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나무
김윤자
평온한 나라에서
눈으로만 보는 나무가 아닙니다.
숲을 보기보다
뿌리를 가슴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숭고한 나무
거칠고 버릇없이 뻗어 나가는
뿌리의 속성 때문에
더러는 죽임을 당하는 애증의 나무가
이곳 섬나라에서는
공항에도, 호텔에도
들녘에도, 고속도로변에도
사람의 따스한 손길로 자라고 있습니다.
강인한 발톱으로
영토를 붙들고 있어 달라고
날카로운 지혜의 입술로
땅 아래 세계의 요동침을 알려 달라고
미미한 나무가
참으로 큰 몫을 하는
그것은 분명 길러야 할 충분한 사유입니다.
저작권자 © 서울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