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짚차
-중국 문학기행
김윤자
여기는 장백산이다.
백두산을 왔는데, 그 이름은 간 곳 없고
장백산이 우리를 맞는다.
낯설다. 남의 집 문설주다.
걸음으로도, 버스로도 오르지 못하는
십일 킬로미터의 가파른 오름길을
유럽산 짚차가 이십 분 동안 달려 오르는데
중국인 기사가, 중국식 운전법으로
성큼성큼 몰고 간다.
시간을 돈으로 계산하는 무서운 질주에
차안은 서늘한 기류가 흐르고
포근한 것은 창밖의 산자락 넓은 품
운무 촉촉이 잦아드는 그 가슴팍에서
푸른 용기로 살아가는 나무들
데드라인, 그 메마른 돌짝에서도
납작하게 몸을 구부려 사는 이끼 무리의
뜨거운 눈망울, 평온하다.
짚차가 오를수록 시선이 하나로 포개지며
우리는 이방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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