바람이 불어 오는 것은 무성한 나뭇잎만이 아니고
나뭇잎이 떨어진 허공에
드러나는 것은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아니다.

게재한 작품은 촌부의 오랜 벗인 화가 김만근이 어제 내가 쓴 글을 읽고 스케치하여 보내준 “바보 놀이”다.

날더러 생각해 보라면서 보내준 작가의 의도를 100%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조금은 어색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아서, 한 손으로 발가락을 주물럭거리며, 세상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건지, 세상을 희롱하고 있는 건지, 표정이 없어 알 수는 없지만, 흘깃 곁눈질로 내려다보고 있는 사내의 폼이, 요즈음 좌불안석일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딱 한 사람 그 사내로 보였다.

하여 한참을 바라보다, 바보 놀이를 하고 있는 작품 속 바보를 위한 체로금풍(體露金風)을 지었는데, 막상 지어놓고 읽어보니, 입맛이 쓰고 씁쓸하기만 하다.

망상이 만들어낸 허망한 탐욕에 빠져, 천시(天時)와 인시(人時)의 때는 물론, 스스로 탄식하며 깨닫는 후회의 때마저 모두 놓친 사람이, 마지막 돌아가는 길에는 늙은 외눈박이도 외면하고 없을 것인데, 가만히 생각하면 스스로 꾸민 바보 놀에 빠져 진짜로 바보가 돼버린,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고 사람들이다.

섬진강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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