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박물관
-이탈리아 문학기행
김윤자
어느 날 생명의 바람이
이곳에 스미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 많은 조각상들이
벌떡벌떡 일어나고
저 많은 자수화가
생생히 일어섰으면 좋겠습니다.
굳어진 몸으로
역사를 말하는 표정들이
너무 진지하여서
보는 눈시울이 젖어 듭니다.
처음에는 걸음으로
산 자와 죽은 자가 구별되지만
섞이고 섞이어 돌다보면
조각상이 사람으로
사람이 조각상으로, 하나가 됩니다.
네로를 만나고, 소크라테스를 만나고
여러 신들의 준엄한 질책도 받고
자수화 풍경 속에 들어서면
진정 걸어가야 할 길이, 거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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