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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본 세계, 뉴질랜드 [양에게 보낸 위문편지]

시로 본 세계, 뉴질랜드 [양에게 보낸 위문편지]

  • 기자명 김윤자 기자
  • 입력 2013.09.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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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에게 보낸 위문편지
-뉴질랜드 문학기행

김윤자

그래, 부대의 이동이라 하자
수천, 수만 마리를 소유한 주인이
더 맛있는 풀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킬 때
대평원의 초지라면
양몰이 개가 길을 안내하겠지만
구백 칠십 미터 린디스 높은 고개를 넘으며 본
이곳, 오마라마 갈색 초원지대는
왕의 거대한 무덤 같은 높고 낮은 산언덕이
산맥처럼, 사막처럼 이어져 있으니
헬리콥터가 아니면 너희를 찾을 길이 없겠구나
그런데도 놓쳐버린 한 떼의 무리가 있어
십이 년을 홀로 살았다고
가장 오래 산 메리노 양까지, 용감한 부대로구나
초등학생들이 씩씩하게 살라고 써서 보낸 위문편지
사람에게 길들여져 왔으니
글눈도 뜨고 말눈도 뜨고, 하여 읽었겠구나
오마라마에는 그날을 기억하는 양의 동상이 있다고
갈색 초지 구릉의 미로에서
양을 사랑으로 지켜준 고운 꽃불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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