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빙하 동굴-스위스 문학기행김윤자생명이 거하지 못하는 곳에신은 가옥을 허락하고얼음 조각상으로 목숨을 부활시킨다.알프스 티틀리스 최고단 봉우리고운 집, 아늑한 집인간의 눈으로 보면 차갑고 무섭지만그곳에 들어가는 순간빙벽을 타고 흐르는 시린 꽃빛이휘휘 돌고 돌아알프스의 요정이 된다.몇 구비를 꺾어 돌았을까이제, 세상 빛을 따라 나가라 하는데얼음을 사랑한 내 그림자빙하 동굴 문을 떠나지 못한다.
알프스 티틀리스 산정-스위스 문학기행김윤자하얀 고혹의 정수리에세상을 강하게 키우는 용기를 이고 서서만져보라고, 쥐어보라고, 뒹굴어보라고빙벽에 목숨을 매달고 사는한 줌의 눈일지라도끝없는 포용의 알프스를 닮아바람과 구름이 훑고 간 아픔을 말하지 않는다.하늘이 어루만지는해발 삼천 이십 미터, 경계선 너머의 고지눈 속 불멸의 고요돌아가면 무어라 전할까가슴이 멎도록 황홀하더라고나의 혼을 뜨겁게 흔드는 환상의 영역이라고아니, 나의 영과 육을 보석으로 제련하는신의 눈물고운 성역이더라고 전하리라고뇌를 하얗게 태운 융단을 깔아알프스 영봉은 보드
엥겔베르그의 시린 비경-스위스 문학기행김윤자시린 빛에 젖어영혼이 춤추는 행복이라 하면이해가 되실런지요조금 더 투명하게 그리라 하면알프스의 요정이밤을 접고, 은빛 소야곡으로창문을 두드립니다.여기서 더 진하게 읊으라 하면하루를 살다 가는 목숨이불과 사랑하는 황홀한 투신그 찰나의 고요가해가 떠도 잠들지 않고달이 떠도 잠들지 않고시간을 이탈하여 흐른다 하면이제 아시겠지요스위스 알프스 산맥 아래동그란 마을, 엥겔베르그의 시린 비경을
라인 폭포-스위스 문학기행김윤자돌아서 가야지 하면하얀 평화가 배꽃처럼 나부끼고이제는 정말 돌아서야지 하면하나로 융화되는 함성이 푸른 메아리로 울리고내가 네 곁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너의 자태가 아름답다거나폭이 장대하여 웅혼이 깃들어서가 아니고알프스 산맥에서 탄생하여라인강의 첫줄기라는 것도 아니고그래, 그런 객관적인 사유는나의 눈으로 느끼는 찬란한 감탄이고가슴 속에서 솟구치는 붉은 갈망을쉬이 접지 못함이다.나는 지금 스위스 샤프하우젠에서전망대를 오르내리며 바라보는데저 건너는 독일의 영토폭포의 낙차까지는 스위스령떨어져 흐르는 물줄기부
국경선의 비-스위스 문학기행김윤자유럽 들녘의 비는 아름답다.하나로 통합된 대륙에하나의 비로 뭉쳐 내리는 모습이 그렇다.유로 버스를 타고 국경선을 넘나들어도고속 열차를 타고 국경선을 넘나들어도경계선이 없는 들녘이다.신고 절차만 거치면경계선 너머 이웃 나라로 이사도 가능하다.스위스가 EU국이 아니라 하여독일령에서 스위스령으로 넘는 마디에서출입국 사무실에 신고하기 위해머무르는 순간도 행복하다.빗줄기가 굵어져 차창을 가린다.울음처럼 슬픈 비내 조국의 국경선에서라면 그리 해석될 비가이곳에서는 가벼운 낭만국경선에 대한 축복의 비, 평화의
