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리 섬 비경
-이탈리아 문학기행
김윤자
섬의 정수리, 태양섬에 오른 순간
뚝 끊어져 내린 절벽과
그 아래 천길 낭떠러지 푸른 바다가
죽음보다 아름답다.
목숨보다 아름답다.
티베리우스 황제가 부인을 새로이 바꾸려고
이곳 절벽에서 본처를 밀어 죽였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는 증발되고
남은 것은 아름다운 비경이다.
푸른 나무 군락 속에 하얀 집들이 배꽃처럼 앉아
모든 순수한 영혼이 모여 사는 궁전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안나 카프리와
낮은 지대의 카프리, 두 마을
일만 일천 명이 생을 잇는 땅, 장엄한 평화다.
산정 뜨락의 강인한 목숨들
깎아지른 암벽에, 섬의 보호성인으로
아슬히 선 아우구스투스 대제 동상까지
눈물고운 섬, 용감한 영토
누가 카프리를 바다 위 고독한 섬이라 하겠는가
저작권자 © 서울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