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른’은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재직 중인 이영희가 지었으며 출판사는 스윙밴드이다. 2015년 2월 5일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남의 병풍 노릇을 해야 할 때도 있음을 알고, 좋아하는 일보단 잘할 수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아내 즐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만화나 드라마 없이 보내는 주말은 상상할 수 없고, 아이돌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 주저 없이 일본행 항공권을 구입하는 소녀감성을 가진 여자가 있다.
이 책은 꿈은 원대하고 마음은 이미 대업을 이루고도 남았으나, ‘본디 사주가 게을러’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대중문화’ 찬양 에세이다. 저자는 심각하지 않은 책이나 만화,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을 소재로 하여 가벼운 일상 이야기를 녹여낸 칼럼을 신문지면에 연재했는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글이 아닌, 뜬금없는 만화나 아이돌 이야기를 언급하며 편파적이고 주관적인 유머코드를 보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그 중 작가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글을 추려, 작가의 이야기를 새로 덧붙인 것이다.
친구의 일기를 훔쳐보듯, 인생의 몇몇 지점들에서 작가가 마주한 고민들과, 누구나 공감할 만한 1인분의 역사가 담긴 이 책은 ‘할걸’과 ‘하지말걸’ 사이에서 헤매는 서툰 어른들에게 완벽한 인생은 없으니 ‘그냥, 이렇게 지내도 괜찮다’라고 다독인다. 세상과 인생에 통찰은 고사하고, 하루치의 일과를 끝내기도 버거운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에게 작지만 위로가 되어주는 책이다.
마음의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그림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에도 글이 우울하거나 무겁지 않다. 저자가 끝까지 붙잡고 이어가는 특유의 ‘유머코드’ 덕택이다. 그렇지만 웃음과 재미로도 살아갈 충분한 힘이 나지 않을 땐, 좋아하는 것들에 몰두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저자는 ‘잉여로움의 결정체같던 그 시간이 거꾸로 살아 있다는 생생한 느낌을 갖게 해준다’고 결국 위로를 건넨다.
정가는 13000원이며, 스윙밴드에서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