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몰이 개 동상
-뉴질랜드 문학기행
김윤자
주인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저승에서 묻거들랑
네 허물어진 발가락을 보이거라
그래도, 또 다시
주인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다그쳐 묻거들랑
네 길어진 혓바닥을 보이거라
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에서
수천, 수백 마리의 양들을 몰 때
혼신의 힘으로 질주하던
너의 발가락이 온전할까
우렁우렁 짖어대던
너의 혓바닥이 온전할까
곤고한 영혼
데카포 호수, 아름다운 언덕에 뉘이고
죽음보다 붉은 충성
비문에 새겨 놓고
오롯이 선 너의 동상
너는 대평원의 고독한 영웅이구나
저작권자 © 서울시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