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주립 미술관-호주 문학기행김윤자바닷가 언덕을 깎아서 지은동그란 아름다움이소장한 미술품에도, 관리 방식에도그대로 전달되고 있다.한 시대의 흐름을 담아놓은 그림이가장 진실한 역사이며가장 선명한 민족의 염원이라고 볼 때그림 원본을 유화로 복사하여웅장한 화폭에 담은 명화 한 장, 한 장마다영국 죄수들의 유형지였던 이 땅의위대한 일어섬과 그늘로 떠난 원주민 애버리지니의 뒷걸음이모나지 않게, 향기롭게 공존하고 있다.영국 여왕의 땅이라서관람료를 받지 않는다는 무료 갤러리이미 호주 연방국가로 영글었는데도죄수의 후예들은영국 여왕의 자식임
맥콰리 포인트 공원-호주 문학기행김윤자그녀가 이 언덕에서 눈멀도록 기다린 것은남편이 아니라 고국이었으리라곧바로 가면 영국이 맞닿는 바닷가이 자리, 이 지점에 앉아배를 타고 한 달이 걸려야 영국에서 돌아오는 남편에게서듣고 싶은 이야기는정치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모국에 대한 언어였으리라엘리자베스라는 자신의 이름보다호주 총독의 부인, 미세스 맥콰리로 살다간한 여인의 붉은 추억이 서린맥콰리 포인트, 닳고 닳아의자처럼 생긴 둔덕에 앉아저 멀리 항구를 향해 들어오는 함선을 보며그녀가 겪었을향수에 대한, 사랑에 대한 연민에내 눈시울이 젖는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호주 문학기행김윤자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만났을 때는너는 신부, 하버브리지는 신랑이었다.조개껍데기 여섯 개가 하얀 꽃으로 환생하여해심의 푸른 행복을 노래할 때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망울은바다의 샛별함께 꽃이 되고, 함께 별이 되고함께 신부 되고, 함께 신랑 되고그러다가, 해거름 타는 노을 속에서 만난 너는여섯 개 감각의 문을 열고음악의 혼을 태우며 홀로 우는 어머니기둥 하나 없이 일어설 때쏟아낸 진액이 겨우 뼈대 되어밤색 창틀로 지붕 난간을 받쳐든 사념의 날개가소슬하여서, 아리도록 고와서철없는 낭만은 승천
하버브리지-호주 문학기행김윤자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라는 명성은, 태어날 때 진 빚을오십육 년 간 갚고 나서야 얻어진 이름이다.지구를 통째로 굴려도무너지지 않고 넘어가라고우주가 남태평양으로 떨어져도깨지지 말고 뒹굴라고푸른 바다 위, 소슬한 철제 아치 난간이예술의 입술을 빌어차분히, 그리고 바람의 눈물로철의 숨결을 절규한다.어느 곳, 어떤 방향에서 보아도변하지 않는 강한 심장이실업자 구제로 경제를 살리기 위해바다에 뿌린 씨앗 하나를 싹 틔웠고눈부신 조망은세계 관광명소로 자리 매김하여빛 고운 열매로 떠오른다.
시드니 유람선-호주 문학기행김윤자이미, 선착장 뱃머리에는바이올린을 켜는 중년 여인이 나와배꽃 웃음으로 이국의 낭만을 꽃 피우더니선실 이층, 뷔페 식사장까지 따라온 그녀는아리랑으로 와인잔을 채워붉은 눈시울로내 조국의 등줄기를 넘어간다.하버브리지를 지나, 오페라 하우스를 지나한 시간을 돌 때한강이 보이고, 육삼 빌딩이 보이고세계적인 미항의 가슴팍에서나는, 내가 사랑하는 님을 만나고 있다.
갭 공원, 자유의 절벽-호주 문학기행김윤자살인죄 누명으로종신형을 선고받은 빠삐용이마지막으로 누린 자유의 무한지대는바로 저 절벽이었다.땅이 땅이기를 거부하고바다에 수직으로 내리꽂혔을 때찬란한 다리가 돋듯이죽음이 죽음이길 거부하고나비처럼 백 미터 단애의 절벽에서훨훨 날아 바다로 내려앉았을 때 야자나무 열매 자루에는찬란한 생명이 움트고 있었다.빠삐용 영화, 마지막 장면 촬영지라는이름값으로, 정의를 부르짖는바다의 하얀 함성이 무수히 달려와절벽을 흔든다.
본다이 비치-호주 문학기행김윤자바다가 아름답다는 말은 생략하겠습니다.바다 앞에 서면 나를 버리던 관념도오늘은 접겠습니다.냉철하고, 꼿꼿한 바다를 만났으니나도 강인한 여인이 되어마주 서겠습니다.시드니 도시 깊숙이 파고든건강한 바다가새벽잠도 없이 일찍 일어나수상스키와 수영을 즐기는사람들을 한가득 품고 빛을 맞이합니다.바위에 부딪히고, 파도에 뒹굴며콩고물처럼, 중백 설탕가루처럼영혼을 빻아 깔아놓은백사장의 고운 인내는바다의 꽃, 바다의 열매입니다.나 오늘 참으로 씩씩한 생명을 만났습니다.
