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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집전 시복식 어떻게 거행되나

교황 집전 시복식 어떻게 거행되나

  • 기자명 황천보 기자
  • 입력 2014.08.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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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신자 포함 17만 2000여 명 참가…안전에 만전

[서울시정일보 황천보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4위’ 시복식을 거행한다. 시복식이란 신앙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순교자들을 가톨릭교회 공경의 대상이자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福者)’로 공식 선포하는 일이다.

교황이 순교자의 땅을 찾아 직접 시복미사를 거행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관례적으로 시복미사는 바티칸에서 교황청 시성성(‘하느님의 종’들의 시복 시성을 추진하는 기관) 장관 추기경이 교황을 대리해 거행해왔다.

이날 교황은 서울시청에서 광화문 앞까지 퍼레이드하며 한국 신자들과 인사한 뒤 광화문 삼거리 앞 북측광장에 설치될 제대에서 시복미사를 집전한다. 미사 전에는 한국 최대 순교성지이자 이번에 시복될 124위 복자 중 가장 많은 27위가 순교한 서소문 성지도 참배한다.

광화문광장이 시복미사 장소로 결정된 것은 조선시대 의금부·포도청·서소문 형장 등 초대교회 순교자들이 고초를 겪고 목숨을 바친 장소들과 밀접하게 연결된 곳이기 때문이다.
또 광화문 인근 북촌은 이번에 시복되는 중국인 주문모 야고보 신부가 성직자 없이 믿음을 이어가던 조선 땅에 처음으로 파견돼 초기 공동체를 꾸려나갔던 곳이기도 하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국 가톨릭 신앙의 역사가 흐르고 있는 셈이다.

시복식 미사에서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공동집전자로 교황의 양 옆에 선다. 미사에는 교황 수행단 성직자 8명과 각국 주교 60여명, 정진석 추기경을 비롯한 한국 주교단 30여명 등 100명에 가까운 주교단이 참석한다. 또한 사제 1900여명과 사전 접수한 신자 약 17만 명이 참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시민 거리는 가깝게, 미사는 간소하게…한복 입은 성모상 등 곳곳에 한국적 요소]

시복식은 최대한 소박하고 간소하게 진행한다. 신자들과 직접 만나 교감하기를 원하는 교황의 뜻에 따라 교황과 시민의 거리는 최대한 좁힌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이날 시복식 행사를 위해 가로 7미터, 세로 1.5미터, 높이 0.9미터의 제대를 설치한다. 광화문을 배경으로 설치하는 제단의 높이는 1.8미터이다.

비교적 무대가 낮은 이유는 ‘낮은 곳을 향하는 교황’의 성품을 드러내고 후방에 위치한 광화문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실제 교황청에서는 제단의 높이를 낮게 설치해 참가자들이 어디서나 교황과 눈을 마주칠 수 있기를 원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제대 뒤로는 주물 제작한 십자가(가로3.6미터, 세로 4.6미터)가 8미터 단 위에 설치된다. 십자가에는 한국 순교자의 빛나는 영성이 세계에 알려지길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제대 양 옆을 비롯해 행사장 곳곳에는 LED 전광판 24대를 둬 전례에 참석하는 신자들과의 거리감을 최대한 좁힐 계획이다.

이날 교황을 비롯해 모든 주교단과 사제단은 붉은색 제의와 영대를 착용한다. 붉은색은 순교, 성령 등을 상징한다. 교황과 주교단 및 사제단이 입을 제의와 영대는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한국관구 수녀들이 디자인하고 직접 손바느질해서 완성했다.

시복미사 제대 한 켠에는 한복을 입은 성모상이 놓인다.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한국관구 수녀가 조각한 ‘한국사도의 모후상’은 세상에 예수 그리스도를 내어주는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형상화 했다. 교황이 미사 중 앉을 의자는 ‘건곤감리’ 4괘를 새겼다.

[피아니스트 백건우 식전행사서 교황 헌정곡 연주]

시복미사 사전행사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세례명 요셉마리) 씨가 교황 헌정곡을 연주하는 순서도 마련했다. 백씨가 연주할 곡은 프란츠 리스트(1811~1886)의 ‘두 개의 전설’ 중 첫째 곡인 ‘새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이다.

미사에서 교황은 라틴어를 사용하며, 신자들은 한국어로 응답한다. 강론은 교황이 이탈리아어로 전하면 단락별로 한국어로 순차 통역한다.

시복미사의 백미는 순교자들을 복자로 선언하는 시복 예식이다. 시복 예식은 미사 초반, 참회 예식과 자비송을 바친 후에 시작한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시복시성 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안명옥(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천주교 마산교구장) 주교와 124위 순교자 시복 건의 로마 주재 청원인으로 일해 온 김종수(요한, 로마 한인 신학원장) 신부가 시복청원을 하고 교황의 시복 선언이 이어지면 124위 복자화가 처음 공개된다.

[전국 16개교구 추첨으로 참가구역 결정]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시복미사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광장(대한문)까지 1.2km를 6개 구역(S, A~E)으로 나눈다. 지난 6월 20일 전국 16개 교구 담당자들이 참석해 교구별 착석 구역을 배정하기 위한 추첨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교황이 자리하는 제대(광화문 앞)에서 가장 가까운 A구역(시민열린마당~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 배정된 교구는 춘천, 원주, 안동, 인천 등 4개 교구로 결정됐다.

이들 4개 교구는 이번 교황 방한은 물론, 1984년과 198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한국을 찾았을 때도 방문지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들이어서 아쉬움을 덜게 됐다.

자원봉사자만 5000여명, 제병 18만개 준비

시복미사 자원봉사에 나서는 이들은 무려 5000여명에 달한다. 당초 계획보다 많은 인원이 투입됐다. 자원봉사자들은 행사장 안내와 안전, 미사전례, 환경미화와 지방에서 올라오는 버스 1600여대의 주차관리 등을 담당한다.

성체분배는 평신도 700여명, 성직자 200명 등 900여명이 한다. 이들이 신자들에게 분배할 제병(祭餠 ·밀가루로 만든 빵으로 미사 중 사제의 축성 후 그리스도의 몸을 상징)만 18만 개가 준비된다.

시복식 참가자들은 행사 시작 전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13개 출입구를 통해 입장한다. 입장은 새벽 4시부터 오전 7시까지 진행되며, 안전을 위해 유리병 제품, 페트병 음료, 플라스틱 재질의 음식 용기 등은 반입이 제한된다. 또한 우산 및 금속성 물건 역시 제한된다.

[행사 당일 버스·지하철 등 일부 우회 운행]

시복미사 당일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은 오전 4시 30분부터 조기 운행된다. 다만 이날 시복미사가 완전히 끝나는 오후 1시께 까지는 행사장 구역 내의 모든 역(시청역·경복궁역·광화문역)에서 열차가 무정차 통과한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정부와 서울시 등과 협의하고 있다”며 “교황의 방한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 만큼 시민들의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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