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스픽 뷔페 석식
-뉴질랜드 문학기행
김윤자
그날 밤 봅스 힐 산정에서
내가 먹은 것은
음식이 아니라 낭만이다.
어둠이 촉촉이 물든 창가에는
퀸즈타운, 여왕의 도시
그 이름만큼 우아한 불빛이 젖어들고
금빛 웨이브 늘인 긴 머리에
주름진 얼굴의 한 남자가
생의 연륜을 지우고
라이브 기타 연주에 실어
비파 현으로 부르는 예스터데이
나는 와인 잔을 앞에 두고
분홍빛 찐 새우의 껍질을 벗기면서도
노가수의 팝송 선율을 먹고
퀸즈타운 고혹의 야경을 먹고
뷔페 접시를 들고 돌면서도
진정 나를 배부르게 하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남극의 목가적 평화, 고운 낭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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