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구왕궁
-체코 문학기행
김윤자
황금 소로의 단단한 돌바닥을
걸어 내려오며
이제는 프라하 성의 끝이겠지 했는데
성과 도심의 중간 언덕에
아파트를 길게 연결한 듯한 건물이
구왕궁이라 했다.
들어가서 보라 하는데, 무엇을 보란 말인가
정원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건물이 웅장한 것도 아니고
더운 햇살을 밟고 가는 발걸음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걸어 들어갔는데
중앙의 현관 앞 전망대에서
프라하 시가지의 근경을 본 것, 그 뿐이다.
마리아 테레지아 시대에 지은 궁전이고
지금은 대통령의 집무실과 영빈관이라는 사실은
그곳을 떠났을 때 알았다.
한때는 웅장한 왕궁이었을지 몰라도
체코의 대통령이 머무는 오늘의 왕궁은
그렇게 수수하고 꾸밈이 없음을, 열려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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