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리 섬 비경-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섬의 정수리, 태양섬에 오른 순간뚝 끊어져 내린 절벽과그 아래 천길 낭떠러지 푸른 바다가죽음보다 아름답다.목숨보다 아름답다.티베리우스 황제가 부인을 새로이 바꾸려고이곳 절벽에서 본처를 밀어 죽였다는전설 같은 이야기는 증발되고남은 것은 아름다운 비경이다.푸른 나무 군락 속에 하얀 집들이 배꽃처럼 앉아모든 순수한 영혼이 모여 사는 궁전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안나 카프리와낮은 지대의 카프리, 두 마을일만 일천 명이 생을 잇는 땅, 장엄한 평화다.산정 뜨락의 강인한 목숨들깎아지른 암벽에, 섬의 보호성
카프리 섬 리프트-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무서운 줄이 아닙니다.외줄 위에서홀로 타야 하는 것이 두렵지만땅에서 발이 떨어지는 순간잠시 어지러운 유희로 간들거리다가발 아래 고요 속에서새로운 세계를 만납니다.아무 것도 묻지 말라 합니다.내밀한 통로가 열리거든목숨을 만나라 합니다.생애의 절벽이 장렬합니다.바다 위 섬, 섬 위 산, 산 위 나무정직한 조화 속에내가 있습니다.그 사이에 선명한 존재로 살아 있습니다.해발 육백 미터 산정을 오르는원시의 오름 길그 탱탱한 십오 분의 시간은가장 소중한 목숨입니다.
카프리 섬 유람선-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소렌토 도시의 끝자락도 멀어지고멀리 폼페이 베수비오 화산도 아련히 보이고작은 섬 조각에 해송도 보이고바닷물에 씻겨나간 해벽도 보이고그러다가 망망대해 가운데로 바람을 가르며고독한 뱃길을 달리는 유람선에서사람들은 행복에 젖어 있다.바다에 대한 낭만과 카프리 섬에 대한 기대로달려도, 달려도 아름다운 시간이다.나의 시선은 바다 위에 고정되고가슴은 시심에 젖는다.바람과 함께 갑판에 서서자유로이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감정들을원색으로 허락하며웃는다. 소리친다. 노래 부른다.누가 막겠는가, 이 바다의 황홀
소렌토 항구-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가난한 갯내음과 촉촉한 향수의 야자수가 흐드러진이탈리아 남부 지중해, 그 바다에서기억 저편의 선율을 건져 올리며가슴으로 노래를 부른다.깊고 푸른 애상, 뜨거운 전율로 출렁이고뚝 끊어진 절벽 아래고요히 열린 바닷길을 바라보며아름다운 사람이 돌아올 것 같은마른 회억의 배회로 행복한 시간이다.다 정지된 시간, 바다가 세월을 지운다.나는 누구인가, 나는 몇 살인가정박한 뱃전을 서성이며나는 카프리 섬으로 간다고, 다시 이곳으로 오지 않고카프리에서 나폴리 항구로 간다고그리고는
폼페이 기차-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아무 것도 모른단다.눈물도 없단다.내일만 바라보고 달린단다.슬픈 얘길랑 하지 말란다.비루한 회상을 털고이탈리아 남부 빈민 도시의희망으로 주렁주렁 매달린오렌지를 보란다.가벼운 기계, 키 작은 기계가그날의 참상을 잊고고요한 들녘을 가로지르며길고 긴 터널도 뚫고폼페이 항구를 지나소렌토역으로 달려간다.이곳 사람들은 눈감고 가지만나는 차창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폼페이 최후의 날, 그에 대한작은 해답 하나 얻을까 싶어
폼페이 기차역-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무엇을 실어 나르십니까혹시 과거의 시간은 싣지 않으십니까맨 끝에 차량 한 칸 더 달아저 참혹한 역사폼페이 최후의 날, 그 시간들을통째로 옮겨 싣고어느 곳, 깊고 깊은 적막의 계곡에다묻고 오실 수는 없습니까사람만 타라 하십니까머물수록 무거워지는 아픔이라서서둘러 타야 된다고 그리 외치십니까가슴에 박힌 소슬한 비극일랑철로에 고이 묻고아름다운 소렌토로 떠나자 하십니까
