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포드 사운드
-뉴질랜드 문학기행
김윤자
산아, 그렇게 가슴을 잘라
천길 낭떠러지 절벽을 만들어 놓고
어찌 바라보라 그리 고요한가
만년설아, 그렇게 고독을 풀어
고산 설봉마다 배꽃송이로 피워 놓고
어찌 바라보라 그리 웃는가
빙하가 침식하며 산과 산을 벌려 놓은 것도
그 벌려 놓은 영토에 바닷물이 들어와 사는 것도
빙하 폭포가 순백의 영혼을 짠물에 섞는 것도
시초의 공존, 태고의 평화라 하면
바라보는 나의 눈이 조금은 열릴 것 같아
하지만, 더 이상은 보지 않을 거야
육지와 바다의 아름다운 만남까지만
짠물과 민물이 하나 되는 성숙한 조화까지만
점점 높아지는 해수면으로
지구의 작은 섬나라가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이야기는 두고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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