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평원의 수로
-뉴질랜드 문학기행
김윤자
처음엔 도랑물이 흐르는 거라고
끝나는 곳에서 마을 하나 만날 거라고
진종일 달려온 평원이기에
그것은 달콤한 상상이었다.
사실은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나라에서
이렇게 땅을 쪼개어
시멘트 물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
야릇하여서 웃기도 했다.
그런데 점점 길어지는 수로
시간과 공간을 다 소유해버리는
일직선으로 끝없이 뻗어 흐르는
가슴이 서늘하도록
오십사 킬로미터를 달리고 나서야 알았다.
데카포 호수 무공해 빙하수가
일구어내는 수력발전소와 연어양식장이
거기 있음을
때 묻지 않은 땅에서 피어난 문명의 꽃까지
완벽한 축복이다. 샘이 날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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