티티제 마을-독일 문학기행김윤자아직 스위스가 아닌, 독일 남부지방인데알프스 산맥은 이미고고한 기류로 마을을 감싸 안으며숨 쉬는 모든 것들에게찬란한 고독으로 물들이고 있다.해발 팔백 미터 고지의 땅침엽수림이 쏟아내는 푸른 바람소리를 마시며빙하 호수가 품어내는 옥빛 무상에 젖어눈과 얼음이 쌓이는 무대에서하얀 애상의 조각 인형처럼 생을 전시하는 사람들조랑말을 타고 마을을 지나가기도 하고사자 같기고 하고, 늑대 같기도 한덩치 큰 개를 끌고 식당에 들어오기도 하고, 뜨거운 정경에 놀라다가내가 도시의 옷을 벗고원시의 눈과, 원시의 귀를 열
하이델베르크 고성-독일 문학기행김윤자붉은 기와지붕 꽃물결 속에페르시아 왕과 공주가 거닐던 정원에 들어서며나는 오늘 하루 공주가 되고넥카강을 넘어가는 낭만의 옛 다리칼테오도르 다리를 바라보며역사의 시간을 유영하는날개 큰 새가 되어 훨훨 날다가문인과 철학자의 열정을 보듬은 산언덕고운 마을, 철학자의 길에서괴테를 만나고, 하이네를 만나고고딕, 바로크, 르네상스의 성스러운 조화를 공으로 한눈에 담으며일곱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탄생시킨하이델베르크 대학 교정에서고전의 향기를 마시며탄탄한 내가 되어 나올 때살기 싫은 생각이 들거든 하이델베르
아우토반 고속도로-독일 문학기행김윤자낡고 허물어지는 것은사람에 적용되는 것만은 아니다.무제한 속력 강철 도로에도아픈 생채기는 있다.한 달 여름휴가를 위해일 년을 열심히 일하는 독일인의레저 문화가 고스란히 깔린 길이다.자국이 아니라경계선 너머 먼 나라로 떠나는유럽의 여행길은그렇게 무제한의 속력을 허용해 왔다.세월이 흐르면서도로 곳곳은 아픈 흔적을 드러내고사람들은 이제 스스로자유의 속력에서, 제한의 속력으로바꿔 달리고 있다.아픈 도로를 고치지 않는 것도고치지 않는 도로를 말없이 달리는 것도아름다운 순응이다.
괴테 생가-독일 문학기행김윤자프랑크푸르트에서괴테가 탄생한 교회를 만나고괴테 생가를 만났으니두 개의 큰 보물을 얻은 것이다.고전주의 벽을 허물고적나라하게 개인주의 소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함으로세계를 흔들었던 문학의 영웅역시, 그가 살던 집은여린 땅이 아니라상류 계급의 활기찬 거리에 있다.소설은 슬프지만황실 법무관이었던 아버지와시장의 딸이었던 어머니는그를 결코 가벼이 기르지 않았다.탄생하여 스물여섯 살까지 살았던 집에서반듯한 괴테의 거리에서다부진 유년의 괴테를 만난 것은문학의 곧은 뿌리 하나 얻은 축복이다.
마인강변 바울 교회-독일 문학기행김윤자라인강의 발원이며프랑크푸르트의 살찐 도심을촉촉이 적시는 마인강변에큰 눈과 큰 귀가 아니면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을 작은 교회 하나한낮의 정오 종소리가 울릴 때대문호 괴테가성스러운 울음으로 시초의 눈을 뜬 곳뢰머 광장에 왔다가역사박물관 사잇길을 따라 나와한강을 마주하듯마인강과 마주 섰을 때영롱한 첨탑의 평화 속에서문학의 님을 만났으니 넘치는 축복이다.돌아서 가야 하는데내 시선은 강보에 싸인 괴테의 곁을떠나지 못하고 있으니붉은 사랑이다. 시린 이별이다.