폼페이 유적지-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잠들지 못한 건물의 뼈들이 해골처럼 서서햇살을 거부하고, 바람을 외면하고주인을 찾듯, 소슬한 눈으로 바라본다.철저히 닫힌 환락의 도시였기에이천 년 전 귀족들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박제되어제우스 신전, 마차 길, 쇠창살 대문, 우물창녀촌의 남자 성기, 화산재에 싸인 시체엎드려 죽은 임산부, 등 장렬하다.뜨락에는 철없는 파란 풀들이 송송 눈뜨고그날을 모르는 강아지는 편안히 누워 있고집 잃은 포도주 항아리, 술병, 토기그릇들이 창고 한가득서기 칠십 구년 팔월의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이만 명의 목숨을 묻
폼페이 최후의 날-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소설 제목인데비참한 최후의 순간을 상징하는하나의 고유한 문구가 되어버린베수비오 화산의자연재해일 뿐인데신이 노하여 형벌을 내린 사건으로부각시키고 있는모든 것이 종교적으로 해석되던그 당시의 폼페이는환락의 도시였고재물과 쾌락에 눈먼 사람들이재앙에 대한여러 차례의 경고를 되돌려 보냈으니신의 분노로 기록한불바다의 화산재가해발 육십구 미터로 쌓여새로이 형성된 해안 절벽의 도시, 폼페이얼마나 장엄한 폭발이었는지뜨겁게 읊조리고 있는
베수비오 화산-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폼페이를 불바다로 만들어 놓고언제 그랬냐는 듯이다소곳이 앉은 산봉우리가 평평한 것 빼고는보통 산과 똑 같은데이천 년 전 화산 폭발로인근 도시 폼페이를 삼킨 것에 대하여바라보기조차 두려운 저 산슬픈 도시를 위해이제는 보호산처럼 둘러 진을 치고폼페이 시민에게 사죄하듯폼페이를 찾는 이방인에게평안을 선포하듯함묵으로 눈감은 저 산
로마 입성-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동양에서 만리장성을 쌓을 때길을 먼저 뚫었던 로마경제와 정치가 하나 되고교황과 황제가 화합하여탄탄한 궤도에서 역사의 수레를 이끌어온 로마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며모든 법은 로마로 통하며결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로마장장 십오만 킬로미터의 로마 고속도로그 한도막을 타고 달려와도타운 문 앞에 이르렀다.천년의 탑으로 이루어낸 로마의 입성은오랜 기다림, 그리고 인내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부터입성하려는 차량행렬 물결이 장엄하다.해는 시간을 따라 제 길로 가고로마에 입성했을 때는 까만 밤네온사인이 없는
올리브 나무-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말 못하는 식물에게도고향이 있다는 것에 대하여절감하며지중해 연안의 포근한 땅산녘, 들녘에조상 대대로 둥지 튼나무를 본다.은비늘 자작이는애련한 나무눈이 큰 것도, 입이 큰 것도키가 큰 것도 아닌데어디서 그리 좋은 기름을 짜내는 것인지푸르지도, 용감해 보이지도 않는저 가냘픈 몸에서
미켈란젤로 언덕-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나에게 미술에 대한 눈을허락하신다면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고뇌의 손끝으로 조각한 다비드상이높은 언덕에 서서꽃물결 붉은 도시, 피렌체를지키고 있습니다.교과서에서나 만났던 당신을목전에서 만나는 행복에나는 하얀 시선으로 다가가만져보고, 볼에 비비며당신의 숨결을 느낍니다.넓은 광장에는유럽의 집시들이 음악과 악기연주로당신의 넋을 찬양하고저 멀리 꽃봉오리로 우뚝 솟은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어머니처럼 바라봅니다.오늘, 당신과 마주함은 곧 사랑입니다.
