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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사퇴, 어쩌다가

김의겸 사퇴, 어쩌다가

  • 기자명 송채린 기자
  • 입력 2019.03.2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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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사퇴 (사진=KBS1)
김의겸 사퇴 (사진=KBS1)

[서울시정일보 송채린기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사퇴가 주목받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 취재진들에게 29일 문자메시지를 보내 대변인에서 사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 사퇴는 서울 흑석동 재개발 지구의 25억원대 상가를 매입, 청와대 핵심 관계자로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자초한 데 따른 조치다.

이날 김의겸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돌이켜보면 저처럼 '까칠한 대변인'도 세상에 없을 것.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며 사의를 표명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출입기자단에 그간의 소회를 담은 입장문 형식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데 대해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겠다.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 또한 제탓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여러분이 싫어서는 결코 아니다"며 "하려고 했던 건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였다. 하지만 번번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날선 말들이 튀어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 제 미숙함 때문"이라며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의겸 대변인은 "여러분들의 보도를 보니 25억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며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시기 바란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다"면서도 "농담이었다"며 "평소 브리핑 때 여러분들과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렇게라도 풀고 간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번째 청와대 대변인이다. 전임 박수현 전 대변인의 지난해 6·13 지방선거 출마로 물러난 데 따라 2월부터 대변인을 맡았다. 김의겸 대변인은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이다.

김의겸 대변인은 재임 기간 중 청와대 기자단과 잦은 충돌을 빚었다. 특히 현 정부의 대북정책, 북미간 비핵화 협상 추진 과정에서 보수 언론과 설전을 주고 받았다.

[김의겸 대변인의 입장 전문]

싸우면서 정이 든 걸까요. 막상 떠나려고 하니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얼굴이 맨 먼저 떠오릅니다. 돌이켜보면 저 같이 '까칠한 대변인'도 세상에 없을 겁니다. 
기자들의 질문에 얼굴을 붉히고 쏘아붙이기 일쑤였으니 말입니다. 걸핏하면 설전이 벌어졌다고 묘사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불친절을 넘어서 강퍅하기 그지없는 대변인이었습니다.

춘추관에 나와 있는 여러분 뒤에 있는 보도 책임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수 언론들이 만들어내는 논리에는 정면으로 반박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언론사라도 잘못된 주장에 휩쓸리지 말라고 외치고 싶었던 겁니다.

하려고 했던 건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였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감정적으로 흐르고 날선 말들이 튀어나왔습니다. 다 제 미숙함 때문입니다. 깊이 사과드립니다.

생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 정치적인 문제는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에 타협하고 절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는 다릅니다. 민족의 명운이 걸려있고, 우리가 사는 터전의 평화 번영과 직결돼 있습니다. 사실 하노이 회담 이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칫 어그러질 경우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겁이 납니다.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한번만 의문을 달아주시기 바랍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한번만 더 생각하고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배들은 머리가 굳어있어 생각을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젊지 않습니까. 내일의 주인공은 여러분들입니다. 

제 문제도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어제 여러분들 앞에서 해명을 하면서도 착잡했습니다. 여러분의 눈동자에 비치는 의아함과 석연찮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다 좋은데, 기자생활을 30년 가까이 한 사람이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몰랐던 거야?" 그런 의문이겠죠. 

너무 구차한 변명이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떠나는 마당이니 털어놓고 가겠습니다. "네, 몰랐습니다."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제가 알았을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이 또한 다 제 탓입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남편의 무능과 게으름, 그리고 집 살 절호의 기회에 매번 반복되는 '결정 장애'에 아내가 질려있었던 겁니다. 궁금한 점이 조금은 풀렸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보도를 보니 25억을 주고 산 제 집이 35억, 40억의 가치가 있다고 하더군요. 사고자 하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시세차익을 보면 크게 쏘겠습니다.

농담이었습니다. 평소 브리핑 때 여러분들과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얘기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이렇게라도 풀고 갑니다. 건승하십시오. 멀리서도 여러분의 기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까칠한 대변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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