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장백폭포
-중국 문학기행
김윤자
천지의 언어가 쏟아져 내린다.
세상과 마주하는 절벽의 낙차
떨어지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역사를 다짐한다.
놓아버릴 것과 품어야 할 것을
예리한 분무로 갈라놓고
하나로 묶을 것은 굵은 폭으로 둥글게 말아
장엄한 출발이다.
냉혹하게 증발되는 것과
뜨겁게 뭉치는 하나를 보는 것은
환희다. 신비다. 축복이다.
개울을 건너고, 다리를 건너고
철계단을 오르고, 수없이 걸어오른 산 계곡에서
백두산의 곧은 집념과
천지의 순수한 고뇌와 상면하여
그 하얀 보물을 한 웅큼 쥐어보고
하늘로 던져보고
꿈인양 한 모금 깨물어 보고
산 그림자, 나를 불러 앞서 가는데
아직 하나로 묶지 못한 미완의 마디가 있어
폭포는 시린 손을 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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