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정일보 김수연기자]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성폭행 혐의를 수사한 경찰이 조재범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데에는 피해자인 심석희 선수가 피해 심정을 기록해놓은 메모가 결정타가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조재범을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오는 7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6일 밝혔다.
사정 당국과 빙상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2월 심석희 선수의 고소장을 접수한 지 50여일 만에 이 같은 결과를 내놓기까지 수사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성범죄 특성상 확실한 물증을 찾기 어렵고 조재범이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심석희 선수는 4차례에 걸친 피해자 조사를 받았고 이때 경찰에 자신이 기록해놓은 메모를 제출했다. 당초 경찰은 심석희 선수가 고소장과 4차례의 피해자 조사에서 한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직접 그 장소에 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실과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해 진술을 유지한 것이 주효했다.
또 경찰은 지난해 12월 조재범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을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물을 분석해 수사에 활용하는 과학수사 기법의 총칭)수사를 진행했다. 경찰 수사 결과 복원된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대화내용에서 조재범과 심석희 선수가 성폭행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 사실이 다수 발견됐다.
추가로 심석희 선수가 제출한 메모에는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식으로 심석희 선수가 피해를 당했을 때 심정을 자신만의 표현으로 적었다고 알려졌다. 메모에는 조재범의 범행일시와 장소가 모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를 참고해 경찰은 조재범의 범행이 수차례 반복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심석희 선수의 동료와 지인 등 9명을 대상으로 한 참고인 조사에서도 조재범의 혐의에 대한 정황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증거가 혐의를 뒷받침하고 있어 혐의 입증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