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지역의 아름다움-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속도를 위반하여경찰차에게 붙잡힌 자가용이갓길도 없는 도로에 멈추어 서 있는데뉴질랜드 남섬, 남부의 구릉지대 협로를저속으로 장시간 넘어오던 차가북부의 대평원 일직선 도로로 들어서는 초입경계지역에서 걸렸다는데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요.잡음이 나지 않는 나라에서동그란 평화만 흐르는 나라에서남부의 건조한 구릉 능선과북부의 촉촉한 대평원이 만나는경계선, 넘어가는 마디에서갈색 초지 사이로 돋아나는 연두색 풀과물 기운이 감도는 곳에 피어나는 노란 꽃빙하가 내려오며 밀어다 놓은 돌덩이까지내
양에게 보낸 위문편지-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그래, 부대의 이동이라 하자수천, 수만 마리를 소유한 주인이더 맛있는 풀이 있는 곳으로 이동시킬 때대평원의 초지라면양몰이 개가 길을 안내하겠지만구백 칠십 미터 린디스 높은 고개를 넘으며 본이곳, 오마라마 갈색 초원지대는왕의 거대한 무덤 같은 높고 낮은 산언덕이산맥처럼, 사막처럼 이어져 있으니헬리콥터가 아니면 너희를 찾을 길이 없겠구나그런데도 놓쳐버린 한 떼의 무리가 있어십이 년을 홀로 살았다고가장 오래 산 메리노 양까지, 용감한 부대로구나초등학생들이 씩씩하게 살라고 써서 보낸 위문편지사
오마라마 갈색 초원지대-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갈색, 죽은 듯한 풀이사실은 생명이 흐르는 풀이고그 사이 맛있는 싹이 돋아나고 있음을아는, 최초의 눈은바로 저 양떼들이 가지고 있다.이곳은 돌고 돌아도, 달리고 달려도구릉으로 언덕진 땅남극의 강한 자외선이 내리면파란 풀빛은 증발하고황갈색 마른 줄기만이 강한 뿌리로 목숨을 붙들고 있다.동일한 나라에서북부의 대평원 푸른 초원지대와남부의 산언덕 갈색 초원지대가불균형의 황홀한 대비를 이루며명소를 만들어내는 것도축복 받은 나라의 값진 소산이다.
금덩이가 흐르는 땅-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금덩이가 흐르는 곳이어디 저 산자락뿐이던가양들의 뽀얀 털 속에사슴과 젖소의 행복한 걸음 속에빛나는 초원 위에황금은 태어나고, 자라고 있는 것을버스가 산길로 접어들었을 때협곡의 물 건너 산녘에그 옛날 금을 캐던 금광과 움막집이 예쁜 눈으로 웃고 있었지금을 씻던 시냇물은 여전히 눈부시고금덩이의 고결한 빛이어디 저 돌과 흙 사이에만 있던가금 대신 알루미늄을 사용하고타고난 자연을 고스란히 지켜주기 위해돈이 묻힌 곳을 덮어두는손길마다, 눈길마다 촉촉이 흐르는 것을
세계 번지 점프장에서-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심장에 돋아난 저 검붉은 날개를 보라목숨을 내어놓고 얻은빛나는 용기 앞에카와라우 협곡의 강물이 정지되고깎아지른 사십삼 미터 절벽이 눈을 감으며가벼워진 길을 닦아놓지 않는가자신을 버리는 저 짙푸른 고뇌를 보라가슴을 다 비우고 얻은투명한 자유 앞에고공의 철제 다리가 부드러운 발판으로소슬한 밧줄이 생명의 핏줄로화사한 꽃길을 만들지 않는가나비가 되는구나, 새가 되는구나적멸의 강에 영혼을 던지고, 육신을 던지고외줄에 출렁이는 초인의 저 눈부신 축복유리벽 난간에 기대어 서서눈으로 새가 된 우리도
와카티포 호수의 전설-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거인이 잠자고 있는 호수정말 저 호수에는 거인이 살까호수 맨 끝, 왕의 마을에 거인이 살았는데여인을 제물로 바쳐야 무사하여약혼한 여인을 바쳤는데여인은 눈물로 지새우다가잠자고 있는 거인의 털에 불을 질렀고거인은 심장만 살아호수 가운데에서 콩닥콩닥 뛰어아직도 호수의 물이 오르내린다고다 타버린 거인의 무릎이 잠긴 호수가바로 지금 퀸즈타운 도심에서바라보는 이곳이며, 비행기에서 보면퀸즈타운을 에스 자로 휘감아 도는팔십사 킬로미터 장엄한 호수가의자에 앉은 여인 모양인데 역시 그 무릎 부분이 이곳이
퀸즈타운, 여왕의 도시-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그렇게 보아도 되겠구나봅스 힐, 그리 높지 않은 산언덕 아래부끄러이 드러누운 와카티포 호수너를 닮은 산과 호수푸른 이마와 붉은 볼에 빛이 흐르니태양이 솟지 않아도사랑은 벌써 아담한 도심에서장미꽃으로 피어오른다.흑장미도, 백장미도 아닌 파스텔조여왕의 소박한 미소로그렇게 불러도 되겠구나어느 곳을 둘러보아도불쑥 일어섬 없이낮은 곳에서도, 높은 곳에서도평화로운 담장도란도란 고운 삶이 여물고 있다.여왕의 온화한 눈빛으로
