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인 곤도라-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왜 하필캄캄한 밤에 오르는지그 이유를 안 것은네 명씩 곤도라에 앉아문이 닫히고 기계의 줄이 움직이면서퀸즈타운의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봅스 힐 정상에 올라맛있는 뷔페석식을 한다기에어린아이 걸음으로 달려가 앉았는데죽음처럼 고요한 절벽을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차오르는아슬한 하늘 길날렵한 곤도라가 최단의 지름길로백육십오 미터 산정을 쑥쑥 오를 때이방인의 두려움을 잠재우는 것은 어둠, 고마운 어둠이었다.
보석 별 바다-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이방인을 맞이하는 예법이 아주 독특하군요낮에는 흰구름이 진종일 따라오며길 안내 하더니밤에는 별들이 나와서 길을 밝혀요산 구비 돌아도 가로등이 없어요극지방의 해는 빨리 지고어둠이 드리우는 저녁하나, 둘 별들이 일어서더니어느새 하늘은 보석 별 바다입니다. 처음엔 헤아리며 눈으로 악수를 하다가수많은 별들의 행렬 앞에손도, 눈도, 놓아버리고가슴으로 환영인사를 받았어요농가 과수원 휴게소에서내 머리 위 정수리를 바라보며말갛게 웃는 남십자성또렷한 네 개의 별, 어머니 호롱불 같은먼 나라에서 유년의 꿈길을
선한 목자 교회-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집이라고는 한 채도 보이지 않던평원을 달려온 이방인에게작은 집은 평화, 그 이상이었다.원주민들이 텐트를 치고이곳에서 밤을 지새울 때그날의 안위와목동의 하루를, 양들의 하루를온전히 지켜준 것은기억 속에서 접는다 해도저 드높은 마운틴 쿡 만년설봉에서구름이 울 때 저 드넓은 데카포 호수에서물빛이 울 때 누가 보듬어 잠재웠겠는가
양몰이 개 동상-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주인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저승에서 묻거들랑네 허물어진 발가락을 보이거라그래도, 또 다시주인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다그쳐 묻거들랑네 길어진 혓바닥을 보이거라끝이 보이지 않는 초원에서수천, 수백 마리의 양들을 몰 때 혼신의 힘으로 질주하던너의 발가락이 온전할까우렁우렁 짖어대던너의 혓바닥이 온전할까곤고한 영혼데카포 호수, 아름다운 언덕에 뉘이고죽음보다 붉은 충성비문에 새겨 놓고오롯이 선 너의 동상너는 대평원의 고독한 영웅이구나
대평원의 수로-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처음엔 도랑물이 흐르는 거라고끝나는 곳에서 마을 하나 만날 거라고진종일 달려온 평원이기에그것은 달콤한 상상이었다.사실은 자연을 건드리지 않는 나라에서이렇게 땅을 쪼개어시멘트 물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야릇하여서 웃기도 했다.그런데 점점 길어지는 수로시간과 공간을 다 소유해버리는일직선으로 끝없이 뻗어 흐르는가슴이 서늘하도록오십사 킬로미터를 달리고 나서야 알았다.데카포 호수 무공해 빙하수가 일구어내는 수력발전소와 연어양식장이 거기 있음을때 묻지 않은 땅에서 피어난 문명의 꽃까지완벽한 축복이다. 샘이
마운틴 쿡 만년설-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로키산맥 한 자락 들어다가대평원에 앉혀 놓은 환상눈앞에서 좀 멀리 떨어진 것 빼고는길이의 장대함도만년설에 뒤덮인 몸체도너무나 동일하여서저 설산에 스키 타러 간 사람 중십분의 일은 그곳에 영혼을 묻는다는데돌아오지 못하는 확률을 알면서도여전히 줄지어 오르는 것은죽음보다 아름다워서지구의 온난화로 가슴팍이 허물어져도삼천 팔백 미터 만년설봉이흰구름에 싸여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은눈물겨운 지존, 소슬한 고독이 여물어서그러다가 살점을 녹여 키운 데카포 호수에서시초의 눈망울이 석양에 웃고 있었지
데카포 호수-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대평원을 목마르게 달려온 이방인에게너는 가슴을 흔드는 바다였다.눈물 없이는 못 보는 호수시선이 아무리 달려도 멈출 곳 없어맞닿는 그곳이 하늘이고, 구름이고, 설봉이다.언덕 위 양몰이 개의 동상도바람을 잠재우는 선한 목자 교회도 저녁 연기 향기로운 민가 몇 채도너와 하나 되는 고요너를 탄생시키기 위해마운틴 쿡 수천 미터 설봉은 얼마나 햇살을 그리워 했으며너를 에메랄드 보석으로 지키기 위해서던 알프스 산맥의 만년설은 얼마나 영혼을 다듬었을까어느 것 하나 너에게로부터 분리된 것 없고어느 것 하나 손을
