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사원-영국 문학기행김윤자고해성사를 위해로마로 가던 길이 막혔다 하여어찌 그것이 에드워드 왕의 죄였겠는가스스로 죄 때문이라 여기고죄를 탕감 받기 위해 세웠다는 교회균형과 평정에서 벗어나지 않겠노라고좌로나 우로 치우치지 않겠노라고정직한 잣대로 세운 두 개의 첨탑이비원의 양 날개로 솟아오른다.거룩한 믿음의 사원사십오 명, 왕의 대관식이이곳에서 거행되고장례식과 지하 무덤까지산 자와 죽은 자의 영혼을 보듬고 있는완벽한 성전이다.저 거리에, 말발굽 소리만 드리우면지하에 잠든 뉴턴과 다윈이이 사원을 탄생시킨 에드워드 왕이그날의
버킹검 궁전-영국 문학기행김윤자런던 도심에서민주주의의 꽃을 봅니다.화려한 치장도 없이아름다운 정원도 없이자동차가 질주하는 대로변에검소하게 핀 자유의 꽃을 봅니다.국가가 익고, 사회가 익으면궁전의 마당은 활짝 열리고울타리는 낮아지고경호벽은 얇아지는가 봅니다.지켜주는 것이라고는윌링턴 장군 기마상과 천사 동상뿐인데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핀 꽃회색 건물 한 덩이가영국 여왕의 집입니다.
런던 하이드 파크-영국 문학기행김윤자그리운 조국을 기억하기 위해호주 도심에 동일한 이름으로 지어놓은하이드 파크에서, 영국 병사의 향수를 보았는데나는 지금 영국의 하이드 파크에서내가 머물렀던 호주의 하이드 파크에 대한회상에 젖는다.다이애나가 마지막으로 살던 집이아직도 이 공원에 소슬하게 서 있다는 것과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가황금빛 찬란한 금상으로 서 있는 것그리고 영국 시민의 큰 휴식처라는 것들이이 공원에 부여되는 큰 의미지만내가 찾고 있는 것은호주 하이드 파크에서 보았던그 굵은 나무, 뽀얀 길의 향기다.돌아서는 마
나의 족적김윤자비록 비행기를 빌어 지나고 있지만고비사막 상공에 나의 족적 하나 쌓고 간다.오십 고개 언덕을 넘고 있는 지금내게 남은 생이 얼마일지 모르지만할 수 있는 한땅에, 하늘에, 바다에 족적을 쌓고 싶다.사람으로 태어났으니무원의 세계에 대한 동경의 표출이고시인으로 태어났으니문학에 대한 값진 양식을 찾는 여정이다.내 가고 없는 후일에나의 시에서, 나의 자취록에서굵고, 넓게 살다간 향기가 흐르기를세계 곳곳에서 담아온문학의 향기가 사철 피어오르기를인터넷 나의 홈에, 나의 시작 노트에오대양 육대주를 떠돈 나의 족적을뜨거운 목적으로
시베리아 상공에는 구름도 없다김윤자고독하구나, 시리구나툰드라 동토에증발할 물기도 메마르고사람의 입김이 없으니올라갈 물기도 없고하여, 창공에 그 흔한 구름 이불도네게는 머물지 못하니땅도 시리고, 하늘도 시리구나고고하게 드러누운 설원에아직도 눈뜨지 못하는 봄이사월의 땅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저 하얀 지대에는 내리지 못하고고독한 생이구나그래서 아름다운 나의 시밭이었구나너를 만나기 전에나는 이미 시베리아 툰드라 지대 동토에서하얀 눈밭을 걸으며나의 시밭을 일구었으니향기로운 땅, 향기로운 상공이여
이세 신궁-일본 문학기행김윤자시간과 거리에 관계없이일본 전역에서 들어오는 차량행렬이범상치 않다.그 어떤 힘이 이곳에 있어무수한 백성들이 줄지어 모여드는가일본 최초의 신궁일본에서 가장 큰 신사건국신화의 여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를 모신 곳이런 사유가 집결에 대한 해답인가신궁의 문은 닫혀 있는데겨우 문 앞에 잠시 머물다 가는데뿌리를 지킨다는 것에 대하여힘이 하나로 모아진다는 것에 대하여소망과 기원에 대하여정직한 신념이하얀 천 위에 주화로, 지폐로 쌓여 간다.시대를 거스르는 행위 같지만신궁은 일본을 동그랗게 묶는 끈이며맥을 이어가는 푸
미키모토 진주섬-일본 문학기행김윤자역사의 시작은한 사람의 작은 두뇌에서 시작 되듯이진주왕 미키모토는 최초로이 섬에서 진주 양식에 성공했다.나는 진주에는 관심이 없다.진주를 키워낸 바다를 사랑하고진주가 탄생되기까지 수고한 자의손길을 사랑할 뿐이다.천 구백 이십 년에디슨이 미키모토를 만났을 때내가 발명 못한 것을 했다고극찬했다는 말, 그것에 귀를 기울인다.쇼핑가의 수억원 짜리 진주보다해녀의 하얀 옷자락을바닷가 야자나무 숲바람을 밟고 선 미키모토 아저씨의 고뇌를나는 더 사랑한다.