빗속에서 본 양떼들-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아이야저 빗속의 양떼들을 보아라먼 나라 이국 땅에서 자라는 동물이지만날씨에 동요하지 않고묵묵히 살아가는 저들의 삶을 보아라비가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뛰거나 당황하지 않고풀 사이, 돌짝 사이하루의 먹이를 찾아내는 저 눈빛을 보아라아이야저 빗속의 양떼들을 다시 보아라진정 배가 고파 풀을 뜯겠느냐해 밝은 날에도 풀은 지천인 것을경계선도 없고, 경계할 상대도 없는평화로운 초원인 것을여린 입술로 건져 올리는 저 인내를 보아라광활한 터에서 홀로 일어서기 위한빗속의 강인한 행군, 고독한 걸음을 보아라
밀포드 사운드 선상뷔페-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빙하 폭포 하얀 영혼을 먹었습니다.유람선 선창에 서리는 낭만을 먹었습니다.부드러운 한국어 안내 방송을 먹었습니다.일층 선실에서 뷔페접시에 담아온 것은밀포드 사운드의 바다 향기이며걸어 오르는 계단은 빙하 줄 폭포이며 포크에, 스푼에 집어 올리는 것은산과 산 사이 갈라진 절벽의 고요찻잔에 녹아드는 것은운무의 휘파람 소리, 빙하 폭포 소리마셔도, 마셔도 마르지 않는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장엄한 해협에서두 시간을 왕복 유람하며아름다운 점심식사, 선상뷔페 내가 먹어서 배부른 것은 음식이 아니라
스털링 폭포-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언제 태어났느냐고 묻지 않으마왜 바다로 떨어지느냐고도 묻지 않으마너를 만나는 이 순간이 소중하여서유람선 갑판 위로부서져 흩뿌리는 너의 숨결에옷이 젖고, 카메라가 젖고영혼까지 젖어버려도귀골이 장대한 너를 바라보며춤추는 배미를 떠나지 못하고찰나의 환희라 해도나는 목숨처럼 행복했지너는 밀포드 사운드의 귀공자무서운 호령으로산과 바다를 흔들며고산 석벽을 타고 달리는 하얀 목마네가 스러져 마지막 가는 곳이짜디짠 바다라 해도남극 빙하 침식 해협이 이루어낸빙하 폭포의 지존, 고고한 함성인 것을
밀포드 사운드-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산아, 그렇게 가슴을 잘라천길 낭떠러지 절벽을 만들어 놓고어찌 바라보라 그리 고요한가만년설아, 그렇게 고독을 풀어고산 설봉마다 배꽃송이로 피워 놓고어찌 바라보라 그리 웃는가빙하가 침식하며 산과 산을 벌려 놓은 것도그 벌려 놓은 영토에 바닷물이 들어와 사는 것도빙하 폭포가 순백의 영혼을 짠물에 섞는 것도시초의 공존, 태고의 평화라 하면바라보는 나의 눈이 조금은 열릴 것 같아하지만, 더 이상은 보지 않을 거야육지와 바다의 아름다운 만남까지만짠물과 민물이 하나 되는 성숙한 조화까지만점점 높아지는 해
빙하 줄 폭포-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내가 살다가, 오래도록 살다가피해가지 못하는 슬픔으로깊이 울어야 할 때눈물을 펑펑 쏟아야 할 때네 곁에 오면그 울음이 축복이 되겠구나울어서 아름다운 산, 아름다운 축복내가 살다가, 오래도록 살다가피해가지 못하는 고독으로가슴 아파 할 때한숨을 펑펑 쏟아야 할 때 네 곁에 오면그 아픔이 축복이 되겠구나하얀 고독이 아름다운 산, 아름다운 축복
호머 터널-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만년설봉 가슴 한 도막 뚫어 길을 낸, 지금 이곳은산중의, 산중의 산, 돌고 돌아도더 이상 돌 곳이 없어지표에서 백 이십 미터 올라온빙하 설산에사람의 수공으로 만든 터널이다.동부의 밀림 초원에서서부의 빙하 침식지대로 넘어가는경계선, 천 이백 칠십 미터눈을 떴다 감아도, 다시 떴다 감아도 여전히 버스는 터널 안에 있다.원시의 숲과 원시의 빙하가 만나는 곳에현대식 공법의 걸작품 하나 있어우아한 벽면에 화사한 전등이 꽃불로 피어오르니산은 외롭지 않겠구나빙하 줄 폭포가 온 산을 훑어 내려도가슴에 흐르는
