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입성-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동양에서 만리장성을 쌓을 때길을 먼저 뚫었던 로마경제와 정치가 하나 되고교황과 황제가 화합하여탄탄한 궤도에서 역사의 수레를 이끌어온 로마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며모든 법은 로마로 통하며결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로마장장 십오만 킬로미터의 로마 고속도로그 한도막을 타고 달려와도타운 문 앞에 이르렀다.천년의 탑으로 이루어낸 로마의 입성은오랜 기다림, 그리고 인내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부터입성하려는 차량행렬 물결이 장엄하다.해는 시간을 따라 제 길로 가고로마에 입성했을 때는 까만 밤네온사인이 없는
올리브 나무-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말 못하는 식물에게도고향이 있다는 것에 대하여절감하며지중해 연안의 포근한 땅산녘, 들녘에조상 대대로 둥지 튼나무를 본다.은비늘 자작이는애련한 나무눈이 큰 것도, 입이 큰 것도키가 큰 것도 아닌데어디서 그리 좋은 기름을 짜내는 것인지푸르지도, 용감해 보이지도 않는저 가냘픈 몸에서
미켈란젤로 언덕-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나에게 미술에 대한 눈을허락하신다면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고뇌의 손끝으로 조각한 다비드상이높은 언덕에 서서꽃물결 붉은 도시, 피렌체를지키고 있습니다.교과서에서나 만났던 당신을목전에서 만나는 행복에나는 하얀 시선으로 다가가만져보고, 볼에 비비며당신의 숨결을 느낍니다.넓은 광장에는유럽의 집시들이 음악과 악기연주로당신의 넋을 찬양하고저 멀리 꽃봉오리로 우뚝 솟은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어머니처럼 바라봅니다.오늘, 당신과 마주함은 곧 사랑입니다.
피렌체 아르노강-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피렌체가 꽃의 도시라 하여내 눈이 꽃을 찾을 때르네상스라는 거대한 꽃송이를들고 일어선 너에게서찬란한 겸손을, 푸른 지혜를 보았지진정 아름다운 역사의 꽃을 본 것은베키오 다리를 건너면서도심을 촉촉이 적신다는 가벼운 상념은실눈 속에 숨어들고유럽 문화의 꽃이 네 품에서 잉태되어시초의 눈을 떴다는 장엄함에나의 오감이 전율했지지금은 염색용 물로섬유 염색의 장인 몫을 한다는총명한 너의 속살위대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며낮게, 곱게 흐르는 여인아결 고운 품성을, 내 어느 곳에 품어갈까
시뇨리아 광장-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역사를 몸으로 말하고 있다.조국의 아버지 코시모 메디치 기마상 앞에서심판을 받듯, 나신의 조각상들이자신의 생을 외치고 있다.공리주의 이상이 명백히 표현되고절대군주의 표상인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에서부터바다의 신 호세이돈, 여인의 강간까지낯 뜨거운 장면이 어찌 보면 천박해 보이지만누가 이 사회를 탓 하겠는가중세 정신 각성운동인 르네상스의 발상지이며꽃의 도시로 불릴 만큼예술의 혼을 키우고, 고스란히 보존해온피렌체가 아닌가그것은 상인들이 이끌어온 풍요 속에서 가능했으리라시뇨리아는 길드 대장을 말하며스물
단테 생가-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조상이 외교관 대사로 십자군에 참석한 집안인데도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어여인을 사랑하지 못하던 소심한 사람그러나 베아트리체는 그의 눈을 멀게 한 첫사랑 여인글로, 오로지 글로 열정을 태웠다.하나님, 예수님이 있어야 사랑이 가능하던 시대에하나님과 예수님 없이도 사랑이 가능하다고 쓴 사람칠백 년 전, 부모가 사망해도 울면 잡아가던 때내 마음대로 하던 사람그가 바로 단테다.그런 삶이었기에 불후의 명작 신곡을 낳은 것이다.단테 생가는 좁다란 골목길 옆에 있다.집 벽에 흉상과, 사진이 담긴 벽보가 걸려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밀라노의 두오모 성당이 아버지라면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은 어머니다.두오모는 신의 거처란 뜻으로어느 한 성당에만 붙여지는 것은 아니다.피렌체 도심에서 만난 두오모 성당은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이라 불리는데그 자태와 색깔이 어머니다.이중의 돔 양식 지붕이 아름다운 꽃송이고베이지색, 팥죽색, 연녹색의세 가지 천연 대리석 조화가 대단한 꽃빛이다.인구 일억 중 사분의 일이 죽어간페스트가 사라진 기념으로 조각문을 만들었고미켈란젤로는 그 문을 천국의 문이라 명명했다는데천국의 문에는 수많은 조각상이 있
