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카프 왕궁-터키 문학기행 김윤자 바다를 만난 언덕은오백 살 나이의 궁전에술탄의 생애를 담고분수로 그 권위를 뿜어 올리며지난 세월을뉘이지 못하고 있다.유목민이라는 설움도 넘어야 했고대륙의 가운데에서 날카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잠재우고더 큰 왕국을 꿈꾸던오스만투르크 국왕의 고뇌가...
터키 전철-터키 문학기행 김윤자 고독을 몰고 다니는미완의 순례지진이 두려워서땅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장엄한 아픔겨우 이십 분 거리만진종일 왕복 운행으로 오가는슬픈 꼭두각시달랑 몸통 두 개따로 내어준 길도 없이버스 속에, 자동차 속에 섞이어차도 속에 박힌 레일을힘겹게 찾아 떠도는...
그랜드 바자르 시장-터키 문학기행 김윤자 터키에 가시거든이스탄불, 허름한 모퉁이의그랜드 바자르 시장에 꼭 가 보시어요세계인을 갈구하는 상품들 속에서묘한 지혜가 나를 새롭게 키웁니다.눈은 반드시 크게 뜨셔야 합니다.귀는 적당히 막아야 합니다.노예시장으로 시작하여사천 개가 넘는 국제...
성소피아 성당-터키 문학기행 김윤자 육신이 넘어지지 않는 것도정신이 넘어지지 않는 것도완벽한 불가사의다.종교 전쟁의 실체를 드러내면서도종교의 융합이 공존한다.기둥이 없는 거대한 실내 공간이십오 층 높이로 견디는 것이가장 세계를 놀라게 하지만내가 본 놀라움은기독교 위에 이슬람이, 이...
상공에서 본 터키-터키 문학기행 김윤자 내 조국 어느 한자락옮겨온 환상이다.적당한 푸르름과 적당한 건물들불쑥 일어선 산과평평하게 벌려 앉은 도시가낯설지 않은 풍경이다.사막 구릉으로 뒤덮였던이집트의 갈증이지중해, 그 동그란 바다 하나 건너온터키 상공에서 촉촉이 잠든다.아시아에 대한, ...
사막과 초지의 경계선 -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나는 모릅니다.나일강이 건너와내게 목숨을 부여해준 것, 그뿐바람과 태양이그렇게 힘이 세었는데도생명의 땅을 얻기 위해나일강의 범람을 기원하던백성의 눈물겨운 기도에잠시 눈감아준 소산입니다.그대의 생명도 생명입니다.마른 목숨일지라도세...
나일강 비경-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어머니세월을 여기 강가에매어두면 좋겠습니다.살같이 흐르는 시간이 여기는 아닙니다.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바람과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물결이만나고, 또 만나며강물은 빠른 걸음을 멈추고잔잔한 시간을 낳고 있습니다.아버지저기 푸른 강변에목숨을 매어...
나일강 디너 크루즈-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나일강의 밤은새로운 아프리카다.새로운 카이로다.어느 서양의 황홀한 분무다.배부른 식탁의 밸리 댄스가 고와서도 아니고배가 궁전이어서도 아니고최대의 친절로 이방인을 맞아주는젊은이의 성숙한 땀과남에서 북으로 거슬러 오르며거친 속성을 잠재우...
멤피스 박물관-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그대가 머물던 시간은다 소멸 되었어도여기는 아직도 그대의 왕국입니다.고대 천년의 수도였다는멤피스의 영예는 실타래에 감겨박물관에 옮겨지고허름한 도시, 정지된 아름다움인데아직도 그대는 왕국을 꿈꾸십니다.정원에는 스핑크스가 무섭게 지키고신하의 ...
계단식 피라미드-이집트 문학기행김윤자조세르 왕은부활하여 일어설 때바벨탑을 꿈꾸며하늘 높이 걸어 오르려피라미드 지붕에 계단을 만든 걸까층층이 쌓아 오린초가지붕 이엉처럼 골이 진 채로사카라 사막에 서 있다.도굴꾼의 눈을 속이려열두 개를 지어 놓고, 그 하나에 잠들었는데영악한 자의 ...