이세 네무노사토 호텔-일본 문학기행김윤자시간을 붙들고 싶은돌아가야겠다는 생각보다다시 올 것을 꿈꾸게 하는산 속에 내려앉은 원시의 의자모든 것으로부터 분리된 고요한 이탈비움의 법칙을 깨닫게 하는고독이 에워싼 평화돌무덤 모닥불, 작음에서 오는 꽃불 환희산 향기, 때 묻지 않은 향수유가타를 입고, 전통차를 마시며이국의 밤은 그렇게 여물어 갔지
일본의 대나무김윤자평온한 나라에서눈으로만 보는 나무가 아닙니다.숲을 보기보다뿌리를 가슴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숭고한 나무거칠고 버릇없이 뻗어 나가는뿌리의 속성 때문에더러는 죽임을 당하는 애증의 나무가이곳 섬나라에서는공항에도, 호텔에도들녘에도, 고속도로변에도사람의 따스한 손길로 자라고 있습니다.강인한 발톱으로영토를 붙들고 있어 달라고날카로운 지혜의 입술로땅 아래 세계의 요동침을 알려 달라고미미한 나무가참으로 큰 몫을 하는그것은 분명 길러야 할 충분한 사유입니다.
일본의 산김윤자쉬이 드러나지도 않고쉬이 끝나지도 않는다.들판이 끝나는 아득한 곳에진흙덩이를 길게 빚어땅바닥에 늘여 놓은 모양새로뾰족하지도 않고들어가지도 않고뭉툭한 몸으로 납작하게 앉아 있다.바다를 딛고 일어선 나라바람을 만났을 텐데파도와 부딪혔을 텐데산은 어찌하여 저리도 고요한가
동네 안의 공동묘지-일본 문학기행김윤자잘못 본 것은 아닐까, 눈을 의심하며지나가는 차창을 붙들었다.시골도 아닌 도심에서그것도 사람이 사는 동네 안에서공동묘지를 만나다니어느 돌공장 하나이듯꽃다발도 없고, 꾸밈도 없고칙칙한 회색 크고 작은 돌비가 전부다.검소하게 살다가, 검소하게 돌아가는일본인의 얼굴이며섬나라에서 후손을 위해 영토를 보존하는죽은 자의 뜨거운 애국이다.공동묘지가 마을에 들어오면 행운이 온다는아름다운 해석으로죽은 자의 행렬을 수용하는산 자의 빛나는 사랑이다.
천국의 사슴-일본 문학기행김윤자아가야, 단순히 나에게로부터먹이를 받아먹기 위해따라 다니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내 손에 먹이가 없을 땐목에 두른 머플러를 물어 당기며 장난치고이상도 하지, 날카로운 네 이빨이살갗을 당겨도, 옷을 당겨도귀여운 입술, 하얀 침만 묻을 뿐 상처가 없다.하늘에서 내려온 사슴 일천 여 마리뿔도 반납하고, 야성도 반납하고동대사 부처님 품자락에서천연기념물, 신성한 직함으로 살고 있으니네가 사는 이곳이 천국인가너를 보는 우리가 천국인가받은 만큼의 사랑을 되돌려주는 정직한 순응동물이 아닌 사람의 걸음으로버스를
동대사 해탈기둥-일본 문학기행김윤자절을 이고 선 네가 해탈이다.구멍 난 다리로 넘어지지 않는 네가 해탈이다.청동불상의 인자한 미소보다대웅전 외진 곳에 선 너에게로 불심이 모여든다.지붕을 받치고 선 나무기둥가장 낮은 곳 다릿목에 뚫어 놓은사각 모양의 작은 구멍그곳을 통과하면 해탈이라 하니사람들 모여들어 육신을 들이민다.한 치의 벗어난 살점도한 치의 벗어난 욕심도허락하지 않는 해탈기둥해탈에 이르는 길이 그리 좁아서머리만 넣었다가, 손만 넣었다가모두들 돌아서는데육신도, 욕심도 가벼운 아이들만 쏘옥 쏙 빠져나온다.해탈은 고행 중 고행이
오사카 성김윤자예사롭지 않은 성이라는 것은외곽을 싸고도는 푸른 물줄기와물을 딛고 일어선 석벽이함묵으로 외치고 있다.성문에 들어섰을 때, 나무 사이로금빛, 청빛의 전설 같은 지붕이시선을 흡입한다.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을 통일한 뒤삼만 명의 인력과 십오 년 대공사로완공된 거대한 성이곳에서 임진왜란을 구상했고정유재란까지 일으켰다고 생각하니 소슬한데가까이 다가가면서 드러난 실체는성이라기보다, 청아한 예술품이다.오층까지 엘리베이터로, 다시 삼층을 걸어 올라가성을 정복한 자의 용감한 가슴으로오사카를 한 눈에 담으며슬픈 역사의 고리를 마디
교토 금각사김윤자빛이 있어, 금빛이 있어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연못 위에 앉은삼단 머리 여인, 가냘퍼서이끌리는 것은 아닙니다.지붕 위에서 홰를 치는 봉황그에게 묻고 싶습니다.백제를 아느냐고, 백제를 보았느냐고우리의 봉황과 닮아서동일한 맥이 흘러서금각사 사위를 휘돌며 자꾸 봅니다.실제의 금박이 사찰이라고그래서 세계문화유산이라고힘주어 말하지만내가 본 것은날아오르는 백제의 날개, 백제의 향기입니다.