꽃의 도시 피렌체-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아르노 강변에 꽃이 피었습니다.반은 식물의 꽃이고반은 르네상스의 꽃이라는데식물의 꽃보다 르네상스의 푸른 꽃이 더 찬란합니다.단테가 탄생한 도시이고그의 작품 신곡에 나오는 말이이탈리아의 국어가 되었으며데카메론의 복카치오, 미켈란젤로레오나르도 다빈치, 갈릴레이, 그리고음악가 로시니의 고향입니다.인구 삼십 오만 명의 작은 도시에문학, 미술, 음악의 뜨거운 숨결이 피어오릅니다.메디치 가문의 후원에 힘입어르네상스의 꽃은 더욱 곱게 피어나고로마 역사의 메카이며, 문화의 장으로도시 전체가 하나의 아름다
아펜니노 산맥-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양을 기르는 목장을 지나배꽃 하얗게 핀 과수원을 지나보리가 패어 놀놀하게 익어가는 농촌 들녘을 지나푸르름 가득한 이탈리아의 풍경 속을 한동안 달려왔다.우람한 산이 병풍처럼 진을 친 산마을알프스 산줄기인 아펜니노 산맥이다.우리는 지금 알프스 산맥의 한줄기를 넘어가고 있다.프랑크푸르트에서 하이델베르크로 갈 때해 뜨는 알프스 산맥의 발원 줄기를 보았고지금은 스위스에서 뻗어 내려온알프스 산맥의 끝부분을 보고 있으니나는 알프스 산맥을 모두 본 것이다.독일에서, 스위스에서, 이탈리아까지웅대한 혼을 심어주
밀라노 두오모 성당-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어떻게 그려야 할지 막막합니다.걸음으로도 다 담지 못한 둘레눈으로도 다 담지 못한 높이, 그저 아득합니다.부끄러운 펜으로 본 것만 그리라 하시면세가지는 정확히 그릴 수 있습니다.심장을 태워 비상하는 일백 삼십 오개의 첨탑들바람을 붙들고 조각상으로 외벽에서 사는 삼천 일백 오십 구명의 성경 속 인물들천상의 꽃빛을 깔아놓은본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명화들그런데 묻고 싶습니다.정녕 인간의 작품입니까, 신의 작품입니까세계 삼대 고딕양식 성당 중 하나이며사백 오십 년의 공사로 태어났노라고세계 일,
밀라노 구시가지 광장-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구성한 도시, 밀라노화려한 예술이다.자연 환경이 그렇고, 색상이 그렇고푸른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고전풍의 조각이 새겨진 건축물에서파스텔조의 톤으로 풍요가 출렁인다.구시가지 광장은 종합예술의 압축이다.고성벽이 세월을 지고 버티어 서서어린 백성을 보듬는 형상으로 굽어보고현대의 활발한 시간이 분출하는 분수대에는동그랗게 둘러앉은 시민들이과거와 미래를 조우한다.이방인이 섞이어 헤집고 다녀도삼백만 명 도시 인구 중이백만 명이 유동인구인 상공업 도시임에낯선 시선은 없다.경제와 문화
로마 가는 길-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눈물겹게 깔았을 고뇌의 길을이렇게 편안히 달려도 되는 걸까한 시대의, 한 국가의 찬란한 꽃은길에서 시작되고, 길을 따라 피어나고야망은 국경을 넘어가고역사의 큰 축을 긋고, 신화를 낳고그 길을 가고 있다.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로마 전성시대의 화려한 질주를 따라거침없이 달리고 있다.나는 지금, 스위스에서 넘어와이탈리아 북부의 롬바르디아 평원을 지나로마로 가는 길에 진입한 것이다.이탈리아의 가장 긴 고속도로가 된 이 길이제는 활짝 열린 길한때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통과하던 도도한 길이었을 텐데스
롬바르디아 평원-이탈리아 문학기행김윤자스위스 국경선을 넘어산녘의 코모 호수를 지났을 때땅이 보인다. 농토가 보인다.초지도 없고, 빙산도 없고경계선 하나에모든 것이 증발되는 기막힌 황홀산은 다 어디로 갔는가눈은 다 어디로 갔는가지구의 그 어떤 힘이 있어 저리도 곱게다림질한 걸까알프스 산맥 예리한 설벽에서기름진 평원으로 바뀐 자막눈앞에서 눈끝까지 광활한 땅달려도, 달려도 따라오는 정열의 들녘안개도 돌아눕고, 바람도 고개 숙인지중해 반도 국가의 값진 영토보드라운 평화다. 살찐 고요다.
