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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본 세계, 뉴질랜드 [호머 터널]

시로 본 세계, 뉴질랜드 [호머 터널]

  • 기자명 김윤자 기자
  • 입력 2013.09.0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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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머 터널
-뉴질랜드 문학기행

김윤자

만년설봉 가슴 한 도막 뚫어
길을 낸, 지금 이곳은
산중의, 산중의 산, 돌고 돌아도
더 이상 돌 곳이 없어
지표에서 백 이십 미터 올라온
빙하 설산에
사람의 수공으로 만든 터널이다.
동부의 밀림 초원에서
서부의 빙하 침식지대로 넘어가는
경계선, 천 이백 칠십 미터
눈을 떴다 감아도, 다시 떴다 감아도
여전히 버스는 터널 안에 있다.
원시의 숲과 원시의 빙하가 만나는 곳에
현대식 공법의 걸작품 하나 있어
우아한 벽면에 화사한 전등이
꽃불로 피어오르니
산은 외롭지 않겠구나
빙하 줄 폭포가 온 산을 훑어 내려도
가슴에 흐르는 빛이 있어 슬프지 않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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