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 공항
-베트남 문학기행
김윤자
앙코르 와트에 가면서
내가 굳이 베트남 남부의 호치민 공항을
거쳐 가는 것은 분명한 사유가 있어서다.
여기가 어디인가
월남 사이공, 우리 역사의 바람이
한 획을 긋고 지나간 땅
월남이 무너지면서
사이공에서 호치민으로 바뀌었어도
여기는 여전히 사이공이다.
용감한 노래로 보냈던
파월장병, 우리의 아버지들이 밟고 지나던 영역
베트남 우림지대 게릴라 전장의
포성은 잠들었어도
피 서린 자취는 지워지지 않는
가슴 서늘한 영토다.
내가 찾는 것은, 내가 보고 싶은 것은
그 어디엔가 남겨졌을
내 선조의 숨결 하나, 땀방울 하나
공항이 웃는다. 공항 밖 도심이 웃는다.
화사하고, 평온하고, 풍요로운 화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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