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바켕 일몰
-캄보디아 문학기행
김윤자
산 옆구리 힘든 오름길을
사람들이 한 물결로 오르는 것은
태양의 마지막 순간이 거기 있을 거라고
그 기대 하나면 족한 것을
산정, 광활한 마당에 도착했을 때
해보다 먼저 나와
장엄한 목숨으로 맞이하는
초기 유적지 바켕 사원
앙코르 와트, 신의 세계에 오르던 준엄한 길
시간이 미끄러지는 가파른 계단이
이곳에도 존재하며
신의 공간으로 오르도록 허락함에
비처럼, 눈물처럼
아슬이 쏟아지는 절벽의 마디, 마디
옆걸음으로 타고 오르며
적멸의 궁에 이르는 빈 몸이 되고
그곳, 신의 드넓은 정수리에서
일몰의 동그란 고리에
사람과 자연과 우주는 하나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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