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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본 세계,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

시로 본 세계,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지]

  • 기자명 김윤자 기자
  • 입력 2014.03.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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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유적지
-이탈리아 문학기행

김윤자

잠들지 못한 건물의 뼈들이 해골처럼 서서
햇살을 거부하고, 바람을 외면하고
주인을 찾듯, 소슬한 눈으로 바라본다.
철저히 닫힌 환락의 도시였기에
이천 년 전 귀족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박제되어
제우스 신전, 마차 길, 쇠창살 대문, 우물
창녀촌의 남자 성기, 화산재에 싸인 시체
엎드려 죽은 임산부, 등 장렬하다.
뜨락에는 철없는 파란 풀들이 송송 눈뜨고
그날을 모르는 강아지는 편안히 누워 있고
집 잃은 포도주 항아리, 술병, 토기그릇들이 창고 한가득
서기 칠십 구년 팔월의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이만 명의 목숨을 묻어버린 현장
천팔백 년대에 들어 와서야
고고학자의 손길로 발굴되면서 점점 늘어나는 유적지
몇 블록을 꺾어 돌고, 또 돌아도 끝나지 않는 비극이다.
유일한 일곱 개의 출구였던, 바다의 문에 서서
오늘의 바다, 오늘의 도시에게 물었다.
예고된 운명을 대비하지 못한 사유를, 이제는 아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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