켄터베리 대평원-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신이 다림질한 땅이구나한 점 흠 없는 영토에원시의 바람에 날려 온 풀씨들이도란도란 모여 푸른 눈뜨고평화를 깔아 놓았구나천연의 들녘인데어느 풀 한포기 불쑥 일어섬 없이넘어지거나 쓰러짐 없이강한 빛도, 약한 빛도 없이평정으로 다독여온 남극의 대평원천 년 전 무인도로 잠들었던 땅에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있지만아직도 이곳은 영원한 무인도잠들지 못하는 고독이점 하나로 달리는 버스의 차창에매달려 따라온다. 눈물 고운 땅, 어머니 같은 땅
지구상의 마지막 파라다이스-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사자가 없고, 뱀도 없고기생충이 없고, 모기도 없고근심이 없고, 싸움도 없고순백의 향기, 흰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나라사십 이세의 캡틴 쿡이 들어와원주민에게 총과 그릇을 주고과일을 얻어 먹으며 그린 지도가오늘의 뉴질랜드라고새로운 열림, 새로운 희망이란 그 이름배고픈 나라의 원주민은 물건과 땅을 바꾸다가 주권을 잃고 결국 이방인의 소유가 되었지만그 아름다움이야 어디로 가겠는가Clean and Green 정책으로 자연을 철저히 보호하며삼십 육개 다민족이 평화롭게 사는 나라동물도, 사람도
자가용 번호, 숫자가 아닌-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내 땅에서나 혼자 몰고 다니는 자가용눈앞에서 눈 끝까지끝없는 평원에 젖소와 양을 기르며하늘보다 고요한 땅을마법사가 깔아놓은 푸른 융단처럼보드랍고 빛나는 초원을 돌아볼 때, 홀로 달리는 질주그건 호사스런 고독 따라오는 차도 없고, 따라갈 차도 없고그래서 차량번호를 달아야할 이유도 없다고자가용 번호 자리에, 숫자가 아닌좌우명이나 부모님 성함또는 연인의 이름을 달고 다닌다고참으로 향기로운 운전인데요이것만은 완전 비밀로 해주시길내 조국 자가용들 이런 말 들으면파랗게 질려버릴지도
반대 현상, 아름다운 공존-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적도를 넘어 갔으니땅의 개념으로 보면분명 이곳은 마이너스 지대다.해가 뜨고 지는 것 빼고는모두 반대인 나라식물이 넝쿨을 감는 방향도수도꼭지를 돌리는 방향도변기에 물이 내려갈 때 휘도는 방향도북으로 갈수록 따뜻하고남으로 갈수록 추워지는 것도차의 운전석이 반대이며상행선, 하행선 차도까지 반대시험지 채점까지도맞으면 X, 틀리면 O로 표기한다고단순한 약속기호라 해도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세상에서 이토록 반대일까왜냐고 묻지 말아야지 영리한 지구의 아름다운 공존인 것을
기차를 보면 복권을 사는 나라-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기차가 싣고 다니는 것은사람이 아니라 행운이다.초원을 가로지르는 철로가아무리 길어도산 넘고, 물 건너대평원을 횡단하는 것은사람이 아니고 화물이다.차도와 철로가 나란히 달리는 평원에서나무 사이로 스쳐 지나가는 기차가 보일 때오늘 우리가 기차를 본 것은 큰 행운이라며 복권을 사란다.넓은 땅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고 자연이다.기차가 실어 날라야 할 사람도 없고철로라 하여 튼튼한 길도 아니며협궤 열차가 다닐 정도의장난감 같은 레일이다.기차를 보면 복권을 산다는 나라나는 지금 몇 세기의
퀸즈타운 가는 길-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멀어서 아름답다 하면 호사일까요 차안에서 한 나라의 얼굴을 다 보았다 하면넘치는 판단일까요켄터벨리 대평원을 따라눈물 없이는 못 보는 데카포 호수를 지나천 칠백 미터 얼음층이 뒤덮인삼천 팔백 미터의 마운틴 쿡을 조망하며넘어간 여덟 시간크라이스트처치에서 퀸즈타운까지 오백 킬로미터멀어서 먼길만은 아닙니다.산이면 산, 들이면 들뚫거나 깎지 않고 자연 그대로 길을 내었기에호수 어느 한 귀퉁이 상처 내지 않고물이 흐르듯 닦아 놓은 순응의 길이기에산이 웃고, 들이 웃는 길달려도, 달려도 집과 사람은 보
노부부의 아름다운 식사-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식사를 하러 오신 것만은 아니라구요젊은이들은 지금일터에서 미래를 엮고 있지만어르신들은 지금향기로운 뷔페식당에서 사랑을 엮고 있다지요접시에 담긴 것은음식이 아니라 젊은 날의 땀방울이며국가에서 보상해주는 노년의 선물이기에포크마다, 스푼마다소중하게 찍어 올리는 세월이장미꽃 화사한 빛으로 밝아 옵니다.이제 어디로 가시나요아늑한 찻집에서행복이 녹아든 차 한 잔으로마른 가슴을 푸르게 적시고정오의 햇살 따라 해변으로 가신다구요지금, 테이블 가득 원앙으로 마주 앉아어느 먼 나라에서 오신 손님처럼아름
초원의 하얀 차돌-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오클랜드를 떠난 비행기가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착륙하려 할 때지상에 보이는 테니스장푸른 잔디 위에 웬 차돌이 저리 많을까놀라운 눈으로 지켜보니그건 하얀 양떼반듯한 사각형 초원에서 평화로이 풀을 뜯는비행기가 그 곁을 스쳐지나가도눈과 귀 요동침 없이바람과 소리 함께 먹으며초원의 하얀 차돌은 단단하다.