초기 피라미드-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가장 낮은 곳에서일어서지 못한 피라미드가움막으로 숨죽여 산다.사카라 사막모래 능선도 옆구리 살점 내어허락한 땅인데어떤 사유가 있어 미완일까정녕 제왕은 부활하여새로운 왕국으로 날아간 걸까검은 손이 들어와 주저앉힌 걸까줄줄이 이어지는 구멍 난 ...
사카라 사막-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도시를 달려온 끝자락에서굳센 영토를 만났다.저 열기 너머카이로가 손짓해도한 치 앞에서흐드러진 야자수가 불러도꼿꼿한 모래알은빈 눈으로, 빈 손으로 탑을 쌓는다.사랑과 희망을 아느냐고 물었더니낙타의 발 아래 능선으로 눕는다.파라오의 고뇌가 키운 교...
카이로 공항-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새벽의 차가움은사막의 질투를 외면하듯이방인의 옷깃으로 파고든다.다듬어지지 않은 순박한 땅에첫 걸음을 내디딜 때뜨겁게 달려오는 친절한 남자카트기를 부여잡은검은 손이 낯설고 두려워서날카로운 시선으로 떨구었는데그것도 그들이 사는 한 방법이라고...
하늘에서 본 이집트-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잔인한 땅어느 신의 입김이 저리 세어서거대한 대륙의푸른 피를 말렸을까칼로 자르듯이죽음의 땅과 산 땅의 경계를 긋고나일강변의 목숨만 거두고 있다.숨 막히는 모래의 고독가도 가도 닫히지 않는 싸늘한 문허물지 못하는 마른 벽생존이 허락된겨우 ...
나일강 돛단배-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세상보다 평화를 먼저 배운하얀 나비가강한 심장도 없이, 튼튼한 다리도 없이바다 같은 강에 점으로 뜬다.아프리카를 끌고 다니는장엄한 강이한 장의 삼각 천에 목숨을 걸고 들어온목조선을 보듬는다.노를 젓는 소년은 알고 있다.다 놓아도 넘어지지 않는돛단...
오벨리스크-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사각 연필을 깎아 세운 듯단순한 예술가의 눈으로 본다면그런 형상의 조각품인데하늘을 찌르는 저 기둥에 이집트가 있다.태양으로부터 태초의 빛을 모으려는숭고한 기원, 아득한 첨탑신전, 공원, 거리에 아직도 오롯이 남아강한 힘으로 이집트를 지킨다.파리 콩코드 ...
나일강 동편의 신전-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해 뜨는 동쪽에는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신전을해 지는 서쪽에는죽은 자의 부활을 기원하는 무덤을수천 년 전의 정교한 질서다.카르낙 신전과 룩소 신전이산 자의 마을보다 더 넓고 웅장하다.이집트 남부 도시 룩소나일강의 도도한 물줄기 바라보며범람하...
합셉슈트 여왕 장제전-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여인은 위대했다.삼천 오백 년 전, 그녀는가짜 수염 달고, 남장으로 권좌에 앉았으니이집트의 유일한 여왕그녀의 미라를 만들던 장제전에서찬란한 역사를 본다.풀 한포기 없는 사막 구릉마다죽은 자의 무덤이지하 연립건물처럼 즐비한데이곳은 지상의 싱...
나일강 서편 왕가의 계곡-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해 뜨는 곳에 신전을해 지는 곳에 무덤을정확한 순리로 나누어 놓은 경계선이곳에서는 산자가 죽은 자다.모래사막이 산을 이룬 산등성이마다쇠창살 창문을 내어 놓고죽은 자가 나와산자의 걸음을 맞이한다.도굴꾼에 의해육신과 기물은 증발 되었어도...
나일강변의 사탕수수-이집트 문학기행 김윤자 커피 한 잔에도무수히 녹아 있을 저 검붉은 인내 불같은 태양을 지고고단한 손으로, 고단한 발로숲처럼 우거진한 질 키의 날카로운 단맛을 거두어당나귀의 등에, 수레에, 트럭에 싣고산처럼 쌓인 풍요라고화사한 행복으로 거리를 누빈다. 보리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