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토루아 파크 호텔
-뉴질랜드 문학기행
김윤자
이 밤, 잠들지 못하는 것은
세 시간 앞서 가는 시차 탓이거나
낯선 곳에 대한 설렘만은 아닙니다.
이 밤, 잠들지 못하여도 행복한 것은
지구의 가슴 속에서 솟는
생명의 열기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뒤 뜨락, 푸른 타일바닥의 노천 수영장에서
천연의 유황 수증기가
시간을 접은 채
애련한 허리로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그 밤은 거기까지만
정녕 나를 깨우는 신비는
새벽 여명에 풍경이 일어설 때
산녘 나무 사이
하얀 유희로 몽실몽실 걸어 나오는
지구의 순결한 영혼
꿈이 아닐까, 눈멀도록 바라보아도
호텔 창문에는 여전히
천상의 명화가 살아 일어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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