유럽의 낙서김윤자최초로 발견한 것은프랑스 노드역에서 고속열차 탈리스를 타고벨기에 브뤼셀역으로 가던 중기차역 곳곳에서다.기차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쏟아 놓은 것이라고예사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는데아니다. 그 이후로내가 관심의 눈으로 유럽의 건물을 보았을 때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낙서들이경고문도 없이 버젓이 상가, 주택 외벽에 산다.타국의 언어라서 판독은 어렵지만한국의 정서나, 나의 두뇌로는 분명 쓰디쓴 낙서다.그러나 유럽에서는 낙서도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정하여 수용한다는 대목에서나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곱게 바라보기로 했다.차츰 시야
뢰머 광장-독일 문학기행김윤자프랑크푸르트의 심장이다.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상실된 도시에현대식 건물들이 비상하며 숲을 이뤄도여기, 평정의 저울과 칼을 들고 선 정의의 여신에더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역사를 싣고 다니는 수레는유럽 곳곳에 광장을 낳고, 왕궁을 낳지만이곳 뢰머 광장에는 곧은 잣대의 천칭까지 낳았으니결코 가볍지 않은 빛이 서리어 있는 공간이다.시청사와 카이저 성당, 그리고역대 황제들의 연회와최초로 황제의 대관식이 거행되었다하여황제의 방으로 불리는 대표 건물 뢰머가아무리 우렁찬 함성이어도몇 백 년 과거의 무게를 지켜온 광
로렐라이 언덕-독일 문학기행김윤자애련한 입술로 부를 노래가 아닙니다.여린 목청으로 부를 노래는 더욱 아닙니다.라인강을 달리며로렐라이 언덕에서 소녀상을 만나며날카로운 산정 언덕에 올라서며강한 언어와 탄탄한 선율로 다시 입력됩니다.강물을 기역자로 꺾어버리는강목의 암초 앞에서신의 휘파람 소리가 미끄러져 내리는다림질한 바위 앞에서만선으로 돌아오는 어부의 배를 지켜 달라고강물이나 강바람에게 주문하는 것은폭풍에게 나뭇잎을 맡기는 일입니다.좌초당하여 난파되는 배의 운명을로렐라이 드높은 언덕에소녀에 대한 눈먼 사랑으로 전설을 심어 놓고비루한
로렐라이 소녀의 슬픈 사랑-독일 문학기행김윤자로렐라이 소녀가 살던 상고하우젠을 지나며바람처럼 흐느껴 울어야 될슬픈 사랑 이야기를 듣는다.고기잡이 떠난 남편을 기다리던 한 여인에게짙은 사랑이 배인 동네 남자가사랑의 자살을 하고그 부인과 어머니는황제에게 여인의 처형을 요청했는데황제마저 아름다운 여인에게서짙은 사랑이 배이고이곳을 떠나 언덕에 살라고 명령했을 뿐어느 날 여인의 남편이 돌아오다가언덕에 선 아내의 아리따움에배가 암초에 부딪히는 것도 모른 채사랑의 죽음은 또 이어지고로렐라이 언덕에서 소녀도 떨어져 산화되고아름다운 것이 죄라면
마르크스 고성-독일 문학기행김윤자달려도, 달려도라인강은 끝이 보이지 않고가도, 가도산줄기는 막힘이 없고강과 산의 장엄한 만남 속에서목숨을 걸고 생존해온 고성들이나름대로 이름을 받아빛을 발하고 있다.고양이를 닮은 고양이성쥐를 닮은 쥐성그 옛날 하나의 성은 하나의 국가였고성을 중심으로 영주들의 세력이 행사되고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는데오롯한 산정에 우람하게 앉은 마르크스 고성눈부신 하늘과 마주하여세상의 경계선 다툼은 다 잊어버린 듯산 아래 현대의 문화가 꽃 핀기차선로에이고 진 나이를 던지고 있다.
