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휴게소의 오렌지 나무-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뿌리는 뉴질랜드 땅에 내렸는데너의 주인은 한국인김치 향기와 한국어를 먹고 자라한국인이 탄 버스가 들어오면너는 그리 좋아서 방긋 웃는구나부모와 나라가 있어낯선 땅에서도 떳떳이 산다는교포의 가슴 뜨거운 고백에눈시울이 젖어 오는데자갈 마당 뜨락의 뒤켠에 서서내 동포를 지켜주는너는 어여쁜 나무아기 주먹만한 노란 열매가큰 키의 튼실한 몸에마디마다 주렁주렁너는 초원의 오아시스 꽃불이구나
연가, 포카레카레아나-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오면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아름다운 서정의 노래, 가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애국가임을 아시나요로토루아 호수에서 피어오른 사랑꽃 계급사회를 이루고 살던 시절호숫가에 살선 강한 부족 추장의 딸과섬에 살던 약한 부족의 청년만월이 뜨면 청년은 피리를 불고여인은 그 피리 소리에목숨을 담보로 카누를 밀며 섬으로 가고그런 딸을 아버지는 붙잡아 가두었는데아무 것도 모르는 청년은 매일 밤 피리를 불며 눈멀도록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로토루아 호수-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바다처럼 큰 품에둥근 섬 하나 저 모코이아 섬에 연약한 부족이 살고이 호숫가에 강한 부족이 살았는데섬에서 들려오는 청년의 피리 소리에사랑이 싹튼 호숫가 족장의 딸부모가 인정하지 않는 사랑의 꽃봉오리피워 올릴 때 얼마나 아팠을까바람아 보았느냐, 갈매기야 보았느냐그 날의 눈먼 사랑을사랑은 이렇게 아슬한 거라고쉬이 내려앉지 못하는 수상 헬기애련한 실루엣 물결 위에이 호수에서 탄생한 사랑 노래가 뜨겁게 밀려온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오면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사랑 하나로
뉴질랜드 아그로돔 농장-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얼마의 시간과얼마의 노력으로동물의 한계선을 넘었을까목동의 손놀림에 눈이 열리고조련사의 익살스런 언어에 귀가 열리어사람처럼 무대로 들어오는 열아홉 마리의 양들이아슬한 꼭대기메리노 양을 정점으로피라미드 옥탑을 쌓는다.목축업 국가의 생존방식을조상 대대로 체득한 양들이기에한치의 흐트러짐 없이고운 얼굴로, 향기로운 눈망울로애국의 계단에 앉아객석의 외인을뜨거운 가슴으로 보듬는다.동물과 인간 사이도타운 사랑의 끈으로 피워내는진주빛 저 꽃무리
천국의 오리-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지구에 사는 오리들이여길을 찾을 수만 있거들랑뉴질랜드로 날아가거라왜냐고 묻지도 말고, 눈감고 달려가거라그곳에서 보장받는 삶은뭍이든, 호수든 천국이다.나는 보았노니동물농장, 푸른 초원 위에사뿐히 내려앉는 너의 동족이종종 걸음으로 활보하여도커다란 동물의 발에채이지 않고, 밟히지도 않고동물의 먹이를 함께 나누어 먹는 평화를나는 들었노니너희 형제 중 단 한마리라도건드리는 자는내국인이면 경찰서로, 외국인이면 본국으로송환된다는 것을오리들이여, 이런 땅이라면 천국이 아니겠느냐
농장 투어-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땅을 판다는 벌로코걸이를 아홉 개까지 달고 사는돼지일지라도시멘트 우리의 삶보다는 축복이다.관람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에게달려오는 것이달콤한 먹이 때문이라 해도초원 위에서 동물들의 영접을 받는 이방인에게는국경을 초월한 환희다.아기 양 램이 따라오며손바닥을 핥을 때우리는 그를 아가야, 아가야 불렀다.관광객에게 길들여진 동물들사랑은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도 위대한 탑을 쌓는다.
레드우드 포레스트 삼림욕-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뉴질랜드 북섬의임업 연구소에서 관리하는삼림욕장이라 하여이차 세계대전 참전 기념으로 만든삼림공원이라 하여단단한 틀 안의 나무숲일 거라고생각했는데원시의 길, 다듬지 않은 나무 사이의 길에는떨어진 나무껍질 한조각도그대로 누워밟아도 울지 않고, 깨어지지 않고말랑거리는 자유밑동부터 머리끝까지 붉은 나무 너는 붉은 아이 두 팔과 가슴으로 감싸 안으면 한아름인데너는 보드라운 아이시간과 공간이 열린 평화로운 땅에서숲 속의 붉은 자유를 마신다.