일본의 아파트김윤자높아서, 너는 못난이구나고요한 땅에서 태어났다면귀물이거늘솟아서, 너는 고통이구나도심 도로변에서나 겨우 만나는 너는앞품에 유리창도 없고뒤품에 방음벽도 없고지진이나 화재가 엄습할 때오직 사람의 생명을 위해망치로 부수고 달려 나갈 나무 문짝만복도에 일렬로 줄 세워 놓고그것이 치장의 전부라고 보라 하니외모보다, 자신보다나라와 이웃의 안전을 우선하는너의 값진 외침을 가슴에 품고 간다.
교토 청수사김윤자천년의 세월을 수도로 지켜온 자존의 터에한 번도 전쟁을 치르지 않은역사의 불꽃이해질녘 산 아래 피어 있음에화사한 해탈이다.태워서 버리는 번뇌라면가벼운 재로 올리라고연륜에 농익은 본당의 검은 지붕은 저리 넓은가접어서 버리는 번뇌라면굵은 심지로 끼우라고일백 칠십 이개 목조다리 절벽을 메운본당의 높은 옆구리는 저리 튼튼한가불심에 타는 연꽃등 꽃길을 걸으며불심에 녹아 낮은 곳으로 귀향하는낙숫물을 바라보며나는 한 모금의 물에 족하여낯선 땅, 낯선 절에서적멸보궁에 잦아든다.
나고야 오아시스 21김윤자낡은 시간에 대한 항변이다.지진으로 자라지 못한 겁먹은 건물들에 대한 푸른 노래다.다림질하듯 평평한 땅에서나사형 다리가 솟아하늘과 상면하는 우주의 콘서트물과 바람이 만나투명 유리지붕 속에서 물결치고녹의 대지에는지상의 과거와 오늘을 잇는철제 공룡 두 마리동그란 은하의 광장 체험까지하얗게 얼기설기 짜여진 외형에서무슨 신비로움이 있을까입장을 망설여온 걸음인데 공간을 딛고 일어서는 나고야의 빛과 소리 경계선 너머 밝아오는 미래의 오아시스를 만나고 있다.
나고야 공항김윤자푸른 빛 자작이는 대나무가공항 안에서 피어오르는데에스컬레이터의 계단을 따라 오길래실내에서 자란 힘이 어디까지 오르겠느냐고기계의 움직임이 끝날 때너의 자람도 끝났겠지 했는데아니다.이층에 내렸을 때도정수리는 보이지 않고지층도 아닌 인공의 흙에뿌리 내린 몸체가 발돋움하여철심으로 지붕을 이고 있다.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햇살에군락의 힘으로 뭉쳐진 잎사귀들겉으로 보기에는 여리지만질긴 나고야다.
시드니 하이드 파크-호주 문학기행김윤자나무가 많아서도 아니고터널을 이룬 덩치 큰 나무 기둥도 아니고눈을 활짝 열게 하는 그 어떤 힘이 사위를 휘감고 있으니도시 가운데 자리하여먼지만 먹고 자란 공원에서해거름, 빛나는 사유가 무엇일까영국군인들 교육장으로고향, 런던에 있는 하이드 파크를 그리워하며지은 이름이라는 대목에서도설레임 없이 지나쳐 들었는데벤치에 누운 노숙자의 평화로운 웅크림과살이 터질 것 같은 비만을 안고도씩씩하게 활보하는 청년의 오픈된 용기가가슴을 흔든다.국가에서 다스려주는 따스한 복지의 품에서기울어진 삶도 다시 일어서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