피렌체 아르노강-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피렌체가 꽃의 도시라 하여내 눈이 꽃을 찾을 때르네상스라는 거대한 꽃송이를들고 일어선 너에게서찬란한 겸손을, 푸른 지혜를 보았지진정 아름다운 역사의 꽃을 본 것은베키오 다리를 건너면서도심을 촉촉이 적신다는 가벼운 상념은실눈 속에 숨어들고유럽 문화의 꽃이 네 품에서 잉태되어시초의 눈을 떴다는 장엄함에나의 오감이 전율했지지금은 염색용 물로섬유 염색의 장인 몫을 한다는총명한 너의 속살위대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며낮게, 곱게 흐르는 여인아결 고운 품성을, 내 어느 곳에 품어갈까
시뇨리아 광장-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역사를 몸으로 말하고 있다.조국의 아버지 코시모 메디치 기마상 앞에서심판을 받듯, 나신의 조각상들이자신의 생을 외치고 있다.공리주의 이상이 명백히 표현되고절대군주의 표상인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에서부터바다의 신 호세이돈, 여인의 강간까지낯 뜨거운 장면이 어찌 보면 천박해 보이지만누가 이 사회를 탓 하겠는가중세 정신 각성운동인 르네상스의 발상지이며꽃의 도시로 불릴 만큼예술의 혼을 키우고, 고스란히 보존해온피렌체가 아닌가그것은 상인들이 이끌어온 풍요 속에서 가능했으리라시뇨리아는 길드 대장을 말하며스물
단테 생가-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조상이 외교관 대사로 십자군에 참석한 집안인데도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여인을 사랑하지 못하던 소심한 사람그러나 베아트리체는 그의 눈을 멀게 한 첫사랑 여인글로, 오로지 글로 열정을 태웠다.하나님, 예수님이 있어야 사랑이 가능하던 시대에하나님과 예수님 없이도 사랑이 가능하다고 쓴 사람칠백 년 전, 부모가 사망해도 울면 잡아가던 때내 마음대로 하던 사람그가 바로 단테다.그런 삶이었기에 불후의 명작 신곡을 낳은 것이다.단테 생가는 좁다란 골목길 옆에 있다.집 벽에 흉상과, 사진이 담긴 벽보가 걸려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밀라노의 두오모 성당이 아버지라면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은 어머니다.두오모는 신의 거처란 뜻으로어느 한 성당에만 붙여지는 것은 아니다.피렌체 도심에서 만난 두오모 성당은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라 불리는데그 자태와 색깔이 어머니다.이중의 돔 양식 지붕이 아름다운 꽃송이고베이지색, 팥죽색, 연녹색의세 가지 천연 대리석 조화가 대단한 꽃빛이다.인구 일억 중 사분의 일이 죽어간페스트가 사라진 기념으로 조각문을 만들었고미켈란젤로는 그 문을 천국의 문이라 명명했다는데천국의 문에는 수많은 조각상이 있
꽃의 도시 피렌체-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아르노 강변에 꽃이 피었습니다.반은 식물의 꽃이고반은 르네상스의 꽃이라는데식물의 꽃보다 르네상스의 푸른 꽃이 더 찬란합니다.단테가 탄생한 도시이고그의 작품 신곡에 나오는 말이이탈리아의 국어가 되었으며데카메론의 복카치오, 미켈란젤로레오나르도 다빈치, 갈릴레이, 그리고음악가 로시니의 고향입니다.인구 삼십 오만 명의 작은 도시에문학, 미술, 음악의 뜨거운 숨결이 피어오릅니다.메디치 가문의 후원에 힘입어르네상스의 꽃은 더욱 곱게 피어나고로마 역사의 메카이며, 문화의 장으로도시 전체가 하나의 아름다
아펜니노 산맥-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양을 기르는 목장을 지나배꽃 하얗게 핀 과수원을 지나보리가 패어 놀놀하게 익어가는 농촌 들녘을 지나푸르름 가득한 이탈리아의 풍경 속을 한동안 달려왔다.우람한 산이 병풍처럼 진을 친 산마을알프스 산줄기인 아펜니노 산맥이다.우리는 지금 알프스 산맥의 한줄기를 넘어가고 있다.프랑크푸르트에서 하이델베르크로 갈 때해 뜨는 알프스 산맥의 발원 줄기를 보았고지금은 스위스에서 뻗어 내려온알프스 산맥의 끝부분을 보고 있으니나는 알프스 산맥을 모두 본 것이다.독일에서, 스위스에서, 이탈리아까지웅대한 혼을 심어주
밀라노 두오모 성당-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합니다.걸음으로도 다 담지 못한 둘레눈으로도 다 담지 못한 높이, 그저 아득합니다.부끄러운 펜으로 본 것만 그리라 하시면세가지는 정확히 그릴 수 있습니다.심장을 태워 비상하는 일백 삼십 오개의 첨탑들바람을 붙들고 조각상으로 외벽에서 사는 삼천 일백 오십 구명의 성경 속 인물들천상의 꽃빛을 깔아놓은본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명화들그런데 묻고 싶습니다.정녕 인간의 작품입니까, 신의 작품입니까세계 삼대 고딕양식 성당 중 하나이며사백 오십 년의 공사로 태어났노라고세계 일,
밀라노 구시가지 광장-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구성한 도시, 밀라노화려한 예술이다.자연 환경이 그렇고, 색상이 그렇고푸른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고전풍의 조각이 새겨진 건축물에서파스텔조의 톤으로 풍요가 출렁인다.구시가지 광장은 종합예술의 압축이다.고성벽이 세월을 지고 버티어 서서어린 백성을 보듬는 형상으로 굽어보고현대의 활발한 시간이 분출하는 분수대에는동그랗게 둘러앉은 시민들이과거와 미래를 조우한다.이방인이 섞이어 헤집고 다녀도삼백만 명 도시 인구 중이백만 명이 유동인구인 상공업 도시임에낯선 시선은 없다.경제와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