스위스 특식 퐁뒤김윤자우리는 오늘 스위스인이다.알프스 산맥에서 거친 호흡으로젖소를 따라, 양떼를 따라질주하다가 넘어지고, 젖통에 고인 젖을 짜고고단한 하루를 마친 충실한 목부다.그들이 먹어야 하는 기름진 식탁에서 값진 체험을 하고 있다.지글지글 끓는 기름 냄비에닭고기와 쇠고기를, 긴 포크에 생으로 꿰어 넣고 익혀무제한으로 먹는 스위스 정통 특식 퐁뒤상당히 비싼 요리인데국물도 없이, 고기만을 계속 빼어 먹어야 하는 것이오히려 우리에겐 고통인 것을그러나 우리는 지금 스위스인이다.추운 지방에서 높은 열량을 내야 살 수 있고알프스 산
빈사의 사자상-스위스 문학기행김윤자왜 하필 사자인가로마 병사들이돌로 사람을 죽일 때스위스 군사 칠백 육십 명이그것을 막다가돌아 맞아 죽었다는데그 영혼을 위로하는 동상이왜 하필 저 사자인가호수가 있어건너 갈 수 없는 곳에 앉아 있는거대한 사자상사자의 거친 상징보다사자의 고독한 내면의 상징이다.꽃은 아름답게 피었는데햇살은 따스한데비참하게 죽어간, 죄 없는 군사들이빈사의 사자로 눈물겹다.
루체른 무제크 성벽-스위스 문학기행김윤자고요한 나라에도전쟁의 상흔이 남아 소슬하다.로마 지배시 쌓은 성벽이라는데성문 높은 곳에쌍독수리가 새겨져 있어오스트리아 명가문 합스부르크가의상징이 오롯하다.사방을 다스려온 흔적이아직도 역력하게 보이는데언덕 길 아래에는유럽의 전형적인 저층 아파트가단단하게 들어 서 있다.성벽은 참으로 우람하고 높은데현대식 도심 건물은 잔잔한 향연아픈 생채기만 빼면과거와 현실의 아름다운 조화내 조국의 시린 한마디를이국에서 만나고 있다.
스위스 빙하 호수-스위스 문학기행김윤자산은 산맥을 이루고물은 호수를 이루고그래서 명품인 나라, 스위스알프스 산맥이 낳은 빙하 호수가삼백 여 개, 그 중루체른 호수는 스위스 남부 지방낮은 지대에 있어 한가득 고인 물이장엄한 물 잔치다.수많은 배가 정박해 있고도로변에는 할아범 같은 가로수가차도에는 전차와 수많은 차량들이호수를 예찬한다.화사한 날에는물빛까지 장관이라는데오늘은 비가 내려물방울이 여울지는 낭만의 호수다.얼음이 제 살점 깎아 만든 빙하 호수에는하늘과 땅의 사랑을 흡입하는뜨거운 열정이 산다.
루체른 목조 다리-스위스 문학기행김윤자스위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가던 중스위스 영토 끝자락에서수면 위로 뜬 소중한 보물을 만났다.세계에서 가장 긴 목조 다리빙하 호수 한 켠에이백 미터의 긴 몸을 소슬하게 버티고 있다.다리 위 목조 건물 벽면에는비둘기가 집을 짓고 살고다리 아래 평화로운 물 위에는백조와 오리가 노닌다.비가 오는데사람들은 귀찮음도 아랑곳없이고전 향기가 물씬 배인 애련한 명물을거닐어 보고, 훑어보고, 만져본다.호수에 뜬 스위스의 알프스다.늙어서도 쓰러지지 않는 교교한 물 위 산맥이다.
유럽의 천국과 지옥김윤자지어낸 말이겠지만유럽을 여행하다 보면바람처럼 흐르는 말이 있다.유럽의 천국은이태리와 스위스의 정열적인 사랑이고유럽의 지옥은 영국의 날씨, 독일의 음식, 그리고프랑스 기계, 스위스 여자다.이태리는 정열적인 태양처럼스위스는 순수한 눈처럼 사랑을 하므로 천국이고영국의 날씨는 변덕스러워서독일의 음식은 맛이 없어서프랑스의 기계는 고장이 잦아서스위스 여자는 낙농업으로 손이 거칠어서 지옥이다.모두 사실이더냐고 내게 묻는다면두 가지는 거꾸로 해석하라고 말하고 싶다.스위스의 사랑이 천국이라는 것은알프스 차가운 산맥에 대한
알프스 소녀 하이디-스위스 문학기행김윤자하이디가 아름다웠던 것은따로 있었다.긴 머리에 스카프를 매고주름진 긴 원피스를 입고앞치마를 두르고, 요들송을 부르며알프스 산의 목동처럼 뛰어다닐 때꿈길 낭만으로 보았는데먼먼 천상의 여인처럼 황홀하게 다가왔는데그것은 스위스 여자의 일상이었다.젖을 짜고, 동물을 기르는 일추울 때는 젖소를 끌고 산 아래로 내려오고더울 때는 산 위로 끌고 올라가고그래서 손이 크고, 거칠고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사랑 받는 것은그의 크고, 거칠고, 옹이진 손가락 때문이었다.저 험악한 산, 알프스의 준령에하이디를 세운