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가을비가 내리고 있는 창문 밖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쉼 없이 변하고 있는 하얀 운무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신령한 국사봉과 이어진 능선들이, 마치 거대한 두 마리의 용(龍)이 서로를 안고 어울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착각이 들었다.
산은 산이고 구름은 구름일 뿐, 산과 구름이 서로를 안고 어울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창가에 앉아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속의 감정이 만들어내고 있는, 또 다른 착각속의 시선으로 보니, 들려오는 빗소리와 함께 창문 밖 보이는 풍경이, 마치 천상의 하늘마당에서 벌이고 있는 아름다운 공연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빠져버린 깊은 정적을 요란한 소리로 깨버린 전화를 끝내고, 사는 일들을 생각하며 앉아 있는데, 강변 대숲에서 짝을 부르는 멧비둘기 소리가 쓸쓸하게 들리고, 창문 밖 담장에서 차가운 비에 젖고 있는 붉은 장미꽃 한 송이가 눈에 보인다.
섬진강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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