지열지대 간헐천-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지구가 순박한 땅, 남반구의 로토루아에서 나신으로 뒹굴며 솟구친다.꽃을 피우고, 새를 기르는부드러운 가슴팍, 고운 등줄기만보아 왔는데나는 지금 뜨거운 함성의 지구를 만났다.다리 난간 너머 금단의 줄 아래목화밭 솜송이가 승천하듯영혼을 하얗게 풀어 하늘을 가리고물과 흙으로 팥죽을 끓이듯거친 호흡이 툭툭 튀어 오른다. 터지고, 뭉개지고, 허물어져도사람에게는 이로운 유황물과 진흙을 선사하여약 한 방울 없이도 질병을 다스리는 거룩한 병원을 세워놓고노천 온천장도 만들어 놓고정작 자신은 살갗을 태우는 아
키위새 공원-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뉴질랜드의 국조라 하여화려한 궁전에서 사는 줄 알았지요테니스공만한 알을 낳다가그리 많이 죽는 줄도냄새가 나는 연유로그리 많이 잡아먹히는 줄도눈이 어두워 야행성으로그리 캄캄한 구석에서 사는 줄도지금까지 몰랐습니다.자유를 반납한 새가족을 잃은 새고독을 휘감고 홀로이 사는 새아, 닭보다 작은 저 연민의 새가과일 키위를 탄생시키고그리도 향기롭고 부드러운 과일로세계를 날고 있으니이렇게 조촐한 집에서 살아도그대는 황후입니다.
와카레와레와 마오리 민속촌-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행복한 이탈이라 여기시어요주권이 바뀐 땅에서보호구역으로 쫓겨나지 않고도문화의 뿌리를 가꿀 수 있는이토록 아름다운 터전을 허락 받았으니언어가 없다 한들 무엇이 부끄럽겠습니까생각을 목각에 새기고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원두막을 짓고땅을 파고 들어간 움집에서 아이를 생산하고돌이나, 나무, 흙 속에 고기를 넣어 익히는항이, 원시의 요리를 먹으며 어눌한 삶일지라도 반듯하게 지어놓은 재판장과 회의장에서준엄하게 다스려온 잣대가 보입니다.토속품 진열장에는 한국의 삼베 같은 식물의 줄기로실을 삼아 천
로토루아 파크 호텔-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이 밤, 잠들지 못하는 것은세 시간 앞서 가는 시차 탓이거나낯선 곳에 대한 설렘만은 아닙니다.이 밤, 잠들지 못하여도 행복한 것은지구의 가슴 속에서 솟는생명의 열기를 보았기 때문입니다.뒤 뜨락, 푸른 타일바닥의 노천 수영장에서천연의 유황 수증기가시간을 접은 채애련한 허리로 하늘거리고 있습니다.그 밤은 거기까지만정녕 나를 깨우는 신비는새벽 여명에 풍경이 일어설 때산녘 나무 사이하얀 유희로 몽실몽실 걸어 나오는지구의 순결한 영혼꿈이 아닐까, 눈멀도록 바라보아도호텔 창문에는 여전히천상의 명화가
마오리 항이 디너쇼-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주인이 바뀐 땅에서그래도 쫓겨나지 않은 원어민 마오리족뉴질랜드의 한 영토를 소유하며로토루아의 호텔 찬란한 무대에서살기 위해 길들여진 생의 유희로외객의 눈시울을 적신다.포로로 잡히면 혀를 잘렸음에나는 한 번도 잡힌 적이 없다는 힘의 과시로긴 혀를 쑥쑥 내미는 남자식물의 줄기로 짠 치마를 두르고손가락 마디마다 잔물결을 일으키며섬세한 춤을 추는 여자흙 속에 고기를 묻고열기로 익히는 마오리족 특유의 요리항이, 간기 없는 음식이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지만 최상의 대접이다.인간의 향기는 언어가 통하지
폴리네시안 폴 유황온천-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노래를 부르면지금 이 순간의 행복이 꿰어질까물속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면꽃물결 고운 추억 새겨질까너와 나 구별 없이세계인이 하나 되는 온천의 환희시침은 낮에서 밤으로 넘어가고어둠에서 더욱 또렷하게 솟아오르는저 건너 호숫가 유황증기가뜨거운 시심으로 가슴 속에 파고든다.갈매기야 어이하랴너는 여전히 볼 수 있음에나무 난간에 앉아 잠을 청하지만북반구에서 온 나는이제 곧 떠나야 하는데어찌하면 나의 기억 상자 속에천연의 향기, 황홀한 신비를 담아갈까
온천의 도시 로토루아-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처음엔 산 계곡 곳곳에 불이 난 줄 알았지요그곳에 도착한 것은석양이 가는 빛을 발하는 저녁 무렵나무 숲 사이 안개처럼, 연기처럼 큰 무리로 분무하는 열탕의 증기가아직도 잠들지 못한 화산지대천연 유황물이라 하니믿기지 않는 땅, 원시의 귀향입니다.원주민 마오리족의 고향이며한국의 천년고도 경주와 같은 도시밀폐된 차안까지 고약한 냄새가 스미어도유황과 진흙만으로인간의 질병을 다스리는 병원도 있고호텔 뜨락에도, 강변에도모락모락 약물이 솟아올라지구의 어둠을 사르고 있습니다.