거울 호수-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그날은 청둥오리도 날아가고하늘도 높이 올라가고바람은 빗장을 닫아 한점 흐르지 않고비는 오다가 되돌아 올라가고한마리만 잡아도 쇠고랑 차는 오리 천국에서그 시간 오리가 보이지 않은 것도아침부터 구름을 품고 있던 하늘이그 시간 구름을 높이 올려 보낸 것도대평원을 날개 달고 떠돌던 바람이그 시간 따라오지 않은 것도여기는 서부 우림지대, 지천으로 내리던 비가그 시간 걸음을 하늘로 돌린 것도거기, 거울 호수가 있어서만년설 고운 산맥 뿌리까지 끌어안는산과 나무와 들녘이 물과 하나 되는걸어 들어가면 산을 만날
황금 벌판-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빙하가 흘러 내려평지로 다져놓은 애달픈 땅에강한 자외선이 내려와식물의 눈을 멀게 하였으니죽음처럼 하늘거리는 황색 풀, 레드타석붉은 줄기가 날카롭지도 않고굵은 실을 만지는 느낌으로 외인을 반기며황금 물결을 이루고 있다.뿌리 채 뽑아야 죽는다는 강인한 풀봄에는 파란 싹으로 나와도저렇게 빨갛게 말라버리는그렇다고 죽은 것은 절대 아니며다 으스러져도 뽑히지 않는 굳은 의지로대를 이어가고 있다.울타리가 없는 땅은 국유지라는데국가의 손으로 다스려온 붉은 평원가슴 한 자락 내어 만든 이 길이밀포드 사운드로 가는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마른 평원의 끝점에서 만난 거대한 산맥예사롭지 않은 지역임을 알리는 것은마오리족의 애국가 격인연가, 포카레카레아나를 부르면서 입장할 때부터거룩한 지역이거나, 신비의 숲일 거라는 예감으로 차창에 눈이 고정되고 점점 신의 입김 가득 고인 나무터널로 들어가며운무와 비에 젖은 땅에서 펼쳐지는 장엄한 생명의 축제 흐르는 물마다 약수고, 고사리가 야자수처럼 솟구친연중 삼백일 동안 내리는 비가 칠천 밀리 먹을 것이라고는 비와 바람뿐인데큰 키에 반들반들 빛나는 저 나무들의 행복자연에게서 얻은 것은 고
테 아나우 호수-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비가 오는 길목에서 만났어요비처럼 물이 쏟아지는 동굴이라는마오리 원족의 언어 테 아나우그렇게 물이 많아여의도 면적의 백오십 배 크기뉴질랜드 남섬에서 가장 큰육십사 킬로미터 길이에폭이 십 킬로미터인 곳까지도저히 두뇌 속에 저장되지 않는 호수입니다.눈앞에 마주 보이는 저 산이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이며저 우람한 산줄기를 따라 흐르고, 또 흐르고보트와 갈매기가오랜 역사를 물고 선 호수 곁 큰 나무 아래물의 요정으로 앉아 외객을 맞아요물가엔 아담한 찻집도 있고보기 드물게 잘 차려놓은 상가도 있고막대기로
붉은 사슴 목장-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힘이 센 것도 죄가 되는구나양들이 먹어야 할질 좋은 풀들을얕은 양들의 철조망 울타리를단숨에 넘어 들어가뜯어 먹는다는 죄목으로높다란 울, 좁은 우리 안에 갇혀 살다니꼭대기 줄에는 전기가 흘러접근을 못하고뿔은 아예 잘라버려성호르몬을 감퇴시켜 놓았으니너는 사내도 아니구나한마디로 잘못 수입된 레드 디어독일에 보디 처분 수출용이라는덩치가 큰 것도 죄가 되는구나밀포드 사운드 가는 길, 드넓은 초원에서 슬픈 목장, 비운의 목숨을 본다.
콥서른 호텔-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옆으로 층수가 늘어난 호텔을 보셨나요곁으로 보기에는 삼층인데언덕 속에 숨어호수와 상면한 이층을 더하면위로는 오층이지만꺾어지고 또 꺾어지고, 돌고 또 돌고날개처럼 양 옆으로 뻗으며혹은 ㄷ자로 맴도는 미로의 객실들지상으로 올린다면 수십 층이 될 호텔입니다.분명, 뉴질랜드 남부 도시 퀸즈타운인데로키산 매리어트 호텔에 온 착각으로크림 향내 스민 목조 호텔의아담한 복도가 예뻐서 걸어보고창 밖 정원이 아름다워서 걸어보고오층 테라스에 나가 와카티포 호수의 뽀얀 운무에 젖어보고그러다가 나의 방으로 가는 그 아
봅스픽 뷔페 석식-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그날 밤 봅스 힐 산정에서내가 먹은 것은음식이 아니라 낭만이다.어둠이 촉촉이 물든 창가에는퀸즈타운, 여왕의 도시그 이름만큼 우아한 불빛이 젖어들고금빛 웨이브 늘인 긴 머리에주름진 얼굴의 한 남자가생의 연륜을 지우고라이브 기타 연주에 실어비파 현으로 부르는 예스터데이나는 와인 잔을 앞에 두고 분홍빛 찐 새우의 껍질을 벗기면서도노가수의 팝송 선율을 먹고퀸즈타운 고혹의 야경을 먹고뷔페 접시를 들고 돌면서도진정 나를 배부르게 하는 것은음식이 아니라남극의 목가적 평화, 고운 낭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