스위스 그랜드 호텔-호주 문학기행김윤자이 좋은 객실에서나는 왜 가슴이 서늘한 걸까넓고, 황홀한 방에서 아름다운 밤인데계속 따라 붙는 생각은내 조국의 가녀린 허리, 가냘픈 몸통이다.한뼘의 땅도 소중하게 밟아온 내가겉과 속이 넓은 나라의호사스런 품에 안겨, 행복마저 눈물겹다.본다이 비치 백사장을저층의 날개로 다 품고 앉아도로 한 블록을 가득 채운 살빛 궁전새벽 산책길위로 크는 호텔만 보아온 나는옆으로 마음껏 자라끝없이 뻗어나간 건물의 줄기 앞에서눈시울이 시려 왔고테라스에 마련된 야외 의자에서태평양 저 너머, 바다를 딛고 일어서는아담
스타시티카지노 뷔페석식-호주 문학기행김윤자어둠을 사르는 것은 꽃처럼 피어오르는 불빛만은 아니었다.이 밤, 정열을 분무하는 것은정적을 깨고 솟는 분수만은 아니었다.그리 비싸지 않은 값으로우리는 최고급 식사를 하고 있지만바로 옆 공간에서는넘치는 부를 싸들고 온 사람들이또는 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행복을 먹고 있다.도박을 장려하는 나라노인 연금 중 이백칠십 달러는 도박비그 돈은 반드시 카지노에 가서어떤 형태로든 다 소비해야 하는데돈을 사회로 옮겨 환원하고자 하는 정책이다.어린 소녀는 평화로운 접시에통통한 새우만 한가득 담아와단단한
시드니 수족관-호주 문학기행김윤자작은 사각 틀에서수중 터널 대형 아크릴 관지상의 물개 관, 유리 마루까지다양한 수족관에서 바다의 아가들이 산다.그중 가장 예쁜 물고기는오리 고기와 식인 상어오리 고기는 호주에서 보호받고 있는세계 희귀 어종으로주둥이와 발가락은 오리인데몸통은 까만 물고기로, 헤엄치며 사는진화되지 못한 아주 독특한 생명이다.삼중치열, 식인 상어는자연 바닷물을 가둔 착각의 바다에서천상을 배회하듯, 본성을 잠재우고사람의 머리 위에서 우아하게 맴돌고 있다.우린 모두 겨울의 신부사람도, 물고기도 숨소리 하나 떨구지 않고하얀
시드니 고속도로-호주 문학기행김윤자시원한 땅에서투명한 자유를 먹고 자란순박한 나무들이웃자란 청년인 듯조숙한 숙녀인 듯어찌 보면 철없이 덩치만 키운 것아닐까 싶었는데용감한 걸음으로 나와중앙 분리대의 벽을 허물고그곳, 위태로운 공간에나무 공원을 이루고 살고 있으니아, 이것은 정녕 배부른 평화가 아닌가드넓은 대지의 축복달려도, 달려도 깨지지 않는운전석과 상 하행선이 반대인데도느끼지 못할 만큼황홀한 현상들이 스쳐 지나가는눈부신 길, 부드러운 길
블루 마운틴-호주 문학기행김윤자에코 포인트, 뚝 끊어진 절벽에 섰을 때산이 높다거나, 아름답다는여린 낭만은 뒷걸음치고평원으로 드러누워서도 비상하는푸른 집념을 만났다.그 옛날, 마녀가 위험에 처한 세 자매를바위로 굳게 하여 악의 손에서 구해줬는데요술지팡이를 잃어버려아직도 나란히 선 채, 세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세자매봉의 샌드 스톤 뽀얀 미소가나무 사이로 걸어 나와 외인을 반긴다.남한의 절반 크기, 광활한 나무바다그 끝자리 한 자락가슴팍을 거닐어도 보고협궤열차에 올라 무서운 속도로 미끄러져도 보고곤돌라 줄에 매달려 거슬러 올라 보아
페더데일 야생 동물원-호주 문학기행김윤자진화의 바람을 만나지 못한 야생 동물들이정지된 시간 속에서그들의 영롱한 색깔을 분무한다.남태평양 바다 가운데뚝 떨어져 솟은 땅에적이 무엇인지생존의 날카로운 호흡이 무엇인지모르고 태어난 생명들캥거루는 언제쯤이면일 센티미터도 안 되는 유충을 꺼내어육 개월 동안 품어 기르는 인큐베이터, 아기 주머니가 아물고 꼬리가 짧아질까순진한 코알라는, 수면제 성분이 든 유칼립투스 나뭇잎만 먹음으로해 밝은 낮에도 잠에 취한다는 사실을 언제쯤 알까고요한 땅, 천진한 아가들아
창공의 일출-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남태평양, 타스만 해협은온통 붉은 산통으로어둠을 밀어내며 빛을 낳고 있다.남섬,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을 출발한콴타즈 호주 항공이시드니 공항을 향하여 날아가며비경을 덤으로 선사한다.비행기가 이륙하자로키산 줄기 한 도막을 넘는 듯한설산, 날카로운 설봉이 이어지더니바다가 보일 때창공은 태양을 건져 올린다.기내 조식이 나오고부드러운 거품으로 입안을 감도는백포도주, 알싸한 향기나는 눈부신 햇살을 먹고 있다.운해 설경, 저 고운 솜털 이불이 있어알몸으로 나온 해는고독을 잠재우고, 당찬 몸매로 일어선다.