미션 해협 요트-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햇살이 내리는 바닷가에고운 새들이 모여잔치라도 벌이는 건지천연색의 날개가 살랑거리며깃을 추스르는 풍경신부의 살가운 미소 같은바다 위에 내려앉은 선녀 같은그래, 너 하나의 몸값이팔십억 원이나 될만도 하구나너를 지키기 위한한 달 정박료와 운영비가오십만 원이라 해도돈을 벌어 너 하나 사는 것이평생의 꿈이라 하니너는 바다의 황금 날개너를 소유함이 부의 상징이라는 말허울이 아니구나오클랜드 하버브리지를 지나며요트 올림픽 개최국의 눈부신 자존을 본다.
바다에서 사는 나무-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너는 짠물에 발을 담가야일어설 수 있고, 웃을 수 있고자랄 수 있어서바다의 영토 한 자락 딛고 있구나너의 족속은 짠물에 세수하고짠물로 배를 채우고도 행복하여서바다 속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사는구나다른 나무들은 세상이 변할 때, 함께 변하고 있는데너는 아직도진화의 쪽배를 만나지 못한 걸까빙하수가 흘러들어아무리 염도가 낮다 해도네가 선 땅, 오클랜드 미션 해협은분명 바다인 것을세계에서 오직 너만이바다에 둥지를 틀고 살기에연구대상으로 불릴 만큼 독특한 삶이라는데애련한 나무, 원시의 고독이구나
태반을 묻는 족보나무-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어쩌다 한 그루 눈에 띄었다면나는 묻지 않았으리라시가지를 벗어난 초원에서 만났다면궁금해 하지도 않았으리라오클랜드 도심 곳곳 가정집 정원에하늘로 솟는 나무한단, 한단 쌓아올린 피라미드 형상으로검푸른 정기를 당차게 발하는 빛소나무를 닮은 저 나무가손가락을 닮아 손가락 나무라고 부르는저 가문비나무가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내려오며자손 대대로 후손의 태반을 묻어 기르는족보나무, 패미리트리라고족보가 없다는 나라 그러나 그 사유만으로 기르는 나무는 아니리라순수한 자연은 순수한 자연을 낳고자연 속에서
오클랜드 하버브리지 야경-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얼마나 밝더냐고 묻지 마시고차라리 얼마나 어둡더냐고 물으셔요백이십만 명 인구에남쪽 시가지와 북쪽 시가지를 잇는 다리가이 다리 하나뿐이라는 것에서부터예감은 했지만, 정말 어두웠어요에덴 동산에서 내려올 때만 해도어스름 저녁 빛으로 몰랐고보랏빛 그늘이 드리운스카이타워가 보일 때까지만 해도황홀한 야경을 꿈꾸었으니까요진정 눈을 의심한 것은완전한 어둠이 도심에 드리웠을 때시골 어느 한적한 도로인양한참을 달려야 만나는 가로등이것이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오클랜드의 야경이라고는 믿기지 않았어요하
에덴 동산-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사과나무 대신 둥근 분화구가 있어요분화구 속에는 사과 대신파란 아기 풀들이 눈과 발을 유혹해요들어가서는 안 되는 금단의 구역인데 말입니다. 아담과 이브 대신 타는 노을과 하늘이 있어요발가벗은 하늘은 원시의 빛과 혼례를 올려요오클랜드 시가지의푸른 나무와 붉은 기와지붕 물결이이백여 미터 사화산 언덕을 날개로 감싸고 있어산정의 산책로를 따라 빙 둘러보며 걷기만 해도 큰 축복입니다.영국 사람 이름을 본떴을 뿐성경 속의 에덴 동산은 아니라는데지금 내가 서 있는 땅은 정녕 하늘 천국, 향기로운 에덴 동산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