라인강의 기적-독일 문학기행김윤자기적은 결코 허황된 것에서부터발원하지 않음을 배우고 간다.천연의 운명이 결정지어 준 것이라 해도그것을 관리하는 것은 인간의 손길이다.일천삼백이십 킬로미터의 긴 강십사 개국을 거쳐 흐르는 장엄한 강그 중에서 절반의 길이가독일을 거쳐 흐른다 해도라인강의 기적이 저절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라인강을 차지하면 부의 축적을 의미하고전쟁시 라인강을 막으면 어떤 족속도 통과할 수 없고보이지 않는 발가락이 맥을 이으며독일을 키웠겠지만일어선 것은 국민의 발목이다.강물에서 반사하는 햇살 한 줌도그대로 흘려버리지 않고
코블렌츠 삼각주-독일 문학기행김윤자그곳에 서면 다 보입니다.시간의 흐름도, 공간의 파괴와 생성도하나 되는 시공의 합일점도새로운 시작의 유럽을 만납니다.세계 이차 대전이 쓸고 간 도시 코블렌츠는다시 일어서 반들거리고아직도 과거를 떠나지 못하는철옹성 요새들이산줄기 곳곳에서 역사를 재현하고두 강을 하나로 묶는 합류점에서빌헬름 일세 기마 동상은조국의 통일을 우렁차게 외치고다 보입니다. 그곳에 서면독일의 어머니인 모젤강과독일의 아버지인 라인강이 만나는그곳, 삼각주에 서면
룩셈부르크 왕궁-룩셈부르크 문학기행김윤자골목을 따라 들어간 곳에서한국의 어느 빌라와 같은 건물을 만나고그것이 왕이 사는 집이라고국기가 걸려 있으면 외출 중이라는데오늘은 국기가 없어분명 왕은 지금 저 허름한 집에 거하고 있음이다.왕은 국가의 정신적 지주로 존재할 뿐실권은 그리 크지 않다 하여도작고, 검소함이 눈부시다.제주도의 한 배 반 크기인구 사십삼만 명지엔피 사만 달러, 이것이 룩셈부르크다.호화로운 울타리, 찬란한 지붕의 왕궁을연상했는데, 자막은 증발되고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자꾸 우산 속에 스며든다.작은 도심을 빼면부유한 흔적
아돌프 다리-룩셈부르크 문학기행김윤자절벽을 이고 선 다리이방인이 이곳에 와서 잠시 볼 때는휘어진 곡선 그 눈부심에, 예술이라고낭만을 노래하지만역사 저 너머 시간을 회상하는 자국민에게는나라의 목숨이 걸린 소슬한 현장이다.유럽의 강한 태풍이 쓸고 다닐 때얽히고설킨 줄다리기 사이에서작은 영토, 건너가는 길목이라는 이유로죄 없이 짓밟혀온 나라그들에게 계곡은 생존의 한계선이고성을 쌓아 올려나라 전체를 둘러 진치고 살았으니성이 얼마나 많았으면룩셈부르크, 그 국명이 작은 성일까그 한 계곡 페트루세, 아르젯트 강 위에 솟은영욕의 저 다리큰 보
룩셈부르크 헌법광장-룩셈부르크 문학기행김윤자평화로운 세상일 때는단단한 옷을 벗어도 다치지 않고광장의 문을 활짝 열어도무서운 바람이 들어오지 않고그래서 이제는 한갓 주차장이 되어버렸는가한적한 마당 한가운데황금 여신상 천사가 첨탑 위에서하늘과 땅을 수호하고 있어도아직 잠들지 못하는세계대전 전몰자, 그 위령탑 아래에는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는 산 자와산 자의 영혼을 뜨겁게 마시는 죽은 자두 개의 동산이눈물겨운 상면으로바라보는 이의 시선을 태우는데철사 줄로 아름답게 형태를 동여맨가로수 울타리가 모진 세월을 이긴 나이테로강인한 헌법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