파라다이스 벨리-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신의 은총으로 하늘에서 내려 보낸 천국 한 자락사람에게 부여되는 축복이동물과 물고기에게 임하여백 년 된 약수물이 흐르는 연못에아리따운 송어가신부의 춤사위로 줄지어 행진하고수초 사이, 나무기둥 같은 장어가수십 년의 생명 띠를 두르고고요한 호흡으로 생을 찬미한다.사람이 보약으로 먹는 녹용을물가 나뭇가지에 걸어두어오리와 새들의 먹이로 제공되고미니 동물원에는진화를 멈춘 귀여운 멧돼지가양과 염소와 한 가족이다.오클랜드에서 로토루아로 가는 길목산중 천국의 계곡은 그렇게 평화로웠다.
뉴질랜드 북섬 풍경-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사람보다 동물이 더 많은 나라푸른 초지 위에는 온통사슴, 양, 젖소들이 평화를 노래한다.어느 한적한 들녘에서 본원주민 마오리족의 묘지는자연훼손을 줄이려 개인무덤을 불허함에, 맨땅에조촐한 비문과 꽃다발이 죽은 자를 위한 전부이고모토만 달면 진입이 가능한모토웨이 고속도로는 차간 거리가 아득하다.해가 뜨고 지는 것만 빼고는북반구의 우리나라와 정반대인 나라차의 운전석도 반대, 상 하행선도 반대다.일 년에 사모작까지 가능한 땅 그러나 저토록 드넓은 평원에 벼농사를 지으면 그 생산량을 다 어찌하겠느
오클랜드 공항-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아득한 줄이 몇 구비 휘어져 돌고 돌아도검색원의 얼굴은담장 곁 싱그런 개나리꽃이고먼 나라에서 찾아온 손님의 가방을 풀어하나, 하나 풀어 살펴보는 눈망울이아침 이슬이다.손가락 마디마다 예리한 촉수가 있어오염될 물품을 걸러내며지구상의 마지막 낙원이라는 그들의 나라, 뉴질랜드의 자존을 끊임없이 지켜내고 있다.밀착된 공간에서 긴 시간을 다 태워도코로 애국하는 수색견까지 나와마약과 테러를 몰아내는 안전한 테이블에는보랏빛 평화, 성숙한 문화의 꽃이 핀다.
창공에서 본 파푸아뉴기니김윤자바다에서 영혼을 익히면너처럼 될까경계선이 고와라태평양 바닷물이 너에게로 올 때별빛 가슴으로 맞이하였구나사나운 울음으로 뒹굴어 오던 물이너를 만나는 순간부터짙푸른 고뇌를 놓아버리고사랑의 띠를 만들고 있어그것도 아주 정교한 솜씨로청남빛에서 하늘빛, 옥빛, 진주빛으로갈고 다듬으며너의 허리를 휘도는 빛신비로운 섬너는 바다의 어머니, 우주의 꽃이로구나
적도를 넘다김윤자지구의 심장부를 흐르는 피가저리도 푸르렀던가한 점 흠 없는 영역모두를 수용하는 뜨거운 경계선을이렇게 쉬이 넘어도 되는가북반구와 남반구가 하나 되고바다와 하늘이 하나 되고사람과 사람이 하나 되는 둥근 마디눈부신 우주의 축복으로올올이 풀어내는 태양의 숨결태고의 순수한 빛에 눈을 상할까비행기 창문을 닫으라는데내 가슴에 달린 눈과 귀가강한 촉수로 태평양 그 곡선을 휘돈다.
창공에서 만난 신부김윤자그 아름다운푸른 실루엣에 박힌하나의 다이아몬드가달일 줄이야시속 구백 킬로미터로 달리는비행기 차창을안개꽃 눈망울로 따라오는 너는우주 공간 최상의 고운 신부시베리아 평원은구름 이불 아래 고요한 밤일 텐데지상 십 킬로미터 이곳 창공은밤도, 낮도 아닌경계선의 하얀 시간신부는 지금비행기 날개 위를 거닐며붉은 새벽과 혼례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