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선의 빛
-체코 문학기행
김윤자
어떻게 국경선을 넘을까
궁금하여서
잠들지 않으려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들녘에서 흐르는 빛보다
경계선에서 흐르는 빛을
더 보고 싶어서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올 때처럼
여권만 검색하리라
그렇게 내 머리 속에 정리해 두었는데
뜻밖의 자유, 뜻밖의 평화를 만났으니
빈에서 출발한 버스가
체코의 땅으로 넘어올 때
철조망도 군인도 보이지 않았고
어느 고속도로 톨게이트 하나
통과 하듯이, 언제 넘어왔는지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경계선인지
구별도 되지 않고
꺼냈던 여권을 다시 넣으며
국경선의 저 찬란한 빛으로
나는 지금 삼팔선 철조망을 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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