크라이스트처치의 밤 풍경-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들꽃 같은 도시길을 밟아도 불빛은 없고어둠만이 따라온다.이방인의 가슴은 밝아오는데하루의 시간을 접고빗장을 내린 거리는 고요하다.이곳이 도시의 중심가라는데차도, 사람도 피해버린 서늘함으로북적거리는 도심을 걷던우리의 눈은 낯설기 그지없다.어두워서 빛나는 나뭇잎 탑뉴질랜드의 상징 식물인 고사리가커다란 잎사귀에보랏빛 조명을 휘감고 영롱할 뿐길 건너 성당, 그리 높지 않은 첨탑이유럽풍의 향기로 오롯할 뿐애련한 도시눈감은 땅, 넓어서 애련하고반딧불 같은 순수, 고와서 애련하고
러셀 양 세마리의 임무-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건물 가까이에 목장이 있는 것도좁은 공간인 것도겨우 양이 세마리만 있는 것도사람을 보고는 철조망으로 달려오는 것도지금까지 보아온 목장과는 달랐다.사람을 좋아하고사람이 주는 과자를 좋아하고빈손을 내밀어도 좋아라 다가오고차에서 사람이 내리면 뛰어가고그랬다. 양 세마리가예쁘고, 고맙고, 사랑스러워서한동안 지켜보다가웬일인가 싶어 물었더니선전 광고용으로 기르는 양이란다.철조망에 영문 간판을 걸어두고사람들이 그곳에 양을 보기 위해 다가가면광고효과가 크다고, 지금 양들은사람에게서, 국가에게서 받은
연어의 고향-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연어의 고향, 라카야 마을에 도착한 것은해가 질 무렵, 공원 분수 위로연어 한 마리가 살아서 승천하듯힘찬 몸놀림으로 하늘 향해 튀어 오른다.빛나는, 동상이 아닌 실체의 모습으로물고기에게도 생명법이 있어낚시도 허락된 곳에서만 해야되고어느 할머니는 전복 한마리 잡아 팔다가칠십 오만 달러의 벌금을 냈다고연어가 그리 많아도정작 이곳 사람들은 찜으로 하여일년에 몇 마리 먹을 정도이며거의 수출용이라고바닷물의 농도가 낮아서회로는 잘 먹지 않는다지만자연 보존에 길들여진 관습 때문이리라어디 연어에게만 고향이 있
가시나무 노란꽃-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자녀에게 용돈을 줄 때저 가시나무 꽃줄기에 싸서주머니에 넣어 주면자녀가 돈을 꺼낼 때마다 손을 찔리며 그 아픔 속에서 돈의 소중함을 먼저 배운다고산에도, 들에도, 도로변에도지천인 가시나무 노란꽃, 용돈나무열아홉 살이면 집을 떠나홀로 독립해야 하고어떤 종류의 직업이든돈벌이가 된다면 성실히 임하는 나라부유한 가정에서는영국 유학으로 교육을 시키기도 하지만일찍이 양치기 목동으로양털깎이 전공자는 많은 돈을 벌어도시에 빌딩을 가진 자도 있다고저 노란꽃 가시나무가 있어아이가 올곧게 일어서고, 나라가 일어
방귀세-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아름다운 나라에서 들은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소나 양, 동물에게방귀세를 물린다고양은 마리 당 일년에 육십 센트소는 마리 당 일년에 일 달러일만 마리 소유주는연간 일만 불의 세금을 낸다고무를 심는 것은사람이 먹기 위해서가 아니고소나 양이 뜯어먹도록 심는 것이라니사람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사는 이곳 동물들비록 생리현상이지만방귀를 끼어 내뿜는 독가스가자연을 훼손하기에행복하게 사는 권리만큼 행복을 위한 의무도 주어지는 것이다.
막사 식당-뉴질랜드 문학기행김윤자부드러운 연어회가 참 맛있었지요그렇게 고소한 맛은 처음입니다.붉은 포도주가 참 향기로웠지요그렇게 우아한 향기는 처음입니다.인구 천 명이 사는 도시에단, 두 명의 한국인이 사는데그 두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입니다.정원이라고는 잔디밭이 전부이고조립식 컨테이너 박스로 연결된 건물예전에 군인이 쓰던 막사라는데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식당입니다.꾸미지 않아서 아름답고내 동포가 있어서 아름답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