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프롬 사원
-캄보디아 문학기행
김윤자
나무가 사원을
휘휘 감아 오른다 하면
크고 굵은 뿌리로
사원 지붕을, 담장을 기어오른다 하면
밖으로 튀어나온 뿌리가
단단한 근육질로 여물어
사원의 문이 되고, 문설주가 된다면
상상이 되십니까
사원의 지붕에서, 옆구리에서
발바닥에서, 겁 없이 솟아오르는 나무의 싹을
어릴 적 베어내지 않은
이 나라의 손길에 대하여
이해가 되십니까
어머니를 위해 지은 사원입니다.
통곡의 방이 있어 손으로 가슴을 치면
쿵쿵, 어머니의 통곡이 메아리칩니다.
어머니의 둥지에서 뭉쳐 살며
신과 우주의 합일을 배우는 